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병진 기자)
최근 주목할만한 새 모델이 없는 시기. 최근 꼼꼼히 타고 보고 달리면서 경험한 상세 리뷰를 소개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좀더 큰 흥미와 정보를 드릴 수 있겠다는 판단하에 제네시스 맏형 모델인 G90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완전변경된 G90은 등장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새모델 축에 속한다.
쇼퍼 드리븐. 이른바 뒷좌석이 좋은 차를 고르기 위한 나름의 기준이 몇 가지 있다. 여유로운 실내 공간과 승차감, 시트 질감과 취할 수 있는 자세의 가동 범위, 그리고 편의사양이다. 최고의 쇼퍼 드리븐카를 고르는 데 있어 가격은 큰 기준은 아니지만 합리적이거나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면 고마운 일이다.
제네시스 G90는 제법 높은 안목과 기준에 적절히 부합한다. 고급 브랜드로써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신생 축에 들지만 그만큼 혁신적이고 도전적이면서 신선하다. 풀 라인업 완성과 숙성된 패밀리룩 디자인, 꼼꼼한 만듦새, 롱휠베이스가 아님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공간(특히 뒷좌석), 운전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터페이스, 내로라 하는 독일 경쟁 모델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관리의 용이성 등 다방면에서 우위를 점한다. 이쯤 되면 최고의 쇼퍼 드리븐카로 G90 3.5T AWD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5.3미터에 달하는 길이와 3.3미터에 가까운 휠베이스, 2.1톤이 훌쩍 넘는 무게는 역시 기함다운 수치다. 길고 육중한 차체는 광활한 실내, 특히 여유로운 뒷공간의 토대가 된다. V6 3.5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은 380마력과 54kg.m의 넉넉한 힘으로 거구를 묵직하고 고상하게 움직인다.
길이와 무게 탓에 가열차거나 맹렬한 기세나 반응 대신 늘 부드럽고 아늑하다. 뒷좌석에 VIP를 태우고 움직이는 G90에 매우 잘 어울리는 절제된 동작과 느낌이다. 네바퀴굴림과 뒷바퀴 조향은 운전대를 잡은 이가 더 잘 느낄 수 있는 장점이다.
뒷좌석 승객은 그보다 에어 매틱 서스펜션이 주는 풍요로운 하체 감각, 그리고 창 밖 세상과 단절된 듯 이질적이기까지 한 실내 정숙성에 압도된다. 다양한 주행모드 중 VIP를 위한 쇼퍼 모드로 달리면 세상에 이보다 더 편안한 뒷자리 차가 있을까 싶은 안락함의 정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G90의 여러 감탄 요소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풍성한 편의장비다. 특히 뒷좌석에서 운전을 뺀 편의장비의 모든 기능을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다. 게다가 앞에서는 확인 불가능한 뒷좌석 전용 인포테인먼트 정보까지 구성해 넣었다. 앞 시트 머리 받침 뒤와 암레스트 위의 터치 패널과 버튼, 다이얼을 통해 다룰 수 있는 편의 기능들은 굳이 설명서를 보며 공부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설명이 간결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훌륭하게 구성했다.
부드럽고 건강한 가죽으로 감싼 시트는 기본적으로 안락하고 포근하지만 과하지 않은 탄탄함까지 겸비해 몸 전체를 착 받아준다. 버튼 하나로 항공기 일등석 부럽지 않은 누워 달리는 자세도 만들 수 있다. 잠을 부르는 베개를 베고 누워 달리다 보면 이것이 진정한 쇼퍼 드리븐이구나 실감한다.
솔직히 말해 1억 중반을 훌쩍 넘는 쇼퍼 드리븐카로 G90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독일 브랜드 말고 왜 제네시스를 택했냐는 물음에 겸연쩍은 적도 적지 않았다. 이른바 독3사의 브랜드 이미지보다 열세인 제네시스 존재감과 위상을 밑바탕에 둔 질문인 탓이다.
현실은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의도의 질문이라면 딱히 답할 말이 없다. 비교적 짧은 브랜드 역사와 정체성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제네시스가 그 과정을 어떻게 이기고 개척해 나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겠지.
브랜드 이미지와 이름값을 제외하면 모든 부분이 장점이자 매력이다. 고급 쇼퍼 드리븐카로써 디자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지 브랜드답게 풍성한 편의장비의 정확성과 친밀감 또한 우월하다. 더불어 관리 비용과 편의 측면 또한 자연스레 따라 붙는 오너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