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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티메프 미정산 사태’ 1세대 이커머스 이대로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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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티메프 미정산 사태’ 1세대 이커머스 이대로 무너지나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4.07.25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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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티몬이 미정산 사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사진=티몬]
티몬이 미정산 사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사진=티몬]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의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6월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의 해외판매 정산금이 미지급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7월 들어 위메프에서 입점 점주 500여명에게 5월 판매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결제 전산 시스템’ 문제라고만 해명하면서 보상안과 새로운 정산 일정을 내놨는데, 이마저도 지키지 못했다.

이어 티몬에서도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이어졌고, 대형 유통사들과 판매자들은 티몬·위메프 등에서 줄지어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들은 티몬과 위메프의 기존 결제건에 대한 취소 요청이 몰리자 취소 기능 자체를 정지해둔 상태다.

미정산 사태의 배경으론 모회사 큐텐의 ‘무리한 확장’이 꼽힌다. 큐텐은 국내 최초 오픈마켓인 G마켓을 창립한 구영배 대표가 2009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한 뒤 2010년 싱가포르에 창립한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일본과 동남아를 기반으로 성장한 큐텐은 한국 시장에 진출하자마자 국내외 플랫폼 5곳을 잇따라 삼켰다. 2022년 9월에는 티몬, 지난해에는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했다. 올해는 미국 쇼핑플랫폼 위시를 인수했고 자회사 인터파크커머스를 통해 애경그룹의 온라인 쇼핑몰인 AK몰도 사들였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는 한때 쿠팡과 경쟁하던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이란 점에서 높은 주목을 받았다. 

큐텐의 무리한 확장이 사건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큐텐]
큐텐의 무리한 확장이 사건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큐텐]

적지 않은 자금을 들여가며 몸집을 불린 데엔 이유가 있었다. 큐텐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러 채널을 사들여 거래 규모를 늘리고, 이를 통해 산하 물류기업인 큐익스프레스의 규모를 키워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겠다는 게 큐텐의 전략이었던 거다.

문제는 인수한 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악화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는 수시로 적자를 내던 회사였고, 현재는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결국 그룹 전체의 유동성이 크게 악화하면서 정산 미지급 사태로 이어지게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들 플랫폼에 입점한 상당수가 중소 셀러들인데 대부분 자금 사정이 열악하다”면서 “판매대금 정산이 제때 이뤄져야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데 자금이 없어 영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한 판매자가 속출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큐텐 측은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누적된 피해가 워낙 커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기준 위메프가 491개 판매사에 369억원을 정산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고 향후 양사의 미정산 금액이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큐텐은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사진 = 티몬]
큐텐은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사진 = 티몬]

이들이 정산 받지 못한 대금은 5월 판매분이다. 6~7월 판매대금 정산도 확실하지 않아 중소 판매자의 자금난은 갈수록 악화할 게 뻔하다. 이들 플랫폼에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수백명이 본사로 몰려가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건이 커지자 정부와 당국의 책임론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사태와 관련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의원들과 국민들께 부담을 드리고 걱정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서 당국을 대표해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히면서 피해 규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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