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손가락만 까딱이면 원하는 물건이 30분 만에 집 앞에 배송되는 시대다. 스타트업들의 놀이터였던 이커머스 시장이 유통 대기업은 물론, 빅테크 기업까지 합세하면서 전선이 넓어졌다.
그래서인지 요새 1인가구는 뭐든 배송시킨다. 혼자서 생활해야 하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을 들러 시간을 쏟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보고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 형태가 자리 잡게 된 경우가 많다. 이를 대표하는 신조어가 편리미엄이다.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결합한 용어인 '편리미엄'은 바쁜 일상의 시간을 아껴주는 편리함이 프리미엄이 되는 시대를 뜻하는 단어다.
특히 온라인 쇼핑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해졌다는 점도 호재다. ‘라이브 커머스’부터 ‘메타버스(metaverse)’까지 온라인 쇼핑이 단순히 편리한 것만이 아니라 흥미로워진 셈이다.
문제는 이런 편리미엄을 누리는 1인가구의 삶이 곧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국내 배달경제 물류가 끊길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급팽창한 비대면 이커머스 경제는 당장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커머스 상품을 싣고 움직이는 화물차량 대부분이 요소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기 위해 배기가스 저감장치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최근 출시되는 모든 경유차엔 요소수가 필수다. 요소수가 부족하거나 없으면,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65%까지 떨어지는 등 주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요소수 대신 다른 용액을 주입할 경우, 엔진이나 다른 부품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국내 생산량 97%(올해 1~9월 기준)가 중국에서 수입한 요소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요소는 석탄을 원료로 제조되는데 최근 석탄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이 요소 수출에 대해 수출전 상품검사 실시를 의무화하면서 사실상 수출을 막고 있는 상태다. 국내 차량용 요소수의 50%를 공급하는 롯데정밀화학마저 한달치 재고만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운행되는 경유 화물차 330만대 중 60%인 200만대 정도는 요소수를 반드시 넣어야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때문에 요소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화물차 등 경유차와 건설용 중장비 등을 가동할 수 없어 ‘물류 마비’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요소수 품귀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력난으로 요소 생산을 줄인 중국이 당장 수출을 재개할 가능성은 낮아서다. 8000원 안팎이던 요소수의 호가가 20만원까지 치솟은 데다, 이마저도 구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상황이다. 일부 화물차 운전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요소수 때문에 조만간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외교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에서도 요소수 사태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나섰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 요소수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한 뒤 11월 셋째 주 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요소수 품귀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택배 배송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현장의 택배 차량은 대부분 소형이어서 일단 요소수를 보충하면 한두 달 정도 운행이 가능한 상황이라 요소수가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요소수 부족 문제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이들 차량의 엔진도 멈추게 될지 모를 일이다. 대형마트나 온라인몰 매대가 텅 비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