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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도 만드는데 우리 손으로 약다운 약 만들자”던 이종호 JW그룹 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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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도 만드는데 우리 손으로 약다운 약 만들자”던 이종호 JW그룹 회장 별세
  • 황최현주 기자
  • 승인 2023.04.30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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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별세한 JW 이종호 명예회장 생전 모습. 사진=JW중외제약 

(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기자) JW그룹은 이종호 명예회장이 향년 90세 일기로 별세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명예회장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중 전날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았다. 

장례는 JW그룹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연세대 신촌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조문은 오는 1일 오전 10시부터 가능하고, 발인은 같은 달 3일 오전 7시 진행될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도 연쳔군 중면 황산리이다. 

JW그룹은 “평소 이 명예회장이 소탈하게 살아온 만큼 고인의 유지와 유족들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이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홍임선 씨를 비롯한 이경하, 이동하, 이정하, 이진하 자녀와 자부 정선영, 조선경, 이희정 사위 이동찬 손자 이기환, 이성환, 이태환 손녀 이성은, 이민경, 이수민 외손자 이인환, 이승환, 외손녀 이지윤 외손부 이낙규 등이다.  
  
‘제약보국’ 앞장서며 영속기업 JW 기반 다져…

이종호 명예회장은 1932년 경기 김포에서 태어났다. 1952년 서울고를 졸업하고, 1958년 동국대 법학 학사를 졸업한 후 1965년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1966년 삼락증권(현 대신증권) 총무이사를 지냈고, 1975년 ㈜대한중외제악 대표로 정식 취임했다.

JW중외제악은 1945년 광복된 해 설립됐다. 이 명예회장은 ‘제약구세(製藥救世)’ 일념으로 필수의약품부터 혁신신약까지 ‘약다운 약’을 만들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제약보국 실현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9년 이 명예회장의 진두지휘로 JW중외제약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합성 항생제 ‘지니노마이신’ 개발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리지노마이신은 국내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고, 당시 경영위기로 어렵던 회사의 기틀을 다지게 한 일등공신 의약품이다. 리지노마이신은 1973년 12월 영국 약전(B.P)에도 수록돼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1969년 5월 19일 발명의 날에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항생제 합성 분야에서 큰 성공을 이룬 이 명예회장은 1974년, 당시 페니실린 항생제 분야 최신 유도체로 평가받던 피밤피실린의 합성에도 성공했다. ‘피바록신’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해외 선진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국내 제약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머크, 애보트 등 유럽 및 미국 주요 제약사들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기술적 입지를 굳혀나갔으며,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문 치료의약품 중심의 사업을 확대했다. 이는 1970년대부터 이어진 고도성장의 기반이 됐다. 

1970년대 초반에는 기초원료 합성과 생산을 위한 연구에 집중, 국내 최초 소화성궤양 치료제 ‘아루사루민’, 진통·해열제 ‘맥시펜’, 빈혈치료제 ‘훼럼’, 종합비타민 ‘원어데이’ 등 신제품들을 시장에 선보이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2월 제14대 한국제약협회장 취임하며, ‘기업윤리관 확립’, ‘환경변화 대응능력 배양’, ‘협회의 조직기능 효율화와 위상 제고’ 등 3대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약가관리체계 자율화, 건전한 납품질서체계 확립, 회전기일 단축과 적정이윤 확보를 비롯해 윤리위원회 설치와 자정운동 강화, 신약개발 지원정책 마련, 각종 행정규제 완화 등의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했다. 

사진=JW중외제약 

팔수록 손해보는 ‘수액’ 제조… “내 나라 국민 건강 위해서라면 이깟 손해 쯤은”

JW중외제약에 있어 수액은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JW중외제약의 연결 재무제표상 매출 6844억원, 영업이익은 63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3%, 106% 급성장했다. 이 같은 성정의 비결은 바로 수액에 있다. 수액은 전체 매출 대비 36.6%를 차지하면서 JW중외제약 내 효자 노릇을 장기간 도맡아 하고 있다. 

한 때 수액제조와 연구 등이 이뤄지지 않을 뻔했다. 이유는 팔아도 이윤이 크게 남지 않는 구조 때문이다. 1970년 수액 한 병 납품할 때마다 원가가 나오지 않아 팔수록 손해인 수액사업에 대해 이 명예회장은 긴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바라본 후 수액생산에 대한 고민을 청산했다. 그는 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저기서 꺼져가는 생명이 있을 것인데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그만두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JW그룹은 1997년에 국내 최초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Non-PVC 수액백 개발에 성공, 친환경 수액백 시대를 열었으며, 2006년에는 1600억 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제 공장을 신설, 글로벌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내가 충남 당진에 1600억원 들여서 한 개에 1000원 정도 하는 수액 생산 공장 짓는다니깐 ‘우리 시대의 마지막 바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JW그룹은 당진 수액공장을 기반으로 2019년에는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3체임버 종합영양수액 ‘위너프’ 완제품을 아시아권 제약사로는 최초로 영양수액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반도체 만드는 나라에서 신약개발 왜 못 해?"

약 다운 약에 대한 그의 집착은 정부 고위 관료들도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명예회장이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나서니 옛 보위사령부 장관이 “안 될 일에 왜 자꾸 돈을 쓰느냐?”며 힐난했다. 이 물음에 이 명예회장은 당시 서울대 동문이자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을 떠올리며 “반도체 누가 만들었느냐? 우리나라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냐?”며 “반도체를 만드는 한국 사람은 있는데 신약 개발하는 한국 사람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명예회장은 R&D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국내에 신약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던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986년에는 신약개발 연구조합 초대 이사장에 추대돼 업계 공동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 향상과 글로벌 진출 기반 구축 등 국내 제약업계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1992년에는 오늘날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합작 바이오벤처인 C&C신약연구소(현 JW중외제약 지분 100%)를 일본 주가이제약과 50:50 지분 투자를 통해 설립했다. 지난 2000년에는 미국 시애틀에 연구소인 JW 세리악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발판삼아 2001년에는 국내 최초의 임상3상 신약 1호인 항생제 ‘큐록신’ 허가를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JW중외제약은 오늘날까지 그 정신을 이어받아 혁신신약 중심의 R&D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치료의약품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주요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기술수출에 성공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와 통풍 치료제는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며, 탈모치료제와 표적항암제 또한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2011년 사재 200억 원을 출연해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보건의료 분야 학술연구와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공익법인으로, 지역사회 대상 봉사활동과 기초과학자 주거비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 중이다. 

2013년에는 창업자인 故성천 이기석 선생을 기리고 고인이 평생 실천했던 생명존중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성천상’을 제정, 음지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를 통해 의료 복지 증진에 기여하며 사회적 귀감이 되는 의료인을 발굴해 그 업적을 기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JW중외제약은 사회적 역자들이 차별없이 문화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JW아트어워드를 제정했으며, 국내 최초 기업 주최 장애인 미술공모전이라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더불어 악보조차도 읽을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로 구성된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를 후원하고 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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