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산하 기자)
최근 은행 지점이 손님 접점을 유지하면서 접점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변화의 방향은 ▲소형·경량화 ▲고(高)가치화 ▲고령친화다. 금융시장에선 은행 간 영업점 운영 전략 차별화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은행 영업점의 변화 트렌드' 보고서에서 "국내 주요 은행들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영업점 수를 급속히 줄였지만 최근 감축 속도가 둔화했다"면서 "급속한 감축 이후 속도 조절을 하며 지점의 역할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 4대은행, 지점 535개 정리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은행)은 팬데믹 기간 중 빠른 속도로 점포 통폐합을 진행해 영업점 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3년 동안(2020년 2분기~2023년 1분기) 줄인 4대은행의 지점 수는 535개로 과거 10년간(2014~2023년) 줄인 지점 수의 44%에 달했다.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가속화하면서 영업점 방문 빈도가 줄고, 전 세대에 걸쳐 디지털 채널이 주 이용채널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입출금 거래의 82%, 조회의 93%가 모바일 및 인터넷뱅킹에서 처리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의 모바일 뱅킹 이용률은 88%인 반면 영업점 이용률은 32% 수준이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지는 감염병) 이후 급격한 점포 수 축소 추세는 완화되고 있는 추세다. 팬데믹 기간에 점포 감소 수는 분기 평균 45개였지만 이후 27개(2023년 2분기), 5개(3분기), 4개(4분기), 11개(2024년 1분기)로 축소폭이 작아졌다.
급격한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소비자 불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점포폐쇄 공동절차(2023년 5월)가 시행됐다. 은행의 영업점 폐쇄가 까다로워졌다. 점포폐쇄 공동절차는 점포 폐쇄 결정을 위한 사전영향평가절차를 강화하고, 폐쇄시에는 대체점포를 우선 마련하도록 권고하는 조치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채널 조합은 지점+디지털(47%), 디지털만 이용(23%), 지점만 이용(17%) 순이었다. 이에 따라 손님 접점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제고하고, 급격한 고령화와 자산관리 니즈 확대 등 니즈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 은행들이 지점의 역할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변화 트렌드는 소형·경량화, 고가치화, 고령친화로 요약된다.
■ 지점 역할 변화 주목
소형·경량화는 고객 접점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포의 크기, 인력, 기능을 축소하고 출장소의 활용도 제고, 디지털점포의 확대 사례가 많다. 영업점의 보조 역할을 수행하던 출장소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 기업전문 인력을 배치해 기업 채널로 활용하거나 고령손님에 집중하는 등 특화채널로 활용하는 추세다.
4대은행 지점은 최근 1년간(2023년 2분기~2024년 1분기) 37개 감소했지만 출장소는 2개 늘었다. 디지털 점포는 과거 실험적으로 운영되거나 점포 폐쇄에 대한 대체 수단으로 운영됐지만 현재는 화상상담이 가능한 비대면 창구와 스마트키오스크의 조합으로 영업점 창구 업무의 80% 이상이 해결되고 있다. 특히 저녁이나 휴일에도 운영되거나 환전, 외국인 특화 등 유형이 다양화되는 추세다.
고가치화는 고액자산가 대상 프라이빗뱅킹(PB)점포와 서비스를 강화해 비이자이익을 높이고, 일반 점포에서는 상담과 판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예약서비스, 비대면 서류안내 등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이수영 연구위원은 "주요 은행들이 고액자산가 전용 PB점포를 대형화하고, 자산가 유형과 거점에 따라 세분화해 운영하는 등 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부유층 중에서도 초고액자산가, 영리치 등에 집중하는 추세로 패밀리오피스, 상속 증여, 신탁, 비상장 투자상품 제공 서비스와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친화는 지점을 자주 이용하는 시니어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시니어들의 금융거래 편의성을 높이거나 은퇴 자산관리를 위한 전문적 상담을 제공하는 상담센터 개설이 늘었다.
은행들은 이동점포,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통해 접근성을 보완하고, 고령친화 영업점을 운영하거나 디지털 교육 등을 통해 일상적인 금융거래에서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큰 글씨 서비스나 이동선 표시 등 고령층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친목과 교류에 중점을 둔 커뮤니티형 지점도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5060세대의 은퇴설계와 노후준비에 특화된 전문 상담을 제공하는 별도의 상담센터를 지점 내에 설치하는 사례도 늘었다. 상품 판매를 뛰어 넘어 종합 상담을 제공하며 이용 대상 손님 기준을 완화하는 등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디지털화에 따라 영업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 전망이지만 그동안 양적 축소에만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은행별 영업점 전략(점포 유형 다변화, 특화점포 등)의 차별화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