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미혼남녀의 절반 이상이 결혼과 출산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은 최근 리서치업체 엠브레인과 함께 전국의 20∼4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심층 인식조사를 한 결과를 밝혔다.
이처럼 미혼남녀가 결혼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 미혼남녀(1164명)의 절반인 53.2%만이 ‘결혼 의향이 있다’고 했다. ‘결혼 의향이 없다’는 27.4%, ‘잘 모르겠다’는 19.4%였다. 결혼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는 성별로 여성(34.6%)이 남성(21.5%)보다 높았다. 그 이유로 남성은 ‘경제적으로 불안해서’(20.1%)를, 여성은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17.6%)를 꼽았다.
여성들 ‘아이 낳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직장인 송모(34)씨는 “주위에서 결혼할 시기가 됐는데 왜 아직 결혼을 안 하냐고 묻는다”라며 “여자친구는 있지만 결혼생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은 현실이니 준비가 여러 가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경제적으로 미약해서 결혼할 수가 없다”라며 “집을 사기는커녕 전세자금 마련도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니 다른 건 준비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라고 전했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는 전모(35)씨 역시 “결혼은 나이가 됐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요즘 느낀다”라며 “먹고 사는 것도 힘든데 결혼해서 가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숨을 쉴 수도 없을 만큼 갑갑하다”고 전했다.
‘출산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42.6%에 달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52.9%) 남성(33.1%)보다 많았다. 연령별 비출산 의향은 40대가 63.9%로 가장 높았고 30대와 20대가 각각 35.2%, 23.6%를 기록했다. 출산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 여성은 ‘아이를 낳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3.9%), ‘자녀를 돌봄․ 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12.7%) 등을 꼽았다.
헤어디자이너 장모(34)씨는 “아직 미혼이지만 결혼한 후 아이가 생기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라며 “돌봄 이모님을 쓰기에는 너무 많은 인건비를 드려야 하고, 부모님도 지방에 계셔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안되니 만약 결혼을 한다해도 아이는 낳지 못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옷 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33)씨도 “결혼한 친구들을 보니 아이 육아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것을 자주 봤다”라며 “결혼하고 무턱대고 아이를 낳으면 결국 엄마의 역할이 더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한 후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55.9%는 정부 정책이나 기업 지원과 무관하게 비출산 입장 밝혀
남성의 경우 ‘고용상태․ 직업이 불안정하다고 느껴서’(17.9%), ‘자녀를 돌봄․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16.0%)라고 답변한 이들이 많았다. 결혼이나 출산 의향이 없더라도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이 확대되면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결혼 생각이 없는 미혼 남녀 544명 중 38.6%는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이 늘어나면 의향을 바꿀 수 있는 유동층이었다.
직장인 성모(36)씨는 “요즘 직장인들이 해고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라며 “직장이 안정적이지 못하니 결혼이나 출산은 먼 나라 얘기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도움을 주거나 혜택이 있으면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출산은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61.4%는 정부 정책이나 기업 지원과 무관하게 비혼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고정층이었다.
출산 의향이 없는 1245명 중 44.1%도 정부 정책과 기업 지원이 대폭 확대되면 출산 의향이 있다고 했다. 반대로 55.9%는 정부 정책이나 기업 지원과 무관하게 비출산 입장을 고수했다.
젊은층, ‘저출생은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인식
한편 올해 육아정책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25~29세 남성의 91.3%, 같은 연령대 여성의 83.1%가 ‘저출생은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인식했다. 30대도 남녀를 불문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25~29세에서 저출생 정책 효과가 있는지와 관련한 질문에 긍정 응답한 비율은 남성이 7.6% 여성이 4.9%였다. 30대에서도 긍정 응답은 10% 안팎으로 나왔다.
정부 정책 중 세제혜택 확대, 자녀가 있는 가구에 대한 다양한 할인 혜택 부여, 군 가산제와 유사한 출산에 대한 가산제 도입 등과 같은 정책과 관련해선 남성이 동의하는 비율이 여성보다 높았다. 반면 남녀 평등한 육아문화 조성, 자유로운 육아휴직제도 사용, 육아 인프라 확대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선 남성과 여성 모두 대체로 70% 이상의 동의율을 보였다.
이에 대해 담당 연구원은 “경제적 지원에 대해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더 많이 동의하고 있으며 육아분담에 대한 높은 사회적 동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인구 위기 해결을 위해 직접적 당사자인 2030의 관점에서 현 상황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참고해 필요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