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이현주 기자)
3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수주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원전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체코는 두코바니·테믈린 지역에 1200MW 이하 원전 총 4기를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당초 두코바니 지역에 원전 1기 건설을 계획했지만, 최근 4기로 확장하며 사업 규모도 약 9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불어났다. 이번 수주전은 한국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프랑스 전력공사(EDF) 2파전으로 치러진다.
한수원은 두산에너빌리티, 한전KPS, 대우건설 등과 함께 '팀코리아'를 구성해 원전 수주를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수주전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에 발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내 원전 업계는 한껏 들뜬 분위기다.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해외 원전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번 수주전에서 승기를 거머쥘 경우, 해외 원전 수출길은 활짝 열린다.
K-원전 대장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도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기회로 보고 있다. 한수원이 사업을 수주하면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하고,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공급하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사업이 유럽 내 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전 사업 동력 삼아 4대 신사업 '드라이브'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모듈원전(SMR)·해상풍력·가스터빈·청정수소 등 4대 신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2026년 4대 신사업에서 연평균 5조3000억 원 수주를 목표했다.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SMR은 하나의 용기에 원자로, 증기 발생기 등 주요 기기를 모두 담은 일체형 원자로로, 출력은 300MW급이다. 이는 대형 원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대형 원전 대비 공사 기간이 짧고 건설 비용이 저렴하며, 안전성이 뛰어나다. 크기가 작아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분산형 원전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갖췄다.
대형 원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원전 선진국들은 2030년 전후 상용화를 목표로 SMR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12년 다목적소형원전(SMART)을 개발해 표준 설계 인증을 획득하며 SMR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에 제동이 걸리며 상용화가 늦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사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9년 미국 최대 SMR 설계 업체인 뉴스케일파워와 소형원전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총 1억400만 달러를 투자하며 회사 프로젝트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기로 합의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선구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뉴스케일파워가 짓는 약 50조 원 규모의 SMR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 원자로, 증기 발생기 튜브 등 주기기를 납품하게 됐다. 수주 규모는 2조 원 이상이다.
글로벌 SMR 시장 규모는 2035년 640조 원으로 늘어나고, 2050년에는 신규 원전의 절반이 SMR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MR 시장에 앞서 진입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유리한 고지를 점한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상풍력도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2005년부터 해상풍력 사업을 시작한 두산에너빌리티는 2011년 아시아 최초로 3MW급 해상풍력발전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2019년 5.5MW급, 2022년 8MW급 해상풍력발전시스템을 개발해 국제인증을 취득했다.
8MW 해상풍력발전시스템은 유럽 국가 대비 풍속이 느린 국내 환경에 맞춤 설계됐다. 평균 풍속 6.5m/s에서도 이용률이 30% 이상 가능할 수 있도록 로터 직경을 205m까지 늘렸다. 이 시스템은 향후 산업기여도를 높게 평가받아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1년 풍력 2공장을 준공해 현재 2개의 풍력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제작 중인 한림해상풍력을 포함해 총 98기, 347.5MW의 풍력발전기를 제작·공급했으며, 국내 해상풍력 최다 공급 실적을 보유 중이다. 사업 초기 30% 수준이던 국산 부품 사용률도 70%를 넘어섰다.
해상풍력 시장이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다. 해상풍력 사업의 핵심 기술을 갖춘 두산에너빌리티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훈풍을 탄 두산에너빌리티는 몸집을 키워가는 수소 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가능한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주에서 풍력을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 국책과제에 참여해 상업운전에 들어갔으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설계·조달·시공(EPC)을 맡은 창원 액화수소플랜트는 지난해 8월 준공 후 시운전을 진행, 올해 준공식을 가졌다.
액화수소플랜트는 하루 5톤, 연간 약 1800톤의 액화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액화수소는 천연가스를 개질해 고순도의 기체 수소를 생산한 후 핵심 과정인 콜드박스 설비를 통해 생산된다. 영하 253℃에서 액화된 수소는 기체수소에 비해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 저장과 운송이 용이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30년간 액화수소플랜트의 운영 및 유지보수(O&M)를 담당하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 수소터빈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13년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시작한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세계에서 5번째로 개발을 완료했다.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첫 공급한 가스터빈은 지난해 7월 상업운전에 성공했으며, 이는 보령신복합발전소, 안동복합발전소 가스터빈 공급계약 성사로 이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5년간 국내에서 7조 원 이상 수주를 목표로 가스터빈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가스터빈 원천기술을 활용해 수소터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터빈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회전 에너지를 얻는 가스터빈으로,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수소와 섞어 활용하는 '혼소' 방식과 수소만을 연료로 사용하는 '전소' 방식으로 나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0년부터 국책과제로 고효율 H급 대형 수소터빈의 수소 혼소 50% 기술을 개발 중이다. H급 대형 수소터빈은 1500℃ 이상 고온을 견디는 초내열 합금 소재로 제작한 고효율 터빈으로, 기존 수소터빈 대비 연간 약 700억 원의 연료비를 절감(수소 혼소 50% 기준)할 수 있다. 또 가스터빈에 수소를 50% 혼합해 연소하면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21.4%까지 절감할 수 있다. 고효율 H급 수소터빈의 수소 혼소 50% 기술은 한국동서발전 울산복합발전소에서 실증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최초로 400MW급 초대형 수소 전소 터빈을 2027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수소터빈 시장은 2030년 40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정부는 2036년까지 청정수소 발전 비중을 7.1%로 높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소터빈은 미래를 이끌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 개발 성공을 발판 삼아 수소터빈 분야에서도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 그룹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9조 원에 달하는 수주 성과를 달성,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1분기 수주 잔고는 14조9839억 원이다. 정부가 원전 생태계 완전 정상화를 추진하며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사업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를 시작으로 2025년 1기, 2026년 1~2기를 추가 수주해 중장기적으로 수주액 10조 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나아가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4대 신사업을 강화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 사업이 순항 중인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가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탑티어로 도약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