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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돋보기] 배추 2만원 넘기자 포장김치 동났다…‘김치 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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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돋보기] 배추 2만원 넘기자 포장김치 동났다…‘김치 대란’ 오나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4.09.27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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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에게 김치를 담가주는 것이 낙인데 못 담가줘서 마음 아파”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대기업 브랜드가 운영하는 온라인 몰에서 일시품절된 포장김치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폭염으로 인해 고품질의 배추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배추 산지를 돌아다니며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10월 중순경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지난 23일 한 김치생산업체는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위와 같은 공지문을 내걸었다. 해당 업체에서 포장김치를 사먹는다는 성모(36)씨는 “평소 김치찌개나 김치볶음밥을 자주 해 먹기 때문에 1~2주에 한 번씩 김치를 주문하는데 품절된 것은 처음 봤다”며 “처음에는 사이트가 잘못된 줄 알았고, 말로만 듣던 기후 위기가 이제 식탁에까지 영향을 미침을 체감했다”고 했다.

업계 1·2위 대상·CJ제일제당 포장김치 속속 품절

요즘 배추, 한 포기에 2만원대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폭염으로 여름 배추 공급이 부족해지고 배춧값이 폭등하자 대기업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몰에서 일시품절된 포장김치 상품이 50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가 김치’로 포장김치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는 대상 측은 김치 재고가 충분하지 않아 자사몰의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상 자사몰 정원e샵에서 배추김치 상품 42개 가운데 포기김치, 묵은지, 백김치 등 35개는 ‘일시품절’ 상태이며 맛김치 등 7가지만 판매 중이다. 대상은 비축했던 배추를 소진한 상황이다.

포장김치 2위인 CJ제일제당의 CJ더마켓에서는 비비고 배추김치 29개 상품 가운데 21개가 일시 동났다. 정원e샵과 CJ더마켓의 일시품절 상품은 갈수록 늘고 있다. 종가 김치와 비비고 브랜드 배추김치 일시품절 상품은 73개 중 56개로 3분의 2에 이른다. 풀무원 자사몰에서도 배추김치 2종이 일시품절 상태로 SSG닷컴(쓱닷컴) 등 몇몇 온라인몰에서도 종가 김치, 비비고 김치 등 일부 상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치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배추가 적게 들어오는데 배추 가격이 오른다고 하니 포장김치 수요는 더 늘어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으로 배추 작황이 악화…배춧값 1년 전보다 45% 올라

역대급 폭염으로 배추 작황이 악화되며 김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주부 장모(44)씨는 “가족들이 평소 김치를 많이 먹어 자주 김치를 담는다”라며 “특히 겉절이를 좋아해 1~2포기씩 자주 샀는데 이번에 마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 포기에 1만9000원이라고 되어 있어서 가격표가 잘못된 줄 알고 몇 번을 확인했다”라며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라고 전했다.

손주들에게 김치를 담가주는 것이 낙이라는 한모(72)할머니는 “우리 손주들이 내가 담근 김치를 좋아해 배추김치, 파김치, 열무김치 등 시간만 나면 만들어서 보내주는데 추석 전부터는 배추김치를 담가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라며 “좀 쌀쌀해지면 김장도 해야 할 텐데 이렇게 비싸서 올해 김장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으로 배추 작황이 악화되며 김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배추는 15~20도의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름철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면 노지(露地) 재배가 어렵다. 올해는 폭염이 장기화되며 작황이 부진했고, 배추 가격은 폭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중순 배추(상품) 도매 가격은 10㎏당 4만15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2만392원)의 2배 가량으로 치솟았다.

김치 생산업체들은 “배추 물량 부족에 가격까지 치솟으니 김치를 담가 팔 수가 없다”며 “그렇다고 갑자기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수급 상황이 괜찮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폭염으로 배추 수급이 어려운 시기”라면서도 “현재 9월 말로 접어들고 있으며 김장철은 10월 중순 이후로 배추 수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추뿐만 아니라 다른 채소들의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시금치, 무, 상추 등 주요 채소의 소매가격이 전년 대비 크게 상승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 “돌발변수에 대비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

주부 양모(40)씨도 “최근 마트에서 배추 3포기를 5만 원에 샀다. 채소 가격이 너무 비싸 당분간 마트 갈 엄두가 나질 않아 당분간 포장김치를 사 먹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에 마트에 갔는데 만들어진 김치조차 품절이 나서 그냥 돌아왔다. 요즘은 배추이건 만들어진 김치건 사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분간 배추 공급량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 27일을 시작으로 중국 배추 수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산지 유통인과 농협이 물량을 조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출하 장려금을 지속 지원하고,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다음 달 2일까지 대형마트 등에서 최대 40%까지 할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상 이변과 확산되는 중동 변수 등 국제유가 불안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외 악재들을 면밀히 주시하고 돌발변수에 대비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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