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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슈] 성인 25% ‘우울증 걸려도 진료 의지 없어’…노인 우울증 더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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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슈] 성인 25% ‘우울증 걸려도 진료 의지 없어’…노인 우울증 더 위험해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4.05.22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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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우울증을 느끼는 한국인들은 많지만, 치료를 받는 경우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한국인은 ‘우울증’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인지를 한다 해도 치료를 잘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병력이 없는 성인의 60%가 우울감을 호소하지만, 진료를 받은 경험이 없었다. 이처럼 한국인들은 힘들고 외로워도 홀로 이겨내며 우울증 증상이 있더라도 홀로 극복하려는 경향이 높다.

지난해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중인 50대 한 남성은 “결혼생활이 30년이 넘고 아이들이 모두 성장해 독립하기 시작하자 공허함이 몰려왔다”라며 “아내는 이제 자유를 얻었다며 즐거워하는데 나는 가장으로서 역할이 끝난 것 같고 사회생활에서도 왠지 도태되는 것 같아 쓸쓸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우울증 진단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무관심하게 방치하고 있어”

임상우울증학회는 3월 16일부터 4월 5일까지 3주간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성인 1064명을 대상으로 ‘우울증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도 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설문대상자 중 21%는 우울증 병력이 있었다. 우울증 병력이 없는 대상자 중 64.9%는 설문지를 통한 우울증 선별검사에서 양성을 보여 우울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연령층이 젊고 증상이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설문조사에 응했을 가능성을 감안해도 현재 우리 사회의 우울증 유병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선별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509명 중 86.8%는 ‘우울증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고 94.0%는 ‘의사로부터 우울증 진단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하나 가톨릭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이 의심되는 사람의 13.2%만 의사 진료를 받았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우울증이 있어도 잘 알아차릴 수 없으며 우울감이 있어도 병원 진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라며 “우울증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우울증 선별검사 양성자 중 불과 6.0%만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는 것은 의사들 또한 우울증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무관심하거나 방치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료를 받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이나 편견이 걱정되어서’라는 답변이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우울증 병력이 없고 우울증 선별검사에서 양성인 사람 중 우울증 진단 시 병원 진료를 받을 생각이 있는 사람은 74.5%였다. 25.5%는 ‘병원에서 진료받을 생각이 없다’고 답했으며 69.4%는 ‘항우울제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진료받지 않으려는 이유는 ‘본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돼’와 ‘병원에서 치료받아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학교나 직장생활에 지장을 줄 것 같아서’,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이나 편견이 걱정되어서’, ‘병원 기록에 남아서 추후 보험 가입 등에 문제가 생길까봐’는 그 다음 순이었다.

한 전문가는“우울증 치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우울증에 대한 그릇된 편견이 있다”며 “대국민 홍보를 통해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 잡아야 하며 사회구조적으로 우울증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인식과 제도를 개선해 우울증 치료가 적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주도한 김영식 임상우울증학회장(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명예교수)은 “본 연구 결과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 아직도 우울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진료의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학회는 전 국민의 우울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제도 개선을 통해 우울증에 대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노인 우울증 숨기면 안 돼…배우자 전이 위험 4배

 

이런 가운데 노부부 중 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릴 경우 배우자도 우울증을 앓을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노부부 중 한 사람이 우울증을 앓을 경우 나머지 한 사람도 영향을 받아 그렇지 않은 노부부에 비해 4배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부부가 서로 공유하는 우울증 위험 요인을 탐색하고, 부부 중 한 명이 우울증 환자일 때 배우자에게도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노부부 중 한 사람이 우울증 환자일 때 배우자도 우울증을 앓게 될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약 3.8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우울증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2~3명이 겪을 정도로 매우 흔한데 문제는 전체 노인의 약 10~20%에서 이런 우울증이 흔하게 나타나는데도 치료받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노년기 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매로 악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뇌의 퇴행성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은 우울증은 인지 기능 이상 여부를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노년기 우울증은 항우울제 등의 약물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만큼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며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물과 함께 사용해도 안전하기 때문에 고령이라도 대부분 불편함 없이 복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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