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박삼구 때문에 수천억 종잇조각 돼˝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CP투입 때 경영 손 떼˝
금호석유화학 ˝박삼구 5개회사 대표로 있었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윤진석 기자)
금호가(家)의 기업어음(CP) 소송전이 형제간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최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사장이 친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이례적인 것은 이번에 처음 상대를 직접 지목해 검찰에 고소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CP 발행 배임 고소건이 2010년 경영 분리 선언 이후 불거졌던 상표권,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치 가처분, 계열분리 등 양측의 분쟁을 한 번에 풀 수 있는 핵심 소송이라는 관측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장기석)는 지난 3일 박찬구 회장 측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가 박삼구 회장을 비롯해 기옥 금호터미널 대표, 오남수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이사를 배임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배당받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박찬구 회장은 왜 친형을 고소하기에 이르렀을까.박삼구 회장 등 피고소인들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지난 2009년 12월 부실 기업어음(CP) 4200억 원어치를 발행한 뒤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 등 12개 계열사에 강매해 손해를 보게 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같은 해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 후유증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가운데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 이후 사실상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해인 6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로부터 4270억 원 규모의 CP를 발행하게 하고, 이를 다시 금호석유화학 등 12개 계열사에서 사들이도록 했다.
그런 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이사회를 연 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로 인해 12개 계열사들이 매입한 CP의 신용등급은 C등급까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범죄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 워크아웃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일갈했다.
게다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박찬구 회장을 위해 계열사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전가하는 배임 행위로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시사캐스트>와의 통화에서 “모든 계열사에서 손해가 났다. 아시아나항공 같은 경우에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금호산업의 어음들을 다 출자전환하고 연속 감사를 받았다. 대한통운 경우는 CJ로 팔려갔고, 남아있는 회사들도 모두 다양한 양태로 손실처리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CP 매입 시 든 돈은 총 4200억 원이었는데 현재는 종잇조각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이에 대한 변으로 “금호타이어 등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당시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2009년 12월은 신규 CP 투입이 아닌 만기 연장”이라고 반박했다.
오너 책임과 관련해서도 “2009년 당시 박찬구 회장은 동반 퇴진한 때라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 측은 박찬구 회장이야말로 CP매입의 정점에 있는 한편 모든 손실의 원인제공자라고 지목했다.
동반퇴진 후에도 박찬구 회장은 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았을 뿐 5개 회사의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 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5개 회사는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이다.
금호석유화학측은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들이 그룹 오너가 떠넘긴 CP를 받아준 것 역시 문제라고 비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CP를 넘긴다고 해도 받을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이 있었는데 이를 어긴 채 무조건 CP를 매입한 것은 잘못됐다는 견해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당시 대표이사였던 기옥 금호터미널 대표이사를 고발한 상태다.
신규 CP 발행 여부와 관련해서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는 것이 금호석유화학 측의 판단이다.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12월뿐만 아니라 7월 이후부터 하반기동안 계속 수많은 CP를 발행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 12월 등 특정시점에 국한해서 답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금호가의 형제 싸움은 10여년 가까이 거듭되고 있다.
금호그룹 창업주인 박인천 회장이 1984년 별세한 후인 20여년가량은 형제간의 우애 경영 면에서 별 문제 없었다는 것이 재계의 전언이다.
형제간의 다툼이 촉발된 것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때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찬구 회장이 회사 인수를 둘러싸고 극심한 의견대립을 보이면서 심각한 갈등 구도로 치닫게 됐다는 평가다.
금호그룹의 경영권 분쟁으로 파생되면서 이들 형제는 2009년 7월 동반퇴진하기에 이른다. 금호그룹 역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나눠지는 분리경영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박삼구·찬구 회장은 채권단의 중재로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등 그룹 핵심 회사의 회장 직에 복귀했지만, 형제간의 분쟁은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소송을 통한 양측의 맞불작전은 가열차다.
박삼구·찬구 회장은 2011년 검찰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금호석유화학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관련 제보의 배후를 놓고 각종 비방과 고소고발조치를 벌였다.
올 2월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삼구 회장의 일정을 몰래 빼낸 혐의로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고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3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박삼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자, 박찬구 회장 측에서 주총 결의를 무효로 하고 박삼구 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소송전도 전개된 바 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지지 않고 아시아나항공 주식 12.6%를 박삼구 회장 계열의 금호산업에 매각하라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2009년 CP 소송전 관련, 고소인과 참고인을 먼저 불러 조사한 후 피고소인 자격에 처한 박삼구 회장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