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지난 2월부터 벌써 석 달째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들은 자신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병원을 떠났다. 전공의들에 이어 최근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되면서 남겨진 환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은 봉합이 어렵고 또 법정공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의료대란 피해는 환자 몫으로 돌아갔다. 결국 정부는 마지막 카드인 ‘외국의사 수입’'을 꺼내 들었다. 의료계 반발은 거세겠지만 부족한 인력을 대처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병원과 환자 간 신뢰가 무너져
의료 개혁은 지난 2월 1일 보건복지부가 지역·필수의료 분야 강화 정책인 ‘필수의료 패키지’를 공개하며 불이 붙었다. 이후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되어 있던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는 증원안을 발표해 의료 개혁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의대 증원에 반대해온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던지고 병원을 떠나자 의료 현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1만여명 전공의의 전문의 취득이 1년씩 늦어지고 집단 휴학 중인 의대생이 유급되는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사를 늘리는 효과도 반감된다. 의사도 문제지만 환자들은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위암 2기인 성모(58)씨는 “다른 병도 아니고 암 환자인데 치료를 못 받을까 봐 너무 불안하다”라며 “병원에 가야 할 날짜가 다가오면 담당 교수님이 계신지 미리 전화를 해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만둔 교수님들 때문에 담당 교수님께 환자가 몰리는 바람에 예약 날짜도 2주 이상 뒤로 밀렸다”라며 “담당 교수님이 그만두실까 봐 두렵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한 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김모(44)씨는 “이런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라며 “빨리 결론이 나와 병원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병원의 분위기는 의사 직군과 의사직이 아닌 직군 간의 신뢰가 많이 깨져 있기에 의사직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도 존재한다”라며 “환자들도 병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다른 간호사 양모(50)씨는 “의료 파업에 대해 중증 환자 진료가 불가해 환자들의 피해를 바라만 봐야 하는 무기력한 상황”이라며, “병원 경영 악화로 인해 고용 불안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최악의 상황, 증원이 전체적으로 정지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3일 오후 온라인 총회를 열어 “정부가 의대 증원 절차를 진행해서 2025년 정원을 확정할 경우 1주일간의 집단 휴진 등을 포함한 다양한 행동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10일에는 전국적으로 휴진하고 이후 각 대학의 상황에 맞춰 당직 후 휴진과 진료 재조정으로 주 1회 휴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휴진에는 전국 19개 의대 산하 병원 51곳 정도가 참여했다. 현재 전의비에는 원광대, 울산대, 인제대, 대구가톨릭대, 서울대, 경상대, 한양대, 연세대, 강원대, 계명대, 건양대, 부산대, 건국대, 제주대, 이화여대, 고려대 안암, 고려대 구로, 전남대, 을지대, 가톨릭대까지 19개 의대가 참여하고 있다.
내년 전국 의대 모집 인원은 현재 정원(3058명)보다 최대 1509명 늘어나게 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법원이 5월 중순까지 의료계가 낸 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판단을 내리겠다며 증원 관련 절차를 일시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원 최종 확정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태다. 의대 모집 인원에 대한 승인이 법원 판단 이후인 이달 말에야 가능한 가운데 교육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증원이 전체적으로 정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외국의사 수입 본격화…이탈 전공의 대체, 의료공백 방어 시작
9일 정부에 따르면 외국의사 면허 진료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 중이다. 이탈 전공의 대체 업무를 맡게 될 예정으로 이르면 이달 중에 허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대란 초기 때만 해도 “외국의사 수입을 검토하는 것은 최대한 미루고 사태 봉합을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각종 소송이 이어지고 ‘회의록’ 제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의대증원 절차의 정상적 진행이 어려워지고 의료대란은 점차 심화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지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외국의사 면허 소지자가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려면 외국에서 의대를 나오고 외국에서 의사 면허를 딴 뒤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앞으로는 보건의료 위기 심각 단계에서 의료공백이 심각할 경우, 외국의사 면허만 있으면 자격을 인정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일례로 의사 집단파업 등 특정 상황 발생시 외국의사 수입이 가능하도록 조처를 한 것이다.
전공의 파업에 병원 경영난 심각
이런 가운데 지방 종합병원들은 인건비조차 대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위기에 빠졌다. 환자들이 수도권 병원을 선호해 평소에도 수익이 부족했는데, 수술과 진료까지 줄이며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경희대병원 등을 산하에 둔 경희의료원은 경영난으로 인해 다음 달부터 급여 지급을 중단하거나 희망퇴직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희의료원은 지난 3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뒤 무급휴가 시행, 보직 수당 및 교원 성과급 반납, 운영비 삭감, 자본투자 축소 등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매일 억 단위의 적자가 지속하면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희의료원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상급종합병원도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