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6 17:22 (금)
[生기업TALK] HMM, '반짝 호황' 아닌 '지속 순항' 노린다
상태바
[生기업TALK] HMM, '반짝 호황' 아닌 '지속 순항' 노린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4.07.25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캐스트, SISACAST=이현주 기자)

지난 2016년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국내 해운업이 휘청였다. 위기를 맞은 해운업에 유일한 희망은 한진해운의 경쟁 기업이던 현대상선이었다. 하지만 현대상선도 해운업 침체에 발버둥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현대그룹의 계열사였던 현대상선은 해운업 침체에 따른 워크아웃으로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흡수,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국내 유일 국적 해운사로 자리매김했다.

HMM ci.
HMM ci.

'HMM' 사명 선포... 순항길 열리다

현대상선은 2020년 에이치엠엠(HMM)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전체 사업의 90% 이상이 글로벌 사업이기에 해외에서 더 익숙한 사명으로 변경을 추진한 것이다. 

사명 변경 후 HMM의 순항이 시작됐다. HMM은 2021년 사상 최대 실적(7조3775억 원)을 달성하며 10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아울러 초대형선을 도입하며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가입으로 기항지 확대, 비용 절감 등을 이뤄냈다.

당시 HMM은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12척을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해 글로벌 핵심 항로를 복원했다. 이를 통해 40만TEU 초반이던 HMM의 선복량은 70만TEU를 넘어서며 선복량 기준 세계 9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HMM은 훈풍을 타고 순항을 이어갔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상 물류가 막히면서 해상운임이 치솟았고, 해운업은 뜻밖의 호황을 누렸다. HMM은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영업이익 9조9515억 원을 기록,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부터는 역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해상운임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해운업은 혹한기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감소하며 해상운임이 떨어진 탓이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2년 5000선을 넘었다가 2023년 1000선까지 급락했다.

호황에서 불황으로, 롤러코스터의 다음 종착지는 어디일까.

코로나 특수 재현... 해상운임 상승에 다시 찾아온 호황기 

HMM은 다시금 상승 회로에 올라탔다. 지난 19일 기준 SCFI는 3542.44로, 전주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3.6배 이상 높은 수치다. SCFI 변동은 홍해 사태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0월 예멘의 후티 반군이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분 하에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홍해 사태가 발발했다. 이로 인해 유럽과 미주로 향하는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해당 항로의 해상 운임이 크게 상승했고, 해운업은 코로나19 이후 최대 특수를 누렸다. 홍해 사태로 수혜를 본 HMM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되며, 1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해운업 비수기로 분류되는 1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HMM은 마음 편히 축배를 들지 못하고 있다. 언제 거친 파도가 몰아칠지, 강한 역풍이 불어닥칠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해운업계의 숙명이다. 홍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호황기를 보내고 있지만 외부 요인이 사라진 후 또 다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불확실한 외부환경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내실을 갖춰야 한다.

'2030 중장기 전략'으로 지속 성장 항로 개척

HMM은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선은 반짝 호황이 아닌 중장기 성장에 향해 있다.  

HMM은 지속 성장 항로를 개척하기 위한 '2030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급변하는 해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글로벌 수준의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취지다.

HMM의 주력 사업인 컨테이너의 경우 2024년 92만TEU(84척)에서 2030년 150만TEU(130척)까지 선복량 규모를 늘리고, 컨테이너선 네트워크 확장, 노선 다변화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벌크 사업도 현재 630만DWT(36척)에서 2030년 1228만DWT(110척)로 선대를 확장해 컨테이너 사업과 균형 성장을 이루며 수익성 확보에 주력한다. 선형별로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한편 국내외 전력화주를 기반으로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서비스 네크워크 확장에 맞춰 신규 터미널 확보 등 물류 인프라를 강화해 수익 다각화를 실현하고,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력도 높여나갈 계획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선박 신조 발주, 친환경 연료공급망 확보 등 친환경 경영으로 2050 넷 제로(Net Zero)를 2045년까지 앞당기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이 외에도 디지털라이제이션 추진, 미래 신사업 개발 등에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HMM
사진=HMM

지속 가능한 미래의 항해도가 구색을 갖춰가고 있다. 

지난 3월 HMM 정기주주총회에서 김경배 대표는 "1만TEU급 초대형선 비율이 선복량 기준 78%로 글로벌 선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해운업을 둘러싼 불확실한 환경이 예상되지만 선제적 안목과 과감한 실행으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2분기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7931억 원, 626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3%, 291% 향상된 수치다. 수에즈·파나마 운하의 통행이 제한되고, 미국 대중국 관세 인상을 앞두고 중국의 수출물량 밀어내기로 선박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해상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해운업은 2,3분기가 성수기다. 3분기에는 선박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해운업계의 호황이 예고됐다. 다만 변동성이 높은 업계인 만큼, HMM은 외부 환경 변화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 ▲수익성 강화 ▲탄소중립 달성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항로를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순항길에 오른 HMM은 끝없는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시사캐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