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화물차 지입기사인 30대 김현우(가명)씨는 지난 3월 전체 운임료의 절반 가까이를 유류비로 냈다. 김씨는 “지난해 요소수 부족 사태로 가격이 크게 오른데 이어 경유 값까지 급등하면서 지난해보다 영업비용이 두배는 늘어난 상황”이라면서 “화물운송료는 그대로인데 각종 비용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운송하면 오히려 적자를 보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화물 운송에 많이 쓰이는 산업용 기름인 경유가 휘발유 가격에 육박할 만큼 치솟았기 때문이다. 통상 경유의 주유소 판매가격이 휘발유보다 L당 200원가량 저렴하지만, 최근엔 그 격차가 100원 미만으로 좁아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올해 1월 첫째 주 L당 1천440.89원에서 3월 다섯째 주 1919.78원으로 478.89원(33.2%) 올랐다. 경유의 주간 평균 판매가격은 3월 셋째 주부터 1900원을 넘었는데, 이는 2008년 7월 넷째 주 이후 약 13년 8개월 만이다.
치솟는 휘발유값도 무섭긴 매한가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해 리터당 1255원까지 떨어졌던 휘발유 평균 가격은 현재 2000원선을 웃돌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건 화물기사들 뿐만이 아니다. 일반 서민들의 고충도 크게 늘어났다. 이는 통계로 잘 드러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서더니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연속 3%대 고물가 흐름을 이어갔다. 물가가 다섯 달 이상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약 10년 만이다.
더 큰 문제는 3월 물가 상승률이 3%대 후반을 넘어 2011년 12월(4.2%) 이후 10여 년 만에 4%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물가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게 바로 3월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곡물 가격이 날뛰고 있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3월 30일 기준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밀 선물 가격은 톤당 377.44달러로 지난해 말(283.20달러)보다 33.27% 치솟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쟁으로 수출이 꽉 막혔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기후 변화와 코로나19로 곡물 가격은 최근 몇 년간 오름세였는데, 부담이 더 커졌다. 이에 따른 국내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도 지속되고 있다. 식당에서 주로 쓰는 식용유도 인상 폭이 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두배가량 오른 상황이다. 빵집을 운영하는 최정원씨(가명)는 “파는 건 똑같은데 남는 건 반토막”이라면서 “이대로 계속 장사를 해야할지, 빵값을 올려야할지 고민이 깊다”고 호소했다.
4월 1일부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반 인상돼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커진다. 4월분 전기요금부터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과 기후환경요금만 각각 킬로와트시(㎾h)당 4.9원, 2.0원씩 오르게 된다.
앞서 정부는 올해 4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기준연료비를 각각 ㎾h당 4.9원씩 총 9.8원을 올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기후환경요금도 오는 4월부터 ㎾h당 2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인 가구의 평균 전력 사용량(307㎾h)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달에 약 2120원이 오르게 된다.
도시가스 요금도 평균 1.8% 오른다. 주택용 요금은 현행 메가줄당 14.22원에서 0.43원 인상된 14.65원이다. 일반용 요금은 공급비 인하 요인을 감안해 0.17원 상승한 14.26원으로 조정했다. 연중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월 86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 기준으로는 월 평균 납부액이 현행 2만8440원에서 2만9300원으로 오르게 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공공요금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연료비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 오는 6월 중 결정하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생활 물가 역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