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이현주 기자)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두 가지의 선택지를 두고 고민한다.
-'LG 할까, 삼성 할까'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가전업계의 쌍두마차다. 두 기업의 경쟁 구도는 삼성이 전자 산업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작됐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는 1996년 국내 최초로 흑백 TV를 생산하고 라디오를 개발하며 전자업계에서 대항마 없는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었고, 삼성은 설탕, 조미료, 모직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1968년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하며 불꽃 튀는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두 기업의 경쟁은 5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국내 가전업계 1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기 위한 격전이다.
'AI'로 일상을 더 편리하게
쟁쟁한 경쟁 속에서도 LG전자는 가전업계 터줏대감답게 시대 흐름을 읽으며 가전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내다보는 LG전자의 시선이 '인공지능(AI)'에 꽂혔다. AI가 여러 분야에 적용돼 일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가전산업도 예외는 아닐 터. 더 편리하고, 더 똑똑한 가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AI가전'은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는 AI가전을 넘어 집 전체를 AI로 제어하는 AI홈이 주목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서 업계 최초로 생성형 AI를 탑재한 공감지능(AI)홈 허브 'LG 씽큐 온(LG ThinQ ON)'을 선보였다.
LG AI홈의 허브인 LG 씽큐 온은 집 안 가전과 IoT 기기들을 24시간 내내 연결 상태로 유지하는 핵심 디바이스로, 집 안 환경, 가전 및 기기들을 상시 모니터링하다가 고객과 대화하며 상황을 판단, 각종 기기를 최적의 상태로 제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음성인식 스피커는 질문에 대해 단답형의 단순한 답과 정해진 명령을 이행하는 수준이었다면, LG 씽큐 온은 생성형 AI가 탑재돼 고객과 일상 언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예컨대, 고객이 LG 씽큐 온에 "하이 LG, 오늘 일정 어떻게 돼?"라고 물으면 LG 씽큐 온은 고객의 일정을 확인해 "오전 10시에 테니스 강습이 예정돼 있어요"와 같이 답변한다. 강습 장소까지 이동 시간을 물으면 실시간 교통 상황을 확인해 예상 소요 시간을 알려주고 "서둘러 출발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와 같이 상황에 맞게 제안한다. 고객이 원할 때는 택시를 호출해주기도 한다. 또 운동을 마치고 오는 시간에 맞춰 고객이 지정한 조건에 따라 세탁기를 '기능성 의류' 코스로 설정해 준다. 그야말로 최적화된 일상 속 개인비서를 채용한 셈이다.
특히 LG 씽큐 온은 개방형 스마트홈 연동 표준인 매터(Matter) 인증을 받았다. 와이파이(Wi-Fi), 쓰레드(Thread) 등 다양한 연결 방식을 지원하는 메터 표준으로 국내외 가전과 IoT 기기를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
앞서 LG전자는 가전과 IoT 기기를 연결하는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Athom)'을 인수하고, 앳홈의 광범위한 개방형 생태계와 IoT 기기 연결성을 씽큐 온에 통합했다. 앳홈의 호미 앱스토어에는 필립스, 아카라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 제어하는 앱이 1000여 개 등록돼 있다. 앳홈이 구축한 오픈 플랫폼에서 전 세계 개발자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허브와 연결되는 브랜드, 기기의 종류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홈을 구축하는 데 있어 보안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LG전자는 LG 씽큐 온에 자체 데이터 보안시스템 'LG 쉴드'를 적용했다. LG 쉴드는 제품과 데이터를 안전한 상태로 보호하는 LG전자의 보안 시스템으로, 주요 데이터를 암호화한 뒤 분리된 공간에 안전하게 저장, 외부에서 작동 코드를 해킹하거나 변조하지 못하도록 보호한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연 평균 약 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36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홈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는 상황. LG전자는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초석을 빠르게 마련해가고 있다.
'webOS'로 일상을 더 풍요롭게
LG전자는 주력 사업인 가전 사업을 비롯해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의 핵심 동력은 독자적인 스마트 TV 플랫폼 'webOS'다.
webOS는 LG 스마트 TV의 운영체제로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이 LG전자 스마트 TV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2014년부터 LG 스마트 TV에 탑재되고 있다.
이제 TV는 단순히 보는 것(Watching)을 넘어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콘텐츠와 서비스를 탐색하고 활용하는(Using) 기기로 변화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앞서 LG전자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LG전자는 지난 2023년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 전환을 골자로 한 '2030 미래비전'을 발표했다. 전략에 따라 LG전자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업체로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webOS 플랫폼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webOS는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 게이밍, 홈피트니스, 교육, 원격의료, 쇼핑 등 약 4000개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플랫폼 내 광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광고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LG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LG 채널은 글로벌 29개국에 3800개 이상 채널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프리미엄 콘텐츠 채널 'LG Channels Showcase', 'LG 1' 론칭, 독점 콘텐츠 확대, 국가별 맞춤 콘텐츠 운영 등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webOS는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일례로, 가족 구성원의 목소리를 구별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서비스 경험을 선사한다. 매직 리모컨에 "재미있는 TV 프로그램 보여줘"라고 말하면 목소리 주인공의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결과를 보여준다.
