(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주가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손실을 입은 엔터주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대표적으로 SM엔터 주가가 그랬다. 회사 주가가 지난 4일 장 막판 급락하면서 전 거래일보다 8.18% 하락한 8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1722억원이 증발했다. 실적이 나빴던 것도 아니고 악재성 공시를 띄운 것도 아니었다.
급락 이유는 커뮤니티에서 돌던 ‘루머’ 때문이었다. 일부 아티스트가 해외에서 유흥업소 직원과 어울렸다는 내용의 악성 루머가 퍼졌다. 이튿날 SM엔터가 “확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전날보다 3600원(4.40%) 오른 8만5500원으로 거래를 마치긴 했지만, 루머가 터지기 전 주당 주가가 9만원대를 웃돌았다는 걸 고려하면 완전한 회복이라고 볼 순 없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소속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열애설 인정 소식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하루 새 시가총액 668억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소속 연예인의 사생활 리스크는 주가에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로 작용하는 만큼 엔터주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엔터주 주식을 사려면 아티스트의 사생활부터 살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엔터주 대장주로 꼽히는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5일 올해 종가 기준 최고가 25만2000만원까지 올랐던 하이브 주가는 현재 19만원대로 폭락한 후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YG엔터테인먼트도 주력 아티스트 블랙핑크와의 재계약 문제로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다. 블랙핑크의 전속 계약이 만료된 지난해 8월부터 업계에선 YG가 재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재계약 이슈가 흘러나올 때마다 회사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블랙핑크는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글로벌 K-팝 열풍을 불러일으킨 최정상 아티스트이자 YG엔터의 주력 매출원이기도 했다.
이처럼 엔터주의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K팝이 글로벌 주류 음악으로 부상하면서 산업이 안정성을 띄는 듯 보였는데, 다시 변동성이 넘치는 잡주로 회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엔터주는 과거 이슈에 민감하단 이유로 ‘잡주(雜株)’ 취급을 받았다.
특정 아티스트를 둘러싼 수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이나 사고가 툭하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땐 과거 엔터주는 투자가 아니라 팬으로서 스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사주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K-팝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가 확산하면서 증권가는 “올해부턴 다르다”고 확신했다. 엔터 산업이 성장 기반을 제대로 갖췄고, 실적도 우상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회사 실적이 높아지며 주가, 시가총액도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여러 국내 아티스트의 글로벌 행보가 계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주가 변동성이 큰 특성은 여전하면서 최근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엔터주 투자자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엔터주 주식을 사려면 아티스트의 과거나 사생활까지 살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면서 “이렇게 사소한 악재까지 따져가면서 투자하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