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정민지 기자)
최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자산 기준 40대 재벌그룹에서 지금까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곳은 모두 17개로 나타났다. 재벌그룹 두 곳 중 한 곳에서 총수 일가 형제 등 혈족 간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그중 형제간 상속재산이나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이 가장 잦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 ´형제의 난´ 논란에 휩싸였던 기업 사례들을 조사해봤다.
①두산그룹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간 분쟁은 두산그룹 고 박용오 전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두산그룹은 2005년 고 전 박 회장이 동생 박용성 전 회장의 그룹 회장 추대에 반발하면서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고 박 전 회장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두산그룹 회장을 지냈다. 이후 자신의 큰 형, 현 박용곤 명예회장이 회장직을 동생 박용성 전 회장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자 고 박 전 회장은 이사회 하루 전날인 2005년 7월 20일 일가의 비자금 내용이 담긴 문건을 통째로 검찰에 제출했다.
결국 형제는 분식회계를 벌인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고,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07년 두 사람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형제의 난은 고 박 전 회장이 2008년 3월 성지건설을 인수하면서 공식적으로 정리됐으나 그는 가문에서 제명되고 만다.
고 박 전 회장은 2008년 건설업계 50위 권의 성지건설을 인수했지만 경영난에 시달렸다. 성지건설은 부동산 경기침체의 여파로 영업실적이 악화, 차입금이 대폭 늘어나면서 경영상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 박 전 회장 재직 당시 시공능력 순위도 50위권에서 65위로 하락했다. 2007년까지 9% 이상을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은 2008년에 5.4%로 떨어졌고 2009년 상반기에는 1.7% 수준까지 밀렸다. 2007년 187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작년 136억 원으로 대폭 줄었고 2009년 상반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8억 원에 불과했다.
차입금이 늘면서 금융비용도 급격히 늘어났고 고 박 전 회장은 심각한 자금압박에 시달렸다. 또한 일각에서는 두산가에서 제명되면서 겪은 외로움도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보았다.
고 박 전 회장은 형제의 난 이후 사실상 형제들과 일절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차남인 박중원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것도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2009년 박용오 전 회장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비극적인 결말을 맺었다.
②금호아시아나그룹
최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의 회장이 친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을 4000억 대 배임 혐의로 고소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박찬구 회장은 고소장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9년 12월 재무구조가 나빠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기업어음(CP) 4200억 원가량을 발행해 계열사들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튿날 4270억 원 규모의 CP를 발행했고, 부실 우려가 예상됨에도 계열사에 강매해 손실을 끼쳤다는 것.
두 사람의 갈등은 2005년 5월 첫째 형인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부터다. 형제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의견차로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6년 인수한 대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졌고 박찬구 회장은 형의 책임을 주장하며 금호산업 주식을 팔고 금호석화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박삼구 회장은 2009년 7월 동생을 금호석화 대표에서 해임했다.
결국 두 형제는 2009년 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다투다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로 분리 경영을 하기로 했다. 이후 각종 경영권과 상표권 등을 놓고 소송전을 벌여왔고 서로를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두 형제는 올해 상반기에도 고소 1건, 소송제기 2건을 추가해 대립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 2월 박찬구 회장 측이 박삼구 회장의 일정이 기록된 문건을 빼돌려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일정을 빼내게 한 혐의로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고소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3월에는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자 동생 박찬구 회장 측이 주총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낸 데 이어 박삼구 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③ 삼성그룹
국내 1위 재벌그룹인 범 삼성그룹 총수 일가도 형제간의 싸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최근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놓고 벌어졌던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속 소송이 2년여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2월 이 전회장은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주위의 만류도 있고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간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상고를 포기했다.
삼성가 소송은 2012년 2월 이 씨가 이 회장을 상대로 약 7100억 원 규모의 상속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 전 회장은 아버지인 이병철 선대회장이 생전에 제 3자 명의로 신탁해둔 주식(차명주식)을 이 회장이 다른 형제들 몰래 자신의 명의로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삼성생명 주식 824만 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배당금 1억 원 등 약 7000억 원을 나눠달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 회장 누나인 숙희 씨와 형 창의 씨의 며느리 최선희 씨도 소송에 합류하면서 소송가액은 4조 원을 넘어섰다.
다음해 2월 이 전 회장 측은 1심에서 패소, 같은 달 15일 소송 가액을 96억 원으로 줄여 항소를 제기했다.
최종 변론에서 이 전 회장 측은 소송가액을 9400억 원으로 확정하고 에버랜드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14부(윤준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이 전 회장과 이 회장의 상속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이 회장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이후 이 씨측은 상고의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이미 1심과 2심에서 패소해 승산과 실익이 없다는 것으로 판단, 상고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