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기자) 지난 2021년 8월 한국남부발전 경상정비분야 하청 업체인 한국플랜트서비스 소속 근로자 A씨가 남부발전의 갑질을 견디다 못 해 부산 사하구 감천동에 위치한 남부발전 부산발전본부 건물 3층에서 돌연 투신한 사건이 발생됐다. 사건 발생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근로복지공단은 A씨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동시에 원청인 남부발전의 부당 강압적 업무지시를 확인했다.
당시 이 사건은 노동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승우 남부발전 사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등 정치계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사건 당시 이 사장은 “사실 확인시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다”는 공식입장을 냈지만, 결국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 25일 남부발전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의 결정과 관련해 “오래 전 사건이라 유관부서에 문의를 해야 한다”는 말을 끝으로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남부발전 노동조합 역시도 26일 본지를 향해 “오래전 사건이다”며 “이달부터 새 집행부가 출범해 관련 사안에 대해 아는 이가 없다”는 말로 무책임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남부발전, 안전조치 없이 A씨에게 작업 지시… 염산가스 얼굴에 맞고 결국 투신
근로복지공단은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2월 14일 A씨의 골절과 적응장애, 주요 우울장애 등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공단은 강압적인 업무지시와 안전수칙 미준수 등 남부발전의 지속적인 부당한 요구가 있었다고 판단했고, 관련 업계는 고용관계상 갈등이 아닌 안전보건조치 미이행으로 발생된 사건으로 업무상 스트레스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최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씨가 투신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염산가스 노출 사고 때문이다. 염산가스는 강한 산성을 띠고 있는 것 중 대표적인 물질로, 누출되면 인명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투신 사흘 전 원청인 남부발전 운전원으로부터 염산탱크 밸브 정비요청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 과정 중 배관에서 나온 염산가스가 그의 얼굴로 뿜어져 나왔다고 진술했다.
당시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염산차가 가스를 보충하는 중 일부 라인이 터져 염산이 바닥으로 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부발전 관리자는 작업허가서도 없이 A씨에게 손상된 부분을 교체하라고 지시했고, A씨는 잔류 염산을 뒤집어 쓸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경험할 뻔했다.
다음 날에도 남부발전의 부당지시는 이어졌다. 안전조치 없이 A씨에게 작업을 지시했고, A씨는 고온의 증기가 터져 나올 수 있는 정비 작업이라 위험하다고 건의했지만 원청 관리자는 “살살 조립하면 된다”며 그의 말을 묵살했다.
남부발전의 부당작업지시로 인한 A씨는 스트레스를 자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씨의 아내는 언론을 통해 남부발전 감독들이 작업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만 만들라 지시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엄정 조처하겠다”던 이승우 사장, 국정감사에는 “안전관리 미흡”만 언급
사고 발생 후 노사 각 2명씩 참여한 공동 조사위원회에서 남부발전이 추가로 A씨에 갑질한 사실도 드러나게 됐다. 진상조사결과보고회에 따르면 ▲냉각수 열교환기 공급밸브 교체작업 ▲염산탱크 하역 손상부 정비작업 ▲오일탱크 상부청소작업 등 갑질행위가 확인됐고, 작업절차와 안전조치의무 위반도 인정됐다. ▲밸브 분해조립작업을 했던 A씨를 두고 한국플랜트서비스 소장은 남부발전 직원에게 “우리가 2% 부족해”라고 언급해 모멸감을 느끼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진상조사 결과가 명확히 확인됐는데도, 이승우 사장은 ‘엄정하게 조처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업무상재해로 인정해달라 요구하는 A씨를 향해 “발전소 내 신고제가 스티커로 홍보돼 있어 익명신고가 가능하다”는 말로 A씨 요구를 묵살했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승우 사장은 “안전보호 시스템이 있음에도 안전관리가 미흡했던 점이 안타깝다”고 발언하는 것에서만 그쳤다.
투신한 A씨는 사고 당시 척추와 발목 등이 골절되는 등 중상해를 입었고, 현재는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더욱이 이 일이 트라우마가 돼 우울증 약물치료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판정위는 원청 근로자들의 부당 강압적인 업무지시가 진상조사 결과에서 상당 부분 확인된 점, 심리적 강박 속에서 염산가스 누출로 생명의 위협을 급격히 느낀 점 등을 확인 A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이번 업무상재해 결정관련 남부발전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질의했지만 끝내 답을 듣지 못 했다. [시사캐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