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 사무실 문전성시 “번호표 뽑아도 며칠 기다릴판”
입성 성공한 보좌관 등 상당수 ‘올 총선 금배지’ 노리기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된 지 2주가 지나가고 있다. 지나간 시간만큼 인수위원회의 정권 인수 작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청동 금융연수원 내에 자리 잡고 있는 인수위원회 주변은 언제나 경찰 병력이 에워싸고 있으며, 연수원 내로의 출입은 극히 제한돼 철옹성과도 같은 권력의 상부임을 외부에 자랑이라도 하는 듯, 인수위로 신분증을 내보이며 들어가는 인수위 관계자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있다.
현재 인수위원회의 전체 정원은 공식적으로 184명이다. 인수위원, 전문위원, 실무위원 그리고 사무직원 등으로 구분되는 직함이 공식직함이다.
그러나 인수위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원 내의 인원 보다 정원 외 인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원 내에 들지 못하고 정원 외로 들어온 사람들은 뒤늦게 인수위에 합류해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발 입성자들과 환담을 나누기도 하는데, 실제 뒤늦게 들어온 정원 외 인사들은 명예직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일정 부분 공을 세웠거나, 인수위원에 들어가 있는 의원들을 따라 들어간 보좌관, 그리고 의원과 평소에 친분이 있거나 친분이 있는 자 중 인수위 업무에 전문성을 띤 자로 정원 내에 들지 못하고 밀려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모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정원 외 인사들과 정원 내 인사들의 합계가 최소 500~600여명에 이를 수 있다고 하니, 실로 인수위에 들어가려고 하는 인사들이 이렇게 많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인수위 인적자원이 구성됐음에도 아직까지도 인수위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자들이 많다고 한다. 국회 내에서는 이런 자들을 대부분 사리사욕에 눈이 먼 권력지향주의자들로 구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주 인수위가 위치해 있는 금융연수원 앞에서 있었던 일이다.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보좌관의 말을 빌어 당시 상황을 정리해 본다.
인수위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B보좌관은 평소 알고 지냈고, 지난 대선 때 직능위원회 부본부장으로 활동했던 농업단체 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전화를 받은 B보좌관은 놀랬다고 한다. 그 자가 바로 금융연수원 정문 앞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 ○○○회장인데, 인수위 앞이거든, 잠깐 나와 줄 수 있어요?”
황급히 달려 나간 B보좌관은 대책 없이 무작정 찾아온 농업단체 대표가 어이없기도 했지만 더욱 놀라고 화가 난 일은 그 자리에서 인수위에 넣어달라고 때를 썼기 때문이다.
“B보좌관, 나 다음 달이면 대표직 사임하는데, 나 어디가라고 그러는 거야. 나 여기 안 들어가면 큰일 나!”
결국 B보좌관은 이 날의 해프닝을 의원에게 보고를 했다고 한다. 의원은 보고를 받자마자 화를 버럭 내면서 다시는 그 사람과 접촉을 하지 말라는 엄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 날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 그 농업단체 대표가 떡하니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보좌진들과 인수위 관계자들은 뒤늦게 그 사람을 발견하고는 밖으로 내보내 사태를 막았지만,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인수위로 향한 구애의 손길을 스토커 수준으로 내미는 자들이 아작도 수도 없이 많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인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또 다른 인사들에 대한 얘기다. 다가오는 4월에 치러질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준비 중인 자들인데, 이들은 자신의 경력을 세탁하기 위해 인수위라는 카드를 선택한 케이스다.
이 가운데는 이미 언론 등을 통해서 익히 알려진 유명인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외부에 노출되지 못한 자들로 인수위 활동 경력을 총선과정에서 철저하게 이용할 자들이다. 이 가운데는 보좌관들도 상당수 있다. 제일 눈에 띠는 사람은 현재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이방호의원의 보좌관인 K씨다.
K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작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경기도 모 지자체장을 노리고 출마를 한 바 있다. 물론 당 경선에서 탈락해 최종 후보로 본선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그는 이번에는 국회의원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L씨, J씨 등 총선 출마를 노리고 인수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현직 보좌관들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중에는 청와대 입성을 노리는 자들도 있지만 상당수 금뱃지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원이 인수위에 들어가게 됨으로서 덩달아 주가가 오르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인수위에 합류하지 못하고 국회에 남아있는 보좌진들이다.
현재 정부 측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정부구조조정 및 향후 정책구상 등에 대해 인수위나 당선인의 의중을 모르는 정부 측은 연일 인수위원 사무실로 찾아와 질문 공세에 아부를 떠는 등 매우 분주한 행보를 하고 있다. 마치 인수위원 사무실에서는 뭔가 큰 정보라도 얻을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인수위원의 국회 사무실은 문전성시나 다름없으며, 특히 부위원장실과 당선인 비서실의 경우는 번호표를 뽑고도 며칠을 기다려야 할 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인수위에서 근무하고 있는 P보좌관은 2주일간의 인수위 생활을 두고 “인수위에서 하는 일과 하루 일과 등은 틀에 짜여진 계획대로 가는 것”이라며 “인수위가 마치 국정원처럼 모든 일을 은밀히 추진하는 집단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인수위라고 별 것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며 “그 만큼 모인 사람들의 개성과 능력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라고 인수위의 인적 구성에 문제가 다소 있음을 밝혔다.
인수위에 반드시 들어가야 사는 사람들, 인수위로 인해서 앞길이 보장되는 사람들의 면면은 하나 같이 권력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다. 과연 인수위 입성에 성공한 이들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지 두고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