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우리나라 정부가 실업자들을 위해 만든 거의 유일한 울타리가 실업급여 제도가 아닌가요? 가뜩이나 기업들이 사정이 어렵다며 직원들 자르는 게 일상인데, 이 제도마저 축소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특히 청년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는 재취업에 도전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 아닌가요. 참 근로 의욕이 꺾이네요.”
대기업 IT 계열사에서 일하는 30대 청년 최종국씨의 한탄이다. 최근 정부가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을 줄이는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입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21일 입법예고한 이 개정안은 이직일 이전 5년간 실업급여를 2번 이상 수급한 사람이 또다시 수급자격을 인정받아 실업급여를 신청할 경우, 실업급여액의 최대 50%를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복수급자의 실업급여 신청 후 지급까지 무급 대기기간을 현행 7일에서 최대 4주로 늘리는 조항도 새로 담겼다. 자발적으로 이직한 사람이 단기 일자리에 일시 취업한 뒤 실업급여를 타는 꼼수를 막기 위함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이직과 실업급여 수급이 불가피한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취업 노력을 하거나 임금이 현저히 낮은 경우, 일용근로자(단기예술인·단기노무제공자 포함)로서 수급한 경우 등은 반복 수급 횟수 산정에서 제외한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실업급여의 부정 수정 문제를 지난해 7월부터 바로 잡고 싶어 했다. 당시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주관한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했던 게 논란이 일으키기도 했다. 2022년 기준 실업급여 부정수급 건수는 2만3907건이었는데, 부정수급액이 269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실업급여 반복수급이 노동시장 구조를 왜곡하고, 보험 가입자 간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었다.
하지만 정부의 입법안이 국회를 순조롭게 통과하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입법예고를 두고 노동계의 반발이 상당하다.
민주노총은 입법예고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노동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말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불안한 일자리에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노동자들을 부도덕한 부정수급자로 몰아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빼앗으려 한다”면서 “실업급여 수급액을 깎는 것보다 불안정한 고용구조를 양산하는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역시 “실업급여는 불안정 노동이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실업안전망이고, 반복수급자 대부분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라면서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 체불까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실업급여 수급을 제한하면 취약계층의 생계의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27일엔 민주노총 청년조합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실업급여 삭감 입법예고를 규탄했다. 이들은 “정부와 기업이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장해 쉬운 해고를 허용하면서 청년과 비정규직의 반복수급을 도덕적 해이로 단정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청년들은 정부가 고용안정을 보장하기는커녕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마저 부수려 한다고 말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