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철학을 논하는 깊고 얕은 자세에 있어서도 매 한 가지 지향점은 그냥 행복. 이에 '용기'란 글자가 들어와 박힌 행복의 문을 독특한 지혜의 제스처로 열어주는 책, '미움받을 용기'의 통합본을 소개합니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누군가의 지혜를 전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나름 적절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정말 유용한 것일까?', '그 상황에서 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 거지?', '너와 내가 다르다고 정의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서로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한다면, 왜 밑에 있는 사람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거지?'
이러한 등등의 질문을 던지고 나면,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시각이 형성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로부터 연상되는 또 다른 질문을 연이어 던지다 보면, 각기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 허점이 더욱 명확히 드러나게 되고, 우린 보다 탄탄한 지혜의 갑옷을 온몸에 칭칭 두를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렇게 지혜를 가장 효과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을 처음 고안해 낸 사람이 바로 '소크라테스'인 것. 소위 산모가 보다 안전한 상태에서 고통을 최소화 하여 효과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돕는 산파처럼, 그는 '산파술'이란 별칭을 지닌, 일명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을 지혜를 갈구해온 전 인류를 위해 창안(?)해 낸 것이었다.
물론, 뫼비우스의 띠* 처럼, 답하기 어려운 질문으로 난관에 빠뜨리는 경우는 - 결코 흔한 일은 아니지만 - 자칫 배제되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문답식 접근 방법을 통해 보다 쉽게 지혜의 영역에 도달 할 수만 있다면, 이번에 소개할 책 '미움받을 용기'가 일반적인 책이 전하는 평소답지 않은 방식으로 얼마만큼 지혜의 산고를 잘 견딜 수 있도록 해주는지, 이 또한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맞겨볼 필요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고 하겠다. 어느새 지혜의 바다가 눈 앞에 펼쳐져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
*뫼비우스의 띠 : 가우스에게 천문학을 배웠다고 전하는 독일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뫼비우스가 사각형 종이를 비틀어 양쪽 끝 부분이 맞물리게 함으로써, 종이의 안과 밖의 구분이 모호한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실체를 말한다.
문답법을 가장 극대화한 행복 철학 예찬서, '미움받을 용기1 + 미움받을 용기2'
시작은 단순함으로 출발해 지극히 단순함으로 끝을 맺는다. 마치 인생과도 같은 시작과 끝. 진부한 논조로 시작하는 여타의 책과는 달리, 이 책의 시작은 정교한 구성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일목요연하게 노출시키고 있었다. 헤겔이 말한 '정반합'의 과정으로 도출되는 변증법적 원리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지닌 어느 정도의 철학에 대한 관심을 심히 염두해 두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심플했다. 청년이 지닌 일관된 삶에 대한 고뇌. 즉, 인간은 변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이 복잡 다단한 현실세계에서 감내해야할 고통은 여지없이 계속 될 뿐이란 것. 하지만 이러한 비관을 무모하게나마 한 방에 깨뜨려버리는 철학자의 사상은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모든 대답을 담고 있었다. 다시 말해, 질문도 심플한데, 대답은 더더욱 간단하다는 것이다.
"세상은 단순하며, 인간은 충분히 변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지금 당장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 - 즉 트라우마 - 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
- 알프레드 아들러 , 합본호 '미움받을 용기' p.23-24
이 전제로 시작되는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는 곧 '용기'라는 키워드에 다가선다. 하지만, 이 용기에 대해 언급하기 전, 철학자는 그리스철학에 정통한 자신을 내세우면서도 '또 하나의 철학'에 기반한 이야기들을 꺼내 놓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바로 '아들러의 심리학'이었던 것. 다시 말해, '프로이트'*의 '빈(Wien) 정신분석협회' 핵심 일원이기도 했던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이 책 곳곳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아들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철학자는 곧, 누구나 행복한 인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라는 그 믿음의 근거로서, 원인보단 목적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인간형을 제시한다. 과거의 경험에 사로잡힌 인간이기를 거부한 채로, 그 경험에 부여될 수 있을 만한 의미를 자유롭게 취사 선택할 수만 있다면, 행복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인간 본연의 의지는 분명, 스스로가 원하는 삶의 목적(=행복)에 매일매일 도달할 수 있을 거란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 1856년 체코 출신으로,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였던 그는 무의식과 억압에 대한 방어 기제 이론과 남녀 성을 중심으로 한 이론, 또 대화를 통해 정신 병리를 치료하는 방식 등을 창안해 낸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이기도 했다.
*개인 심리학 : '알프레드 아들러'가 직접 붙인 명칭으로, 인간을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전체'로 보고 각각의 개인은 독립적인 존재이기에 독립적으로 다뤄야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책 속 주석 내용 참조)
이러한 인간형이 되기란 복잡다단한 인간관계에선 결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그런 의지의 발로(發露)로 '용기'를 갖는 것만이 나 자신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음은 물론, 결국 자신 만이 쟁취해 낼 수 있는 그 행복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살아감에 대한 용기 그 자체를 담고 있는 이 말은, 무수한 현상적 실체 속에서 매일같이 마주하는 고뇌와 미움 등으로부터 감히(?) 맞설 수 있는 스스로의 용기를 자각하라는 것.
그러한 용기로 '지금', 이 순간의 '여기'에 온 몸과 맘을 기울이다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희망에 결국 도달하게 될 것이고, 과거의 경험이나 감정 등은 물론, 그 누구로부터의 지배를 받지 않을 거란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용기의 심리학'이라고도 지칭하는 저자는 이내 지속적으로 '플라톤'의 저서 <대화편>에서와 같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대화기법을 종착점까지 활용해가는데, 결국 그 끝에는 사랑이 기다리고 있었다.
늘 갖고 있던 궁금함이 바로 이것이었다. 과연 내가 아는 '사랑'이 행복이란 것과 견주어 봤을 때, 무엇을 놓치고 있던 것이었는지. 또, 값비싼 그 무언가만을 얻기 위해 매일을 희생하며 살아왔다면, 대체 저 높이 내걸린 행복을 쟁취하는 날이 단 하루일 경우, 그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저 고민의 꼬리표를 뗄 수 없는 날들이 허다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아들러'의 말을 빌려 이렇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저 특별한 나를 떠올리기 전에 평범한 나와 마주할 용기부터 지니라고. 그 평범한 일상들이 점으로 모여 기나긴 인생의 한 선분으로 그려질 수 있을 때, 정말 아름답고도 단순한 그림으로서의 멋스런 인생을 이야기 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와 그런 자립심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용기까지 발휘해 낼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인생도 그 단순한 이치에 젖어 매 순간 행복을 선택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
단순함을 논하고 싶다면 사실상 그 안에 깃든 복잡한 구성을 알아야만 한다. 복잡함이 단순함을 내보일 수 있도록 하는 원리일 뿐 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또한 단순한 예측을 어렵도록 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희망은 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 하나면, 누구든 행복의 구멍 하나쯤은 문제 없이 찾아낼 수 있는 일. 그리고 그것을 키워감에 따라 관계하는 모든 이들 또한 어느새 커버린 행복의 문 앞에서 함께 기뻐할지도 모르겠다. 그 모습 그대로의 문이 사실 우리 눈 앞에 항상 열려 있었음에도.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