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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의 시사타겟]정말로 그녀들은 코너에 몰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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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의 시사타겟]정말로 그녀들은 코너에 몰린걸까?
  • 김용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4.15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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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녀 사건 재조명

(시사캐스트, SISACAST=김용훈 칼럼니스트)

60세, 35세, 32세 엄마와 두 딸은 나란히 누워서 이세상과 작별했다. 힘겹긴 했지만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었는데 넘어져 다치면서 일을 할 수 없자 세 모녀는 세상과 이별을 결정 했나보다. 60대 엄마는 1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식당일 등을 하며 아픈 딸들을 먹여 살렸다. 남편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빚 때문에 가세가 기울었고 두 딸 명의로 만든 신용카드는 딸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게다가 두 딸들은 당뇨와 고혈압의 지병으로 정상적 사회생활을 할 수 없어 엄마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는데 우연찮은 사고가 이들의 생명을 앗아 가버리게 되었다.


그들이 남긴 유서이자 메모의 내용은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글이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월세와 전기세, 수도세 등을 봉투 안에 넣어 두고 방안에 번개탄을 피우고 방안에 나란히 누워 생을 달리했다. 이번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들은 공과금 한번 밀리지 않고 딱 부러지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정이 있는지도 주변 사람들은 알지 못했고 그들도 주변에 손을 내밀지 않고 독단적인 결정을 해버렸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서울 송파구 석촌동이다. 롯데월드가 지척에 있고 석촌 호수가 있는 서울에서도 낭만적이고 부자도시로 손꼽히는 강남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병이 있다고는 하나 손발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정신지체도 아닌 극히 정상의 사고를 하는 30대 젊은 두 딸과 이제 60세가 된 엄마는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까? 한편으로는 다친 지 겨우 한 달 만에 이런 결정을 해버린 그들의 삶이 얼마나 척박했는지 알 수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편과 사별 후 10년을 버텨온 그 용기는 어디로 갔는지 따져 묻고 싶어진다.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도 없이 사는 요즘 세대에게 경종이 되는 사건이다. 한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이웃에게 인사하는 풍습도 거의 찾아내기 어려운 요즘 세태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옆집 사람과 말이라도 트고 상호 소통이라도 있었다면 어려운 사정에 작은 도움이라도 받으면서 독단적인 결정으로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10여년을 홀로 생계를 꾸려가는 엄마는 10여년 동안 희망을 본 것이 아니라 절망의 두께를 쌓아가고 있었나 보다. 젊은 두 딸이 지병이라고 하지만 관리가 가능한 병인데 조금만 더 적극적인 의지로 삶의 의지를 불태웠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는데 안타까움만 드는 사건이다.


불의의 사고로 닥친 상황은 도움을 청해 극복하고 두 딸들은 활동이 가능하도록 치료를 병행하며 사회활동으로 병과 가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 완치가 어려운 병도 아니고 똑 같은 병을 앓으면서도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신용불량자라 하지만 신용불량이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은 엄마도 딸들도 사회와는 단절한 채 고립되어 생명만 유지하다가 유일한 사회의 끈을 놓치게 되니 다른 라인은 찾아볼 생각도 없이 그냥 그대로 삶을 놓기로 해버린 것이다.


아프다는 소리 한번 질러보지도 못하고, 세상에 원망 한마디를 못하고, 친구나 친척에게 남기는 말도 없이 집주인에게 한없이 죄송하다는 말만을 남기며 가버린 안타까운 영혼에 평안함을 기원하며 다시 이러한 사건의 번복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이웃과의 문을 닫아버린 이후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강해진 만큼 뭔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나 욕구는 약해지고 포기 또한 너무 빨라진 것 같다. 어떻게든 생각한 것을 이루고자 몇 날을 굶고 잠을 안자며 행동하는 대신 클릭 클릭하며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얻는 것이 습관이 된 생활은 참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어려울 때 어깨 좀 빌려달라고 하고 조금 도움 받는 때가 있다면 받았던 그 유용함만큼 훗날에 자신도 어깨를 빌려주면 된다. 지금 이 모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없으란 법이 없다. 유사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혼자만의 생각에 극단에 이르지 말고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서 자신의 이야기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으며 정을 나누며 살다보면 자신이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자연스레 채워져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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