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계속 오르고 고금리에 대출받기 무서워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꿔요.”
직장인 노 모(남·37) 씨는 원래 2년 전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신혼집 마련 과정에서 예비신부 측과의 의견 차이로 파혼을 했다. 직장생활하는 동안 알뜰살뜰 모아둔 2억 원에 예비신부가 모은 8000만 원, 여기에 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하려 했으나 서울에선 3~4억 원대의 전셋집 마련은 꿈도 못 꾸던 상황. 예산에 맞춰 경기도 외곽 지역으로 알아보려 했으나 ‘신혼집은 무조건 서울’을 고집하던 예비신부와의 견해차로 결국 결혼이 무산된 것.
노 씨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직장인이 순수 월급을 모아서 30대에 서울에 내 집 마련은 꿈같은 얘기”라며 “대출을 받아 산다 하더라도 이자를 어떻게 감당할지, 아이라도 생기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텐데 이래서 결혼은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노 씨와 같이 2030대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현재 집값이 최고점을 찍고 있어 부동산 구입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17일 신한은행이 발표한 ‘2024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의 50.5%가 올해 집값이 ‘고점’이라고 응답했으며, 대체로 2년 이후 부동산 구입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는 전국 만20~64세 경제활동자(근로자·자영업자 등) 1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2030대는 올해 부동산이 최고점이라고 생각한 반면, 40~60대는 38.3%가 ‘저점’이라고 답했다. 또한, 올해 집 구입 인식을 묻는 말에 2030대에서는 49.4%가, 40~60대의 43%가 각각 ‘나쁨’이라고 대답했다.
전체 54.9%가 부동산 구입 의향은 있지만, 1년 이내라고 답한 비율은 6.5%에 불과했다. 5년 이후 부동산을 구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32.1%, 3~5년 이내라고 밝힌 응답자는 24.5%에 불과했다.
2년 내 부동산 구입 의향이 있다고 밝힌 23.5% 가운데 71.7%는 직접 거주하겠다고 밝혀 대부분 실거주 목적으로 나타났고 24.7%는 부동산 가치 상승 등 투자 목적으로 조사됐다.
2030대 가운데 9%는 최근 3년 내 자가를 구입했고 92%가 첫 내집 마련으로 나타났다. 자가 구입 비용의 경우 집값의 70% 이상을 대출 받거나 부모님 지원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현재 대출을 상환 중인 사람 10명 중 6~7명은 빚을 갚는 것에 부담을 느꼈으며 월평균 총소득 579만원의 22%에 해당하는 127만원을 대출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또래 대비 2.2배나 높은 수준이다.
2030대 자가 구입자의 월평균 총소득은 579만원, 소득 내 부채상환 비중은 22%(127만원)에 달했다. 전체 2030의 월평균 총소득이 424만원, 소득 내 부채상환 비중이 10%(42만원)에 머무른 것을 고려하면 또래 대비 2.2배에 달하는 금액을 부채상환에 쓰고 있는 셈이었다.
2030세대 전세보다 월세
전·월세 거주자의 주택계획에선 '전세 사기'에 따른 영향이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2030 전·월세 거주자의 거주 형태를 보면 전세는 4%포인트 줄어든 50.0%, 월세는 4%포인트 증가한 50.0%이었다. 40~60대에선 전세가 0.7%포인트 늘어난 56.4%, 월세가 0.7%포인트 줄어든 43.6%로 차이를 보였다.
또 월세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3.9%는 계약 만기 시 '월세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월세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한 세대별 응답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2030은 '전세 사기 우려'가 30.2%로 가장 높았던 반면 40~60대는 '비싼 전세보증금' 이란 응답이 41.4%로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은 "월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응답자 중 40대 이상은 비싼 전세보증금을 이유로 꼽았지만, 20·30대는 전세 사기를 가장 우려했다"면서 "이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제도에 미숙하고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된 젊은 세대에서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