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주식과 부동산은 하락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은퇴 계획 짜야하는지 머리가 복잡합니다.”
직장인 박모씨는 “내년에 은퇴를 하는데 집값은 집값대로 내려가고 주식은 상황이 안좋고 생활 물가도 급등해 불안하다”면서 “노후 대비 준비 금액과 은퇴 시점을 다시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년에 우아하게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길 수 있을지, 나가는 돈 무서워 지인과 연락을 끊고 살지는 은퇴자산 관리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모범 답안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물가가 오르는 만큼, 연금액도 따라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물가 반영’이야말로 가입자에게 매우 유리한 장치다. 정부가 앞장서서 홍보할 만한 포인트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 기초연금도 같은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은퇴 자산으로는 국민연금이 최선의 선택”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반영된다고 해도 지금까지는 저물가 시대여서 별로 빛을 못 봤지만, 앞으로 진행될 고물가 시대엔 국민연금의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달 수십만 원 버는 빈곤층 지역가입자도 건보료 내
9월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연 2천만원을 넘는 공적연금 소득이 있으면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그간 내지 않던 지역 건보료를 내게 되자 국민연금공단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노후에 대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려고 국민연금에 좀 더 오래 가입해 연금 수령액을 늘리려던 예비 은퇴자들이 줄어드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일찍 연금을 타려는 추세가 확산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건보 피부양자 기준 강화로 인한 국민연금 조기 이탈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크게 ▲직장가입자 ▲지역가입자 ▲피부양자 등 3개 그룹으로 나뉜다. 직장가입자는 회사(사업장)에 소속돼 월급으로 건보료를 내는 사람이다. 프리랜서·자영업자 등 사업장에 소속되지 않고 건보료를 내는 사람이 지역가입자다. 직장가입자인 가족에 생계를 의존하는 이는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를 내지 않게 된다.
정부는 부유층이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를 내지 않는 상황을 막기 위해 피부양자 조건에 재산·소득 기준을 뒀다. 이번 개편으로 연금소득 등 연 2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피부양자로 등록하지 못하고 건보료를 내야 한다. 기존에는 연 소득 3400만원 이하인 사람이 피부양자가 되면 건보료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현재 임의계속가입자는 52만6천명으로 지난해 8월 수준으로 줄어들어
이렇게 되자 경제활동이 어려운 노후에도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어떻게든 수급액을 높이려던 국민연금 가입자와 수급자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국민연금 제도에는 노후에 좀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반납과 추납(추후 납부), 임의계속가입, 연기연금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 특히 통계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것이 임의계속가입이다. 임의계속가입은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만 60세 이후에도 계속해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으로 납부 기간이 연금수급 최소 가입 기간(10년) 미만이어서 연금을 받을 수 없거나, 10년을 채웠더라도 연금수령액을 높이려는 사람이 이용하기 좋은 제도다.
그동안 국민연금 임의계속가입자는 거의 매년 증가했는데,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득기준 강화 조치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지난해 연말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서면서 올해 7월 현재 임의계속가입자는 52만6천명으로 2020년 8월(52만6천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외국과 비교해보면 피부양자 비율 높고 기준도 허술해”
전문가들과 정부는 이번 개편의 방향성에 동의한다. 한국은 이번에 피부양자 제외 소득 기준을 34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췄는데, 낮춘 금액조차 국외와 견줘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독일의 경우 한화로 720만원, 일본은 1278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피부양자가 되지 않고 건보료를 낸다.
또한 한국은 직장가입자 대비 피부양자로 등록된 이들이 국외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한국의 직장가입자 대비 피부양자 비율은 올해 기준 0.95명이다. 2020년 기준 독일 0.28명, 대만 0.49명, 일본 0.68명(2019년 기준) 등과 차이가 크다. 전문가들은 피부양자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신 위원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행하며 한명이 다른 한명을 부양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특히 고령층은 의료이용 욕구가 많은데, (피부양자로) 보험료 면제 대상으로 두면 나머지 인구가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고령자들도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 보험료를 십시일반 내는 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