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① '명'문장 : 책 <나는 그냥 천천히 갈게요>
② '명'대사 :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③ '명'가사 : 명곡 <Speak Low>
커다랗고 힘있는 목소리로 스스로의 존재감을 높여야만 살아남는 시대!? 각종 매스컴과 언론 내지는 SNS의 영향력이란, 이같이 소리만 높여 말하는 이들의 목청에 확성기를 달아주고 있는 꼴은 아닌가싶다.
어쨌거나, 이같이 크나큰 목소리들엔 과연 얼마나 솔직담백한 진심이 담겨있는 것일지. 그저 한낱 시류의 여파에 휘말린 자아가 제 본질마저 퇴색된 채로, 스쳐가던 누군가의 생각만을 대신 전하며, 지극히도 대중영합적인 소리만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위, 지극히도 요란한 이 소리를 그저 가볍기만한 목소리라 지칭할 수 있다면, 우린 곧바로 제대로 된 목소리를 하루빨리 되찾아야만 할 것이다. 진정한 물소리는 낮게 흐르는 시냇물에서만 들을 수 있는 반면, 거친 바람은 물론이고, 지구가 떠 안고 있는 각종 인력 작용에 휘둘린 바다의 파도소리는 그 크기만 거대할 뿐, 순수한 물소리와는 아예 거리가 먼 것인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바다의 소리처럼 우린 무언가의 내가 아닌 경우, 스스로의 존재감 조차 잘 떠올릴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업이 곧 나를 지칭하고,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곧 내가 되어야하며, 세상에 떠 다니는 온갖 추상적 이념들 또한 나란 사람을 관념화된 틀 안에 가두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이러한 외부의 시선이 나의 전부를 지배하고 있다면 과연, 순수하고도 진정한 나 자신은 대체 어디에서 뭘하고 있고,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③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세상을 멈춰세워줄 마법과도 같은 명곡, "SPEAK LOW" (1943)의 명가사
이 순수한 나를 찾는 노력은 분명, 모두가 하나로 화합될 수 있는 세상을 여는 키(Key)로써만 쓰여야 할 것이다. 스스로를 훼손하는 자아는 결코 성립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될 것. 그런 전제 하에서 진정한 나를 찾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이를 알고 들어줄 이들 또한 진정한 스스로를 내보여 줄 터. 그러다 보면 서로에 대한 존중은 커가기 마련일 것이고, 진정한 화합은 자연스레 도모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는 단순한 영리나 이념, 그 밖의 대중심리에 고취된 일시적 답합이나 이합집산 등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으로, 진정한 화합 내에서의 '스스로를 바로 볼 수 있는 혜안'은 곧, 서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음과 더불어, 그 밖의 세상의 흐름이나 이치에 대해 더욱 겸손하고도 외람(猥濫)되지 않은 자세로 임할 수 있도록 - 더할 나위 없이 하나된 세상으로 안내 - 해 줄 것이다.
'진정한 사랑' 또한 이같은 낮은 자세에서 비롯될 수 있는 것이기에, 그 저변(底邊) 위에 세워진 곡이 바로 'Speak Low'(낮은 목소리로)인 것. 여기서 말하는 낮은 목소리가 바로, 그 어떤 소리 보다도 더 진실에 가까운 힘을 발휘한다고하는, 이번 곡의 가장 중요한 테마이자, 제목, 중심 키워드 되시겠다.
누구나 더 크고 활기찬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터. 하지만 그건 찰라에서만 그칠 뿐, 세상은 보다 더 큰 세를 몰아 우쭐함의 그늘에 가려 우둔함에 빠진 이들에 대해선 가차없는 참교육을 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큰 목소리에 깃든 세상이란, 그저그런(?) 자신에 대한 과신만큼이나 위대한 세상의 입지를 상대적으로 줄여 놓아버린 것.
이런 연유로, 진심을 담은 사랑이라면 절대 크지 않은 소리로 내뱉어 달라는 것이 이 곡의 후렴(後斂)이면서도, 지극 정성으로 전하는 권유이자 제목인 것이기에 이를 어필할 수 있는 마음을 담아 이 곡의 전 가사 내용을 감상해 보자.
Speak low when you speak love, Our summer day withers away too soon, too soon.
사랑을 말할때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해요. 우리의 여름 날은 곧 끝나 버릴 테니까요. 곧..
Speak low when you speak love, Our moment is swift like ships adrift,
we're swept apart too soon.
그래요, 사랑을 얘기할 때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해줘요. 우리의 순간도 떠도는 배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밀려가 버릴테니까요.
Speak low darling, speak low, Love is a spark, lost in the dark too soon, too soon.
조용히 이야기해줘요. 내 사랑, 사랑은 불꽃 같지만, 곧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릴테죠. 그저 곧이요
I feel wherever I go, That tomorrow is near, tomorrow is here and always too soon.
난 어디에 가든지 알 수 있죠. 그건 내일이란 근처에 있다가도 벌써 여기 와 있고, 항상 금방 지나가 버리니까요.
Time is so old, and love so brief.
시간은 어느새 지나가 버렸고, 사랑은 너무나 짧아요.
Love is pure gold, and time a thief
사랑은 순금과도 같지만, 시간은 그걸 훔치는 도둑과도 같죠.
We're late, darling, we're late. The curtain descends, ev'rything ends too soon, too soon.
우린 늦었어요 그대여, 우리들은 늦어졌어요. 커튼이 닫히면 모든 것은 끝이 날 거에요, 곧이요 곧
I wait darling, I wait. Will you speak low to me, speak love to me and soon.
하지만 난 기다려요. 네, 그대를 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러니 나에게 부드럽게 이야기 해 줄래요, 사랑을 속삭여 줄래요, 지금 이 순간에요.
이 곡을 쓴 이후에도 작곡가 '커트 웨일'은 당시의 꽤나 많은 재즈곡들로부터 영향을 받음으로서 이를 접목한 오페라 뮤지컬의 대중화와 근대화를 이끌었다. 이에 이 곡, 'Speak Low'에서 또한 재즈적인 스타일은 물론이고, 꽤나 짙은 유럽의 향기와 클래시컬함의 정수를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영원하지 않은 세상에서 본인 만의 솔직담백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는 이 옛 명곡은 세상 이치가 낳은 그 순리에 귀기울일 수만 있다면, 자칫 여럿 감정이 뒤섞여 거친 호흡이 돼버린 겉치레식 숨소리 대신, 무심코 내뱉어도 그저 안정적이기만한 낮은 목소리가 더 와닿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우린 곧, 하나될 수 있다는 생각에도 머무를 시점이 찾아오고야 말 것이다. 그런 낮은 목소리로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이 하나됨으로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기도 하는, 그런 눈부신 인연과의 사랑 또한 경험할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익히 다 체험해보지 못했다하더라도, 직접 듣고 익혀온 간접 경험만으로도 이 세상은 결코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런 올곧은 가치가 전해주는 겸손의 자세야말로 모든 생을 통틀어 가장 밝게 빛날 수 밖에 없는 영혼의 가르침은 아닐지. 이러한 낮은 자세 하나만으로도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세상은 그저 밝게 빛나도록 해주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자칫 영원할지도 모를 그런 순수한 비밀 하나를 꺼내 보여줄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우리가 하나임을 깨닫기 그 이전의 상황에서부터라도, 낮은 자세와 낮은 목소리로 모두를 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럼 그때부터 진실한 것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세상이 진짜로 전해주려고했던 그 행복, 거짓과는 아주 멀기만 한, 누구나 기다려왔던 그런 순수한 행복 말이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