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트럼프 2.0’ 시대가 열렸다. 4년 만에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의 교역 규모와 자본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당장 트럼프의 당선 확정 소식이 알려지자, LG에너지솔루션(-7.02%), POSCO홀딩스(-5.01%) 등 국내 2차전지주가 급락했다. 한화솔루션(-8.22%), 씨에스윈드(-8.72%) 등 신재생에너지주도 하락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유세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법)’의 전면 폐기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칩스법은 기업이 미국에서 반도체 제조 시설을 짓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게 골자인 제도다. IRA법은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두 법이 폐지되면 미국 내 조 단위의 투자를 집행 중인 국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업체들은 보조금과 세제혜택 축소를 각오해야 할 상황이 됐다.
중국을 배척하는 외교 노선을 강조해온 트럼프 당선자의 태도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 기업들에는 커다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관세’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에는 20%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60%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다. 이미 1기 행정부 시기인 지난 2018년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적도 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한국의 수출이 크게 감소될 거란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4 미국 대선: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는 트럼프가 당선돼 10~20%의 일괄적인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52억~304억 달러(약 21조~42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미국이 제3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해당 국가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기 때문에, 한국산 중간재의 수입도 47억~116억 달러 감소하는 간접적 영향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상대국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의 수출이 감소해 한국산 중간재 수입이 약 6억~28억 달러 감소할 수도 있다.
지난해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인 444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이 기록마저 경신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수출 실적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이 같은 약속을 실제로 정책으로 실행할지는 알 수 없다. 수출기업 관계자는 “관세는 세계 무역을 저해하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많은 국가들이 관세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 왔고, 무역 전쟁은 확대하기 쉽지만 완화하기는 어렵다”면서 “첨단 반도체의 90%가 미국 밖에서 생산되는 상황에서 마냥 관세를 높게 책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