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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무총리직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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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무총리직 맡아야 한다
  • 김재한 시사평론가
  • 승인 2008.01.15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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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총리의 1순위로 거론되던 박근혜 전 대표는 총리직을 맡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이 당선인과의 단독회동에서 총리직에 대한 고사의 뜻을 밝힌 데 이어, 지난 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 경북 신년하례식 참석에 앞서 ‘국무총리 제안이 와도 안 하겠다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네.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정치 발전이나 나라를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이 당선자가 총리직을 제안했었으나 완곡하게 거절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총리직 고사에 시사하는 것이 많다. 이것을 정치공학적인 입장에서 살펴보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7일에도 핵심 측근에게 “박근혜 총리 카드가 어떠냐” “박 전 대표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말할 정도로 ‘박근혜 카드’에 무게를 두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회창 총리가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을 비판하며 사퇴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끝까지 자신이 작년 11월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라고 말했던 약속을 ‘박근혜 총리 카드’를 통해 실천하고 싶어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 당선자측으로서는 박 전 대표는 이미 검증이 된 만큼 국회의 인사 청문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당내 공천갈등도 상당부분 잠재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최상의 카드이기도 하다.

행정부 경험이 없는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총리직이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대통령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집권 초반기보다는 2~3년 뒤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박근혜 전 대표측의 입장이다.
 
또 이번에 총리를 맡으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총선에 출마할 수 없어 당내 기반을 넓히거나 최소한 지킬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측근들 사이에선 “공천을 코앞에 두고 ‘보스’가 ‘자식’들을 놔두고 혼자 떠나가면 어떻게 하느냐” “대통령이 임면권을 쥐고 있는 총리를 맡았다가 박 전 대표가 고사(枯死)할 수도 있다”는 정서가 총리직 고사 이유로 저변에 짙게 깔려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총리 고사 결정을 보면서 정치역학 관계를 모르는 아마추어리즘이 기저에 깔려 있음을 보게 된다. 정치는 순리에 따라야 한다.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 정치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측이 생각하는 당내 입지 확보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의 갈등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정치는 생물이요, 수시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정치적 역학관계이다. 17대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당선자와 1대1 구도를 형성했다고 해서, 이명박 당선자가 사라진 18대 대선은 박근혜 전 대표의 몫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의 구도가 박 전대표가 원하는 차기 대선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결코 없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표 또한 이명박 당선자 출범 이후 새로운 여권에서 자기의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새로이 점검해 보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박근혜 전 대표가 사는 길은 이명박 당선자와 어떤 정치적인 역학관계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대립관계를 만드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협조 속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설계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가를 냉철히 분석해 보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이명박 당선자와의 협력관계 속에서 미래를 개척하는 일일 것이다.

‘박근혜는 친 이명박 되어야 살아남는다’는 것이 정치현실이다. 역대 정권을 보면서 권력의 속성상 2인자로 살아남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박근혜전 대표의 경쟁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엄밀히 말하면 자신의 위에 있는 의사결정권자라는 사실이다.

권력의 기회는 자신을 버릴 때,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갖고자 한다면 하나도 얻지 못하는 것이 냉엄한 정치현실이다. 당내 기반을 포기하면서 까지 국무총리를 맡을 수 없지 않는가 하는 것이 총리직 고사의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8대 총선 이후 엄밀하게 본다면 친박 계보는 사라지게 된다.

여권세력은 권력의 핵우산에 들어가는 것이 정치현실이며, 5년을 남은 대선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대립해 자신의 정치적인 미래를 포기할 국회의원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는 몇몇 국회의원이 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그 정치의 대상이 되어야 함은 상식이고, 순리이다. 다시 말하면 박근혜 전대표가 정치적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을 제언해 두고자 한다.

국정의 동반자요 파트너로 나설 수 있는 국무총리직을 포기하면서 까지 당내에서 친박 세력의 대표 주자로 남아서야 되겠는가?

새로운 미래는 당의 한 구성원이기 보다, 국무총리로 국정을 수행하면서 국가 지도자로서 더 큰 모습 보여줘야 한다. 차기 대선이 열리는 5년은 길다.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당내 세력에 너무 안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치적 역학관계를 모르는 정치인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미래는 개척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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