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사내 복지는 회사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결혼 생각이 없는데 결혼 축하금이라든지 자녀 양육비 지원 같은 건 의미가 없어요. 차라리 제 학자금 대출 300만 원 중 일부라도 갚아 줬으면 좋겠어요.”
직장인 김모(37)씨의 말이다. 그는 “직장에서 결혼하는 직원에게만 축하금 명목으로 적지 않은 지원금을 주니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며“결혼을 안 한다는 이유로 이런 복지 혜택을 못 받는 것은 차별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업의 사내 복지 제도가 갈수록 좋아지면서 기혼자와 그 가족에 대한 혜택이 다양해지는 반면, 결혼 계획이 없는 미혼자나 독신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혜택들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결혼축하금 받고 애사심 생겨”
결혼을 앞둔 직원에 축하금과 신혼여행 유급휴가는 물론 기혼자에 대해서는 결혼기념일 축하금부터 출산 축하금, 배우자 건강검진, 자녀 학자금까지 그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장모(35)씨는 얼마 전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지난달에 결혼했는데 회사에서 축하금 100만원을 줬다”라며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액수를 받으니 애사심이 생긴다”며 웃었다.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에 다니는 연모(32)씨 역시 지난해 말 결혼을 하고 회사로부터 결혼 축하금과 신혼여행 휴가를 받았다. 그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걸 무사히 마치고 결혼식을 올렸다”라며 “회사에서 그동안 야근하면서 열심히 일했다고 축하금과 유급휴가 5일도 따로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회사들을 보면 사내복지 제도를 참 잘 마련해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있다”면서 “기업의 복리후생 제도를 꼼꼼하게 따져서 입사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전했다.
비혼‧딩크 2030 “4인 가구 중심 지원은 구시대적”
그러나 결혼하지 않았거나 비혼을 선언한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온다. 똑같이 직장 생활을 하는데 기혼자든 미혼자든 관계없이 모든 직원이 동등하게 복지를 누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기혼자에 대해서만 혜택을 주는 것은 일종의 복지 역차별인 것 같다고 주장한다.
무역업을 하는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이 된 신입사원 양모(29)씨는 “입사 후 사내 복지 제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결혼 축하금이나 신혼여행 휴가, 사내 어린이집 이용 등 대다수 혜택이 비혼주의자인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회식자리에서 팀장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라며 “결혼이 당연시됐었을 때 만들어진 사내 복지 제도는 불합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미혼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제도는 필요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토로했다.
최근 비혼을 선택하거나 결혼해도 자녀를 낳지 않는 등 4인 가구와 다른 가족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회사가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복리후생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족 형태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주요 기업의 복리후생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시사캐스트]
비혼 직원에 결혼 직원과 동일한 복지 혜택주는 회사도 있어
LG유플러스는 올해 1월부터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도 결혼한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복지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근속기간 5년 이상, 만 38세 이상 임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비혼을 선언하면 기본급 100%와 유급휴가 5일을 지급키로 한 것이다. 다만 비혼 선언 이후 마음을 바꿔 결혼하면 결혼 축하금 등은 중복 지급되지 않는다.
SK증권도 노사 교섭에서 근속기간이 5년 이상인 만 40세 이상 비혼 직원에게 축하금 100만원과 유급휴가 5일을 주기로 했다. KB증권 역시 지난해부터 비혼을 선언한 만 40세 이상 직원에게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기혼자 위주였던 사내 복지 혜택이 비혼자들로 확대되면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비혼 장려’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편 2030세대는 형평성에 맞는 사내 복지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겪는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월세 70만 원을 내고 살고 있는 IT기업 2년차 직원 이모(28)씨는 “결혼과 자녀 양육에 지출이 많으니 회사가 이를 지원해주는 것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기혼 직원에 대한 복지 혜택을 줄이자는 건 아니지만 1인 가구에도 신경을 써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도 결혼한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복지 혜택을 주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결혼의 유무와 상관없이 똑같은 복지 혜택을 누리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