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쿠팡이 공정위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알고리즘 조작으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최근 공정위는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PB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다. 특정 상품에만 순위 점수를 가중 부여하거나, 실제 검색 결과를 무시하고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자기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렸다는 거다. 이런 방법으로 2019년 2월부터 현재까지 중개 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의 자기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고정적으로 노출했다.

알고리즘 조작으로 상위에 고정 노출된 쿠팡의 자기 상품은 노출 수와 총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쿠팡에서 중개 상품을 판매하는 21만개 입점업체는 알고리즘 조작 이후 자신의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기 어려워졌다.

쿠팡은 이같은 알고리즘을 전개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겐 쿠팡 랭킹이 객관적인 순위인 것처럼 안내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저해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의 효율적 자원 배분이 왜곡됐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지난 5월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역대급 과징금을 매겼다. 오픈채팅방 참여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을 조사한 개보위는 카카오톡에 151억4196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내 기업을 상대로 부과한 조치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참여자의 개인정보를 추출해줄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에 돌기 시작하면서 개보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개보위에 따르면 해커는 오픈 채팅방의 취약점을 이용해 이곳에 참여한 이용자 정보(임시ID)를 알아내고, 카카오톡의 '친구 추가' 기능 등을 통해 일반채팅 이용자 정보(회원일련번호)를 파악했다.

이들 정보를 '회원일련번호'를 기준으로 결합해 개인정보 파일로 생성했고, 이를 텔레그램 등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원일련번호는 카카오톡 내부에서만 관리를 목적으로 쓰이는 정보로, 주민등록번호나 사원증 번호처럼 개인에게 부여된 고유 번호와 유사한 개념이다.

이렇게 센 처벌을 받고도 쿠팡과 카카오는 행정소송과 여론전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쿠팡은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쿠팡으로서는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 유지하기 어렵다”며 “쿠팡이 약속한 전 국민 100% 무료 배송을 위한 투자 역시 중단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쿠팡은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 역시 취소할 만큼 강경 대응에 나섰다. 

카카오 역시 개보위의 조사 자체가 잘못됐다며 맞섰다. 카카오는 입장문을 통해 “회원일련번호와 임시 아이디는 그 자체로 어떠한 개인정보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이것으로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다”며 “사업자가 생성한 서비스 일련번호를 암호화하지 않은 것은 법령 위반으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런 수위 높은 반박은 꽤 이례적인 사례”라면서 “기업들이 공정위 등 사정당국의 판단에 법적으로 맞서는 경우는 많았지만, 정부 눈치를 고려해 반박 보도자료를 내지 않거나 내더라도 수위를 조절하는데 쿠팡과 카카오는 정면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
 

최기훈 기자 chgh@naver.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