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남녀의 온도차는 매우 크다. 일상생활에서도 차이점이 많은데 여행을 갔을 때 서로 원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해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많다. 남편들은 “빨리빨리 준비해라” “왜 이리 식사를 오래하냐” “옷을 왜 그렇게 입냐” 등 여자들에게 압박하는 경우가 많고, 아내들은 “재촉 좀 하지 말아라” “쇼핑할 때는 좀 기다려 달라” “같이 여행하는데 왜 본인이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하냐”며 잔소리한다.
이런 가운데 돌싱(돌아온 싱글)의 약 40% 이상이 전 배우자와 여행을 같이 가면 부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부부 사이었을 당시 여행 중 어떤 점이 가장 불편했을까?
돌싱남녀 536명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
재혼정보회사 온리-유가 돌싱남녀 536명(남·녀 각 268명)을 대상으로 ‘전 배우자와의(결혼생활 중) 여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돌싱의 약 44%는 전 배우자와 같이 여행을 가면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여행에서 언쟁이 있었던 이유로는 남성의 경우 ‘쇼핑’, 여성은 ‘여행 코스’를 가장 많이 꼽았다.
먼저 ‘전 배우자와 하계휴가 등을 맞아 여행을 같이 가면 돌아올 때는 어떤 기분이었습니까’라는 질문에 남성은 ‘관계가 더 나빠졌다(30.6%)’, 여성은 ‘심신이 피곤했다(29.5%)’는 답변을 가장 많이 골랐다. 남성은 ‘재충전했다(25.0%)’, ‘추억을 쌓았다(21.6%)’, ‘심신이 피곤했다(14.6%)’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여성은 ‘견문을 넓혔다(26.1%)’, ‘추억을 쌓았다(23.1%)’, ‘관계가 더 나빠졌다(13.8%)’는 답이 뒤따랐다.
이를 종합해 보면 부부 여행에서 남성 54.8%, 여성 56.7%는 ‘긍정적인 결과(견문을 넓혔다, 추억을 쌓았다, 재충전했다 등)’를 도출했고, 남성 45.2%, 여성 43.3%는 여행에서 ‘부정적 결과(관계가 더 나빠졌다, 심신이 피곤했다 등)’를 냈다.
“부부간 이견 때문에 여행 중 자주 싸우며 언쟁해”
직장인 김모(39)씨는 “이혼 전 아내와 여행을 자주 다니려고 노력했는데, 갈 때마다 싸워서 나중에는 각자 여행을 갔다”라며 “여행을 가면 심신을 좀 쉬게 하고 편안하게 즐기다가 오는 건데 늘 쇼핑에 정신이 팔려서 이것저것 사느라 다른 일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예민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표정에 드러나고 말투가 까칠해져서 눈치 보기 바빴다”라며 “충전하는 시간이 아니라 쇼핑백 들고 뒤에 따라다녀야만 하는 고난의 시간이 계속되니 나 역시 말이 좋게 나가지 않아 대화 없는 여행을 하기 일쑤였다”라고 전했다.
의류 사업을 하는 송모(44)씨는 “전 남편이 바다를 좋아해 늘 여행을 가면 물에서 살았다”라며 “수영을 못하는 나로서는 물속에 있는 시간이 공포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속으로 ‘올해는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온종일 수영했으니 내년엔 놀거리가 많은 곳으로 가겠지’ 내심 기대했지만 늘 배를 탄다거나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는 여행지들만 골라 결재까지 완료하는 바람에 크게 싸웠다”라며 “배려 없는 여행지 선택 때문에 여행을 같이 가고 싶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서로 불편한 상태일 때는 여행이 부부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전 배우자와 같이 여행을 갔을 때 발생한 언쟁에 대해서는 남녀 간에 대답이 엇갈렸다. 남성은 ‘쇼핑(30.2%)’과 ‘여행 (세부) 코스(26.1%)’를, 여성은 ‘여행 (세부) 코스(34.7%)’와 ‘곁눈질(26.5%)’ 등을 각각 상위 1, 2위로 꼽았다.
또 남성의 경우 ‘짐(22.0%)’과 ‘옷차림(14.2%)’을 언쟁 요소라고 했고, 여성은 ‘옷차림(21.3%)’과 ‘쇼핑(11.5%)’ 등을 들었다. 전 배우자와 여행에서 기분 좋게 지내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는 남성의 경우 ‘관심사 차이’라는 대답이 34.3%로 가장 많이 꼽혔다.
여성은 33.2%가 ‘평소의 불편한 감정’으로 여행에서 기분 좋게 지내지 못했다고 했다. 변리사인 김모(46)씨는 “전 아내는 여행의 목적이 쇼핑이었다”라며 “여행을 간다고 하면 사고 싶은 리스트부터 만들고 그 물건들을 손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혼 초에는 이해했지만 아이도 있는데 늘 쇼핑할 수 있는 곳으로 여행지를 정하니 괴리감이 생겼다”라며 “가족이 함께 여행하러 왔는데 아내는 쇼핑하고, 아이와 나는 아이가 원하는 곳에 가서 놀고 따로따로 시간을 보냈다”라고 전했다.
이후 남성은 ‘목적이 상이(28.0%)’와 ‘평소의 불편한 감정(24.6%)’, ‘예산 차이(13.1%)’ 등의 순으로 여행에서 기분 좋게 지내지 못했다고 했다. 여성은 ‘관심사 차이(28.7%)’와 ‘목적이 상이(22.4%)’, ‘예산 차이(15.7%)’ 순으로 꼽았다.
손동규 온리-유 대표는 여행을 가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과 마주칠 기회가 많다“며 ”부부 사이가 좋을 때는 함께 협의해 해결하면 되지만 서로 불편한 상태일 때는 여행이 부부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