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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룩 앳 피플] 〈마드리드 0km〉 저자 정효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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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룩 앳 피플] 〈마드리드 0km〉 저자 정효민을 만나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1.07.28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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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7월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정효민 작가 인터뷰는 비대면으로 진행했습니다.

8살 어린 아이의 꿈은 20년 후 현실이 된다.

<마드리드 0km>의 저자 정효민 씨는 어린시절 우연히 본 TV프로그램에서 스페인의 축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를 설레게 한 나라, 그는 언젠가 그곳을 꼭 찾아가리라 결심한다.

그리고 질풍노도의 20대 끝자락, 운명처럼 느껴졌던 스페인과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마드리드 왕궁’ 앞에서
하프연주를 들으며 행복했던 시간의 기억"

-"세상사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준 시간이었습니다."

스페인의 마드리드, 톨레도, 세고비아,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그라나다, 말라가, 론다, 세비야와 포르투갈의 리스본. 

여행길을 따라 그의 꿈같은 여정이 펼쳐졌다. 브라운관 속 환상의 세계를 마주한 시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당시의 생생한 기억들이 시간의 흐름을 핑계 삼아 옅어지지 않도록 그는 여행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여행지에서 느낀 소소한 감정을 풀어낸 여행 에세이. 여행의 기억, 그 때의 감정을 보존하기에 '글'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부제였다. 

기억의 보존, 그 이면에는 스페인 여행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있었다.

그는 그렇게 작가, 에세이스트라는 부캐(부캐릭터)를 얻게 됐다.

-"군대에 있을 당시 이병률 작가의 <끌림>이라는 책을 읽고 에세이 장르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누군가에게 공감되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생각했던 게 작가라는 막연한 꿈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는 SNS를 통해 짧은 에세이를 남기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막연했던 꿈이 스페인 여행의 추억과 맞닿으며 작가라는 정체성을 형성해가게 된다.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후 마음에 드는 사진을 인화해 스케치북에 저만의 여행에세이를 제작해뒀습니다."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후 마음에 드는 사진을 인화해 스케치북에 저만의 여행에세이를 제작해뒀습니다."

<마드리드 0km>는 그가 차린 1인 출판사 '우고북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내 책을 가장 내 책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책이 완성되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준비해야겠다는 답을 내렸습니다."

<마드리드 0km>는 시간, 노력, 정성, 그리고 그의 꿈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결과물로 탄생했다.

스페인 여행을 떠난 독자가 'Km.0' 표지석에 <마드리드 0km>를 올려두고 찍은 사진(좌)/책과 함께 제작한 엽서 4종과 에코백, 파우치(우).

이는 시작일 뿐, 작가로서의 그의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미얀마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 <이름 없는 사원>은 브런치에서 연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간판에 담긴 인문학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새겨지다 간판>을 브런치에서 연재 중에 있으며, 내년에 책으로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타닥타닥' 여느때와 같이 타자기 소리가 들린다. 그의 타자기는 쉴틈이 없다. 하지만 때때로 그는 따뜻한 감성 작가의 가면을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들을 마주하곤 한다. 

-"저는 6년차 문화예술기획자 정효민입니다."

정효민 씨의 본캐(본래의 캐릭터)는 문화예술기획자다. 그는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한 여행에서 지역의 축제, 행사를 경험하며 '문화예술기획'을 어렴풋이 접하게 되고 그 매력에 빠졌다.

지난 2015년 경주 신라문화원에서 문화예술기획자로 일을 시작한 효민 씨는 현재 인천광역시 연수구 소재 (재)연수문화재단의 문화사업팀에 소속돼 있다. 그는 지역의 예술인·예술단체 발굴 및 지원과 지역 축제 기획, 문화예술회관 건립 지원 등 지역 문화예술과 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본캐와 부캐 사이. 
그의 모습은 달라지나, 그의 열정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기획자의 자질로 '열린 사고'와 '발품'을 강조했다.

좋은 기획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된다. 재료가 많을수록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아이디어가 발현되는 근원지는 점차 늘어난다.

그는 사고 확장을 위해 꾸준히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독서모임에서는 사회·경제·정치·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최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기획에 써먹을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또 다른 기관에서 주최하는 축제, 행사 등을 찾아다니며 현장의 이야기를 기록하기도 한다.

-"기획자의 눈으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참가자의 눈으로 보이기 시작하며, 잘 기획된 것은 벤치마킹하고 부족한 점은 메모해뒀다가 똑같은 실수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생활 속에서 틈틈이 이뤄지고 있다.

한 달간의 스페인 여행.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짧게만 느껴졌던 그 시간은 인생의 나침반이 됐다. 

스페인 여행은 그를 작가의 길로 이끌었으며, 문화예술기획자로서 그가 걸어가는 길에 확신을 심어줬다.

-"스페인 발렌시아의 축제 '라스 파야스(Las Fallas)'를 접한 충격을 잊지 못해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직접 참여한 축제에서는 동네별로 거대한 솥에 '빠에야(Paella)'를 만들어 먹고 함께 불로 태울 인형을 제작하는 등 모두가 밤새 웃으며 행복해하는 진짜 축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행자인 저에게 웃으며 건네주던 빠에야 한 접시를 생각하면 그날의 온도, 향기, 소리, 맛, 그리고, 만져지던 모든 촉감까지 떠오릅니다."

문화예술계 일을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홀연히 떠난 여행이었다. 일에 지쳐 퇴사를 결정하고 떠난 그 곳에서 그는 자신이 문화예술기획자라는 직업을, 그가 하는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 스페인 여행에서 경험한 축제는 그를 위로하고 치유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선명하게 비추었다.

-"사람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어주는 문화예술콘텐츠를 기획하는 기획자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마드리드 0km’ 북토크 현장입니다. 청중의 반짝이던 눈빛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코로나 19로 지친 구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수문화재단은 자동차 극장을 운영했습니다. 구민들에게 문화와 예술로 위로와 기쁨을 드릴 때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
"코로나 19로 지친 구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수문화재단은 자동차 극장을 운영했습니다. 구민들에게 문화와 예술로 위로와 기쁨을 드릴 때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

그에게 주어진 빈 종이가 빈틈없이 채워진다. 그의 경험, 생각, 감정이 한 편의 글이 되고 작품이 된다. 

그의 생각 톱니바퀴가 쉼없이 돌아가며 아이디어의 동력을 일으킨다. 빈 종이에 밑그림이 그려지고, 알맞은 색깔이 입혀지며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정효민 씨의 작품은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때로는 위로와 치유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멀티페르소나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는 본캐와 부캐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각 분야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형성해 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찾아 최선을 다해 걸어가는 것. 작가로서, 기획자로서 그의 삶이 가치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자아를 찾아가는 일에 진심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진=정효민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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