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엔비디아의 주가가 고꾸라지고 있다. 4일 19일 엔비디아 주가는 762.00달러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무려 10.00%나 하락한 수치였다. 지난 2월 21일(674.69달러) 이후 2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했다. 종가 기준 최고가였던 지난 3월 25일(950.02달러)에 비교해 4분의 3수준에 불과하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면서 뉴욕증시의 스타로 떠올랐다. 올해 초 장중에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몇차례 넘어서더니, 3월 1일 종가 기준으로도 2조 달러 돌파에 성공할 만큼 승승장구했다. 뉴욕증시에서 시총 2조 달러의 고지를 밟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엔비디아 외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만 그 고지를 점령했다. 혁신 빅테크의 상징으로 꼽히던 아마존과 구글, 메타, 테슬라조차도 ‘시총 2조 달러 클럽’의 문턱을 넘어선 적은 없었다.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나온 후 생성형AI 열풍이 불어닥쳤고, 먼 미래의 기술로 여겨졌던 AI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I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AI용 반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80%대에 육박할 만큼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도 절대적이다. 챗GPT가 AI 열풍을 불러온 이후 엔비디아의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던 엔비디아 주가가 최근 급락한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스케줄이 먹구름이 끼면서다. 인플레이션이 예상과는 달리 잦아들지 않고 국채 이자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6월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던 전문가들의 예상은 무참히 깨졌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지표가 문제였다. 이 지표는 전년 동기 대비 3.5% 올랐다. 앞선 2월(3.2%)보다 상승폭이 확대되며 지난해 9월(3.7%) 이후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는 엔비디아와 같은 기술주에는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중동 긴장이 확전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소식이 전해진 지난 19일, 중동 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에 빠졌다.
엔비디아는 서학개미의 ‘원픽’ 종목으로 꼽힌다. AI 열풍으로 인해 엔비디아의 주가가 폭등하기 서학개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한달간 국내 개인투자자는 엔비디아 주식을 13억 달러 넘게 매수하면서 일반 종목 중에서 가장 많은 매수세가 몰렸다. 최근 엔비디아 주가를 사들인 개인투자자라면 손실구간을 통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약세가 계속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너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만큼 지금은 AI발 주가 과열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라면서 “이미 반도체의 봄이 사실상 도래한 만큼 시장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