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국내 면세점 업계가 끝없는 부진을 겪고 있다. 국내 면세점 빅4 사업자로 꼽히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 현대 등은 올해 3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이중 롯데와 신라, 현대는 올해 인사에서 나란히 대표를 교체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여름에 비상경영에 돌입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신세계는 최근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고사 위기에 놓인 면세점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꺼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현재 면세 주류의 총 용량은 2ℓ, 400달러 이하에서 2병까지 들여올 수 있는데, 이를 병수 제한 없이 들여올 수 있도록 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휴대 반입하는 주류 병 수 제한을 완화해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의도다.
특허수수료도 낮춘다. 특허수수료는 면세점의 사회적 기여를 위해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제도다. 매출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데, 현재 연 매출 2000억원 이하 면세점은 0.1%, 2000억~1조원 미만은 0.5%, 1조원 이상은 1%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은 0.01% 수준이다.
그런데 앞으론 이중 절반만 부담시키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면세점의 부진한 업황을 고려해 수수료를 50% 인하할 생각”이라며 “2024년도분이 4월에 납부되는데 면세업계 특허수수료가 400억원에서 200억원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재부는 내년 1분기 중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시행해 2024년도분부터 인하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소비 패턴 변화와 해외 면세점과의 경쟁 심화로 국내 면세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면세업계는 정부 대책이 직접적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는 만큼 반가움을 내비쳤다. 다만 실제로 기사회생할 수 있을 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국 면세점 산업의 침체 이유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오지 않는 건 아니다.
올해 1∼10월 누적 방한객은 1374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54.7% 늘었고 팬데믹 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94%를 기록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덩달아 내국인 출국자 수도 늘어나고 있지만, 면세점에서의 소비가 줄어들었다. 면세점 대신 직구(해외 직접구매)를 택하는 등 소비패턴이 바뀐 영향이 컸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 특수’는 사라진지 오래다. 과거 업황이 좋았던 건 순전히 ‘유커’로 불리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이 면세품을 대거 사들였기 때문인데, 지금은 이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중국의 경기 침체도 문제였지만, 중국 정부가 내국인 대상 시내 면세점을 육성하는 ‘면세점 굴기’에 나서면서 한국 면세점의 경쟁력까지 악화했다.
여기에 최근엔 12·3 비상계엄 사태와 고환율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 고공행진은 당장 면세점 업계에 충격파로 작용했다. 면세점은 달러를 기준으로 판매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환율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오르면 제품 가격도 올라 가격경쟁력이 약해진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장기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선 특단의 지원 대책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다”면서 “지갑을 크게 열던 중국인 관광객이 돌아오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경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