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최근 국산 수제 맥주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독특한 개성과 각종 할인 행사 등으로 수입맥주가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 국산 맥주에 밀려나는 추세다. 새로운 것에 매력을 느끼는 MZ 세대의 이목을 끌기 위한 다양한 수제 맥주가 출시되고 있다. 특히 MZ 세대를 사로잡은 수제 맥주는 편의점 CU의 ‘곰표 밀맥주’로 이는 CU와 대한 제분이 협업해 내놓은 제품으로 최근 대량 생산을 시작하자마자 매출이 폭주하고 있다.
“예전엔 수입맥주 좋아했지만 요즘은 국산맥주 선호해”
피아노 강사 김모(29)씨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맥주를 즐기는 게 취미가 됐다. 특히 최근 동네에 있는 편의점에 다양한 수제맥주들이 들어오면서 예전보다 맥주의 선택지가 늘어났다. 한창 있기 있던 곰표 밀맥주를 사기위해 다른 동네를 가지 않아도 이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하루일과를 끝내고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는 꿀맛”이라며 “TV를 보며 맥주 마시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4)씨도 “요즘 마트에 가보면 맥주들이 다양하게 있어 매번 다른 브랜드를 사서 마셔보는 중”이라며 “예전엔 수입맥주를 자주 마셨는데 요즘은 국산맥주를 즐겨 마신다”고 밝혔다.
국산맥주 열풍… ‘테라’ 앞세워 수입맥주 성장세 압도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맥주 수입액은 7279만 달러(약 856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가량 감소했다. 2분기에도 수입은 둔화세다. 2018년 맥주 수입액이 2017년보다 17% 늘고, 2017년 수입액은 2016년보다 44% 증가했다. 최근 몇 년 맥주 수입량이 급증하는 사이, 국산 맥주는 그만큼 고전했다. 국산맥주 열풍의 중심에는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있다.
지난 3월 출시, 한달 만에 105만 상자(3193만 병)가 팔렸다. 이 회사의 스테디셀러 ‘하이트’나 ‘맥스’도 출시 직후 첫달 판매량은 30만 상자 수준. ‘테라’는 ‘원재료 차별화’, 한국인의 식습관에 맞는 라거(lager)의 강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중소규모 양조장도 선전하고 있다. 특색 있는 라거나 수제 맥주를 만들어 마니아를 끌어 모으고 있다. 국산 수제맥주 양조장은 100여 곳에 이른다. 특히 내년부터는 맥주 과세체계가 종량세 방식으로 바뀔 것이어서 국산맥주의 호조세는 더 힘을 얻을 전망이다.
대량 생산 시작한 ‘곰표 맥주’ 매출 1위 기록… ‘미닝아웃’ MZ 사로잡아
주류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 돌풍을 일으킨 주역은 ‘곰표’ 밀맥주다. 지난해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가 협업해 생산한 제품으로 편의점 CU를 통해 내놓자 마자 연일 품절사태를 빚었다. CU에서 판매된 곰표 밀맥주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17만개, 최고 판매량은 26만개로 지난달 첫째~둘째주에만 300만개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월 평균 판매량과 비교하면 30배로 늘어났다.
이처럼 ‘곰표 맥주’에 MZ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곰표 맥주 열풍을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대해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 세대의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판단하고 있다. 일명 ‘미닝아웃’을 하며 기쁨을 찾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닝아웃’(meaning,의미+coming out,드러내기)은 소비를 통해 자기 취향과 신념을 알리며 사회적 의미를 환기하는 것을 뜻한다.
주 소비계층으로 자리 잡은 MZ 세대는 공정, 정의라는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재밌는 구매를 실행하기 위해 애쓴다. 또한 SNS를 통해 그 영향력을 널리 퍼트리기도 한다. 대학생 천모(26)씨는 “소비 취향과 방식이 SNS로 퍼지는 트렌드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며 “굳이 필요하지 않아도 요즘 트렌드나 열풍인 제품을 구매하며 만족감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은 지금 맥주전성시대…‘수제맥주’ 불티나게 팔려
곰표에 이어 나온 말표 흑맥주와 백양 라거맥주도 금세 히트상품 대열에 올랐다. GS25가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Nordisk)’와 협업해 내놓은 라거타입의 노르디스크맥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GS25는 2018년 수제맥주 랜드마크 시리즈 1탄 ‘광화문에일’을 선보인 이후 ‘제주백록담에일’, ‘경복궁에일’, ‘성산일출봉에일’, ‘남산에일’을 차례로 내놨다. 올들어서는 캔 디자인에 추억의 골드스타 로고를 입힌 ‘금성맥주’를 선보였다. GS25 관계자는 “2018년 ‘광화문’ 출시이후 2년10개월만에 수제맥주 누적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면서 “올해는 누적 판매량 2000만개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독 vs 긍정적 효과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각종 콜라보레이션이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미만을 추구하느라 낮은 퀄리티의 맥주를 내놓게 되고, 이러한 인상이 소비자들에게 남아 수제 맥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4캔 만원이라는 가격 책정 때문에 퀄리티 높은 맥주의 판매가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한 수제 맥주 업체 관계자는 “여러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소비자에게 개별 브랜드뿐 아니라 ‘수제 맥주’라는 카테고리를 각인시키며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제 맥주 시장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브랜딩이 이뤄져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 맥주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면 더 높은 퀄리티의 맥주를 찾는 소비자층도 분명 증가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시장에서 국산 수제맥주 판매량은 1180억원 규모로 2017년 430억원대와 비교해 3년만에 2.7배 이상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