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피벗…기준금리 3.5%→3.25%로 인하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산하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추가 인하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한은이 지난 2021년 8월 0.25%p 인상 이후 긴축(금리인상) 기조를 끝내고 완화(금리인하)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3년2개월 만에 통화정책 전환(피벗)으로 해석한다. 그만큼 민간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다는 의미다. 금리를 내려 내수시장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 것.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은 오는 11월보다는 내년 1~2월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한은의 금리 인하로 국내 증시나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9월 미국의 빅컷(0.5%p 기준금리 인하)으로 이미 피벗 가능성이 증시나 채권금리에 미리 반영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주식시장은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지수는 2.25포인트(0.09%) 내린 2596.91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4.50포인트(0.58%) 하락해 770.98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만 5990억원 어치나 팔았다.
■ 물가안정…내수활성화
한은이 금리를 내린 것은 물가가 안정됐다는 판단이다. 또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률이 둔화된 것도 금리인하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경기침체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통화 긴축의 목표인 '2%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안정된 만큼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향후 민간부문의 금융비용 상승과 내수(소비+투자) 부진 등에 따른 경기둔화로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이 있지만 금융안정 이슈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은도 금리를 내렸지만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리스크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를 언급했다. 추가 금리인하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연내 추가 인하보다는 내년 초로 미뤄질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김완중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금통위는 금리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점검과 함께 글로벌 금리인하 사이클, 성장경로, 물가 등을 고려해 오는 2025년 중 2~3회의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주식시장 훈풍은 미미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으로 큰 폭의 상승을 기대했던 주식시장은 미지근하다. 금리인하 재료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데다 주요 기업 실적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9월 국내 증시에서 7조3610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는 지난 2021년 8월 이후 약 3년2개월 만의 최대 규모 순매도 기록이다. 특히 하반기 들어 국내 시장 수급 상황이 나빠졌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뒤 한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증시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또 최근 삼성전자가 '어닝 쇼크' 수준의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다른 기업들의 실적 부진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시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외국인의 매도세에 1년9개월 만의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5만전자' 늪에 빠졌다. 외국인은 지난 11일까지 23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하며 10조원 어치의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조건으로 기업실적 반등과 외국인 매도세 진정을 꼽고 있다. 삼성전자 등 기업실적 호조와 외국인 매수 전환이 있기까지 증시가 탄력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