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2023년 계묘년(癸卯年)의 공모시장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당초 올해 증시 입성을 준비했던 많은 기업의 상장 시점이 일제히 내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주 투자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이 공모주로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공모주 열풍에 ‘따상(상장 첫 거래일 공모가격의 두배로 시작한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는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온도는 지난해와는 180도 달랐다. 증시 침체, 기준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IPO에 나선 기업이 눈에 띄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진행됐던 LG에너지솔루션의 IPO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로는 차갑게 식었다.
상장에 도전한 대어급 주자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로 연이어 결정을 철회했다. 대표적인 게 SK스퀘어의 자회사 SK쉴더스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공교롭게도 SK스퀘어의 또다른 자회사 원스토어 역시 비슷한 시기에 상장 도전에 나섰다가 수요예측 결과가 희망 공모가 밴드를 크게 밑돌면서 철회했다. 회사 측은 “상장을 철회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글로벌 불확실성 심화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상장을 철회하고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검토하기로 결정했다”며 번복했다.
전자책 구독 플랫폼 밀리의서재 역시 지난 11월 IPO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벌였는데,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자 후일을 도모하기로 한 것이다. IPO 거품 논란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까지 얼어붙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세계 주요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게 타격이 컸다.
그나마 이들 기업은 상장 문턱을 두들겨보기라도 했다. 연내 상장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점쳐졌던 SSG닷컴, CJ올리브영,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카카오모빌리티 등은 상장 시기를 아예 뒤로 미뤘다.
어떻게든 증시 입성에 성공한 기업들의 성적표도 그다지 좋지 않다. 대표적인 기업이 카셰어링 서비스를 운영하는 쏘카다. 이 회사는 상장 이후 주가가 줄곧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지난 8월22일 공모가이자 시초가인 2만8000원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쏘카는 현재 2만2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때는 장중 1만51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많은 기업들이 공모주 시장에서 차가운 평가를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내년으로 옮겨가고 있다. 관건은 내년 1분기 상장하는 대어의 흥행 여부다. 마켓컬리를 운영 중인 컬리가 내년 초엔 공모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상장 준비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많이 낮아져 철회를 할 가능성도 잔존하지만, 시장에 도전하는 후보는 많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기업은 약 50개 안팎이다. 특히 증권가는 상장 예비 심사를 한 차례 받은 경험이 있는 기업은 이른 시일 안에 공모 절차를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증시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문제다. 경기침체 우려로 시장의 투자심리가 이미 짓눌린 가운데 별다른 반등 재료마저 없는 상황이다. 내년 증시 역시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선 새롭게 증시를 입성했다고 주가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릴 기업을 찾는 게 쉽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모주를 배정받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공모주 투자로 큰 수익을 얻는 건 쉽지 않다”면서 “다만 상장을 연기한 많은 기업들이 주식시장 입성을 노리고 있는 만큼 높은 주가 변동성을 활용해 투자하는 건 나쁘지 않은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