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물가 급등, 가파른 금리 인상의 여파로 올 상반기 국내 증시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말 2977.65에서 6월 30일 2332.64로 올해 상반기에만 21.66% 급락했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 1990년(-22.31%) 이후 32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사상 처음 3000선을 돌파하고서 3305까지 올랐지만,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ᄄᆞᆫ판이었다. 종가 기준으로 단 한 차례도 3000선을 넘기지 못했다.
6월 30일 종가는 지난해 고점 3305.21(7월 6일 종가)과 비교하면 29.43%나 떨어진 것이다. 6월 23일에는 2314.32까지 떨어지면서 연저점을 경시했다. 성장주가 많은 코스닥지수의 하락률이 더 심각했다. 1033.98에서 745.44로 27.91% 내렸다.
장을 주도하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주가가 모조리 꺾였다. 올해 7만8300원에 장을 시작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6월 30일 5만7000원에 마감했다. 무려 27.20%(2만1300원)나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인 SK하이닉스 역시 13만1000원이던 주가가 9만1000원으로 내려앉았다. 이 종목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주가 수익률은 -30.53%로 처참한 수준이다.
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주가 하락을 피하진 못했다. 89만2432원하던 주가가 79만원으로 꺾이면서 11.48% 하락했다. 빅테크의 성장 둔화 우려가 고개를 들었던 네이버는 36.59%나 하락했고, 반도체 부품난으로 차량 생산이 순탄치 않았던 현대차 주가 역시 13.64%나 주저앉았다. 삼성SDI(-18.78%) LG화학(-16.10%) 등도 두 자릿수가 넘는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코로나19 치료제 판매 실적이 기대됐던 셀트리온 역시 주가가 9.85%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들도 체면을 구겼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는 14.46% 하락했고, 엘앤에프 역시 주가 수익률 -5.58%를 기록했다. 올해 9만1000원에 장을 출발했던 카카오게임즈는 4만9150원에 마감하면서 상반기 동안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게임사인 펄어비스 주가 역시 올해 상반기동안 63.05%(13만8300원→5만1100원)나 하락했다.
이처럼 6개월간 수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50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지난해 말 2650조원이었던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2161조원으로 489조원이 줄었다. 코스피시장에선 368조원, 코스닥시장에서 121조원(446조원→325조원)이 각각 증발했다.
주가가 하락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원화 약세) 등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3고(高) 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식을 팔아치우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6조20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조6000억원 등 양대 시장에서 총 19조8000억원을 순매도해 전체적인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기관 역시 8조1000억원을 내던졌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27조8000억원(유가증권시장 21조1000억원, 코스닥시장 6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내다판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낸 것이다. 저가매수에 나선 이들과 그간의 투자 수익률이 좋지 않기 때문에 평균단가를 낮추기 위한 물타기 수요가 한꺼번에 몰렸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반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 악화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같은 상황이다. 생계와 직결되는 고물가를 잡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물경제에 미칠 충격이 적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불안감과 경기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라 하반기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당분간은 우하향하는 지수를 보면서 실적 중심의 옥석가리기를 시도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