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지난 8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이른바 ‘전기차 화재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면서 국내 전기차 판매량도 급감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와 같이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 수단(PM·Personal Mobility)의 화재 사고도 잇따르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충전 도중 화재 잇따라
# 지난 24일 경기 포천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파트 주민 80명이 한밤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펌프차 등 장비 25대와 소방대원 72명이 동원돼 화재 발생 50분 만에 불길이 잡혔는데, 조사 결과 전기자전거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 지난 5일에는 경기도 이천 다세대 주택에서 전통킥보드로 인한 화재 사고가 발생해 주민 3명이 건물 난간에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조사 결과 불은 전동킥보드에서 시작됐으며, 불은 집안 전체를 태워 가전제품과 집기류가 모두 잿더미가 됐다.
이처럼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가기에는 거리가 애매할 때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 바로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다. 그러나 개인형 이동장치 보급이 확대되면서 화재 사고도 매년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자전거 화재는 총 42건으로 전년(23건)보다 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자전거 화재는 2021년 11건에서 이듬해 23건으로 2배 증가한 데 이어 1년 만에 배로 늘었고, 올해는 지난 7월까지 총 18건이 발생했다.
전동킥보드도 예외는 아니다. 전동킥보드 화재 사고는 2021년 85건에서 이듬해 142건으로 67%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14건으로 여전히 100건이 넘는다. 이들 제품은 모두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데, 배터리를 과충전하거나 손상됐을 때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작은 크기에 고밀도의 저장용량을 가지고 있어 외부 충격이나 과충전 시 온도가 급격히 오르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열폭주는 배터리 내부 열과 압력이 상승하는 현상으로 화재나 폭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천의 한 전동킥보드 판매 업체 대표 A씨는 “전동킥보드를 구매하는 고객마다 절대 과충전하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지만 대부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밤새 충전기에 연결해두거나 충전 상태로 며칠 동안 집을 비우는 경우도 많다”라며 “배터리를 충전할 때 아무리 바빠도 급속 충전기보다는 전용 충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며, 충전이 완료된 후에는 바로 충전기 코드를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충전 장소는 야외가 가장 안전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가정에서 충전해야 한다면 화재 발생 시 대피로 확보를 위해 비상구 근처나 현관, 아파트 복도는 피하는 것이 좋다. 소방청은 개인형 이동장치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먼저 KC 인증 장비를 사용하고, 주행 전후 배터리 등 제품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한 후 직사광선 노출이나 고온을 피해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선 제품을 유통·판매하려면 KC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만일 이 인증을 받지 않고 유통·판매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아울러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는 충전 도중 넘어지지 않도록 평평하고 건조한 곳에서 충전해야 하고, 사용 도중 냄새나 소리가 나거나 제품 색깔이 변하는 등 이상이 나타나면 바로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소방청은 강조했다.
한편 리튬 이온 배터리는 충전하고 있지 않아도 외부의 충격 또는 손상으로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처 요령도 숙지해놓는 것이 좋다. 만일 화재가 발생했다면 소화기로 초기에 진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미 불이 크게 번졌다면 열 폭주 현상 때문에 일반 소화기로는 불을 끌 수 없으니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성 물질인 ‘불산’이 발생하기 때문에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코와 입을 막고, 연기가 나지 않는 곳으로 즉시 대피해야 한다. [시사캐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