LG전자는 TV 외에 프로젝터, 모니터, 사이니지, 모빌리티 등의 제품군으로도 webOS 적용을 확대하며 고객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10년간 판매한 스마트 TV는 2억 2천만 대에 이른다. 이는 플랫폼 사업의 기반이 되고 있다. 현재 스마트 TV 플랫폼으로 webOS를 택한 타 브랜드는 첫 공급을 시작한 2021년 20여 개에서 현재 400개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서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해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TV에서 검증된 webOS를 기반으로 고객이 차량 내부에 최적화된 UX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차량 특화 webOS를 개발했다. 차량용 webOS 콘텐츠 플랫폼은 LG전자의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솔루션인 'LG 알파웨어' 중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솔루션으로, 고객의 생활공간을 차량으로 확대하고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TV를 통해 즐기던 LG채널, 유튜브, 넷플릭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차 안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차량용 LG채널을 통해서는 국내 80여 개 채널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VOD 400여 편을 시청할 수 있다. 회원가입 없이 고품질 스트리밍 영상을 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뉴스 시청도 가능하다.
LG전자는 TV, 생활가전 등 핵심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차량 이용자들에게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며 인포테인먼트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B2B 사업 가속... 2030 미래비전 향한 '진일보'
한편 LG전자는 2030 미래비전 달성을 목표로 B2B(기업간거래)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 가운데 B2B 비중을 4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B2B 매출 비중은 지난 2021년 27%에서 지난해 상반기 35%를 기록했다. B2B 가속화를 위한 LG전자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LG전자 BS사업본부는 호텔, 매장, 기업, 학교 등 특정 고객군별 맞춤 상업용 디스플레이부터 LG 그램·모니터 등 IT기기, 상업용 로봇, 전기차 충전기 등 LG전자의 대표 B2B 제품과 솔루션 사업을 이끌고 있다.
B2B는 B2C 대비 외부환경의 영향을 덜 받아 일단 궤도에 오르면 안정적 매출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락인(Lock-in) 효과로 고객과 관계를 지속하며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라는 점도 LG전자가 B2B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LG전자는 호텔 및 병원 TV·사이니지 등 상업용 디스플레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2019년 이후 LG전자의 상업용 디스플레이 사업은 연평균 7% 수준으로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LG전자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올인원 LED, 마이크로 LED 등 프리미엄 파인피치 LED 사이니지 제품을 중심으로 공간별 맞춤 디스플레이 솔루션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특히 미래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마이크로 LED 'LG 매그니트'는 다양한 라인업을 지속해 선보이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LG전자는 고객의 잠재 수요를 발굴하고 제품에 소프트웨어(SW)와 공간별 맞춤 솔루션 등을 제공해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도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호텔 및 병원용 호스피탈리티 TV에 적용한 구글 캐스트, 애플 에어플레이 등 화면 무선공유 기능이 있다. 객실 TV 화면 내 QR코드만 스캔하면 개인 기기에서 즐기던 콘텐츠를 TV에서 바로 이어볼 수 있고, 퇴실 시에는 시청 및 TV 연결 이력이 자동 삭제된다. LG전자는 IHG 호텔앤리조트, 하얏트 등 글로벌 호텔 체인과 협업해 글로벌 호텔 및 병원 TV 시장으로도 빠르게 발을 넓혀가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파트너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초 미국 텍사스에 충전기 생산 거점을 구축한 데 이어 6월에는 북미 1위 전기차 충전 사업자인 차지포인트(ChargePoint)와 협력 관계를 맺고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또 미국 호텔 및 병원 TV, 사이니지 등 B2B 사업을 통해 구축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수요를 공략, 수익 창출의 길을 열어가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 내 8%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해 글로벌 탑티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최근 이슈가 된 전기차 충전기 화재와 관련해서는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적용했다. LG전자 전기차 충전기에 적용된 '충전 제어 시스템'은 화재 원인이 되는 과충전을 방지한다. 또 충전기 설치 공간 내 전력 상황에 따라 출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부하관리 솔루션'도 탑재해 안정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의료용 모니터도 일찍이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었다. 의료용 모니터는 국가별 의료기기 규격, 의료용 영상 표시 규격인 '다이콤(DICOM) Part 14' 등을 충족하는 높은 화질 정확도와 신뢰성을 필요로 해 진입장벽이 높은 제품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용 모니터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25억 달러(한화 약 3조 3천억 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미,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는 병원에서 엑스레이, 내시경 등으로 획득한 이미지를 확인할 때 의료용 모니터를 사용하도록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은 편이다.
LG전자는 2016년 의료용 모니터를 처음 선보인 후 북미, 유럽 등을 중심으로 매년 2배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임상용, 진단용, 수술용 등 총 14종의 의료용 모니터와 6종의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DXD)를 글로벌 50여 개국 의료기관에 판매하고 있다. LG전자는 의료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한꺼번에 공급하는 '턴키 수주'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향후 의료용 모니터 및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 등에서 획득한 데이터 분석 및 솔루션 제공에 AI를 적용하는 한편 의료 이미징 장비 사업으로의 확장을 검토 중이다.
'LG'로 일상을 더 스마트하게
LG전자의 대규모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인 '2030 미래비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성공적으로 도움닫기를 한 LG전자는 스퍼트를 올리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사업본부 체제를 넘어 ▲사업 잠재력 극대화 ▲플랫폼 기반 서비스사업 강화 ▲B2B 가속화 ▲유망 분야 신성장동력 확보 등의 포트폴리오 혁신 전략을 가속화하고 조직 간 시너지를 높이는 사업본부 재편을 골자로 한다.
B2B 가속화의 한 축인 HVAC(냉난방공조) 사업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해외영업본부에 해외 B2B 컨트롤타워 역할을 새롭게 부여했다. 플랫폼 기반 서비스사업 확대를 위해 TV, 모니터, 사이니지 등 디스플레이 기반 사업을 통합 운영해 시너지를 내는 한편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사업은 안정적 지원이 가능하고 사업 간 관련성이 높은 사업본부로 전격 재배치했다.
LG전자는 글로벌 선도 가전 브랜드에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LG 브랜드가 가전을 넘어 일상에 스며들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