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영국 신사로 출발, '인디애나 존스'의 아버지와 중세 시대 아더왕을 거쳐 자신만의 중후하고 인자한 연기를 펼쳐 보인 '숀 코네리'. 얼마 전 타계한 그를 추모하며, 그의 영화 인생 전반에 걸친 주요 캐릭터들을 되짚어봅니다. 그 '상'편.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영화 속 긴박한 세상이 긴 밖의 현실 속, 정답고도 그리운 추억이 되어 있는 건, 누군가의 희망과 바램이 잘 짜여진 이야기 안에 오래오래 머물러있기 때문일 것이다.
항시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어느 특정한 날에 멈춰 서 버린 마법의 거울을 바라보는 마냥으로, 그저 범상치 않은 영화적 표현들에 잠시나마 넋을 빼앗기고(?) 날 때면, 모든 스태프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기 마련.
그 중에서도 영화의 얼굴이자, 초감각적 빙의(?) 능력으로, 촬영 기간 내내 쉴 새 없이 몰입해야하는 '영화배우'들의 전문적 경지 앞에선 실로 감탄을 금할 수 없는 바,
누군가의 삶을 대신해야하는 '이상'은 물론, 저 너머의 '환상' 사이를 오가는 - 자칫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 그들만의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한 차원 더 끌어올려진 예술적 경험은 물론이요, 또 다른 질문 하나를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 봄으로서 보다 영화로운 시간들을 만끽할 수 있길 바란다.
'자신의 삶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 만큼, 우린 스스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가?'
영화 속 영원의 세계에 충실했던, 짙은 눈썹의 품격높은 신사, '숀 코네리'. 그의 대표작 10선
만약 이 질문을, '숀 코네리' 만의 특유한 억양과 톤으로 들어 볼 수 있다면? 인자하면서도 사려깊은 그의 목소리가 잠시나마 잊혀졌던 '현실적 이상(理想)'을 순간 되살아나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그의 열정에 더해, 타고난 용모와 특별한 음성을 넘어 내면의 깊이까지도 가늠해 보는 시간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몇 작품과 함께 그의 영화로운 삶 또한 하나 둘 반추해 본다.
본명은 '토마스 숀 코너리'. 1930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서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우유 배달을 시작으로 여러 직업(해군 등)을 거쳐, 축구선수로도 활약한 이후, - 1953년 스코틀랜드 '미스터 유니버스' 대회의 3위 입상에 빛나는 - 연기자로서 권유를 받은 이듬해, 본격적인 배우 인생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이 시기 단역을 전전하던 그는, 초대 '007 제임스 본드' 역에 극적으로 캐스팅되면서,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메이저급 영화배우로서 그 궤도에 오르게 되는데,
1. <007살인번호(Dr. No),1962>
007작전이 제일 먼저 펼쳐지는, 그 원조격에서도 가장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는 전설적인 첩보 시리즈의 맨 첫 편. 한 요원의 희한한 실종으로 그 사건을 수사하던 '007 제임스 본드'는, 어느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섬에 이르러, 한 미모의 여인과 함께 보이지 않는 과학자의 놀라운 음모를 파헤친다.
> 영화로운 Point : 이 영화에서 '숀 코네리'는 원작 속 '제임스 본드'의 모습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이후 전 시리즈에서 상징화된 시그니처식 행동과 말, 그리고 액션 장면 등을 선보인다. 이 모두를 절대로 놓치지 말 것.
이 밖에도 '숀 코네리'는 <007 위기일발, 1963>, <007 골드핑거(Goldfinger), 1964>와 <007 썬더볼(Thunderball), 1965>, <007 두번산다, 1967>,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1971>로 원작자 '이안 플레밍'의 007 첩보 영화 다섯 편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인기를 아낌없이 구현해 낸다. (이 사이사이에도 '숀 코네리'는 동료 '마이클 케인'과의 영화 <Male of the Species>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간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러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매몰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한 '숀 코네리'는 나름의 심대한 고심 끝에 이후의 007 배역을 거절, 급기야 B급이나 C급 컬트 무비 - 가장 유명했던 것은 '존 부어맨' 감독의 SF영화, <자도즈, 1973>에서의 꽁지머리와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등장한 것 - 등에 출연하더니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1974>과 <대열차 강도 사건, 1978>, <쿠바, 1979>, <아웃랜드 (Outland), 1981> 등에 연달아 출연한 이후, 다시금 '007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이정표에 손짓, 영화 <Never Say Never Again, 1983>이라는 '숀 코네리'표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종점행 열차에 과감히 몸을 싣는다.
이후로도 이어진, <하이랜더(Highlander), 1986>와 <장미의 이름 (The name of the rose), 1986> 등의 다양한 메이저 작품들은 '숀 코네리' 만의 독보적인 연기력을 재차 입증시키기에 이르고,
그 바로 뒤를 강타한 영화 <언터처블스>에서는 배우 '케빈 코스트너'를 돕는 경찰 역을 멋지게 소화해 냄으로서 연기자로는 평생 영예로 남을 수 있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이 사이 그는 1962년 같은 영화 배우인 '다이앤 클라이언토'와 결혼한 후 1973년, 그의 유일한 아들 '제이슨'을 두고 이혼한다. 이후, 1975년 프랑스의 아티스트인 '미슐랭 로크브륀느'와 재혼하는 등, 그리 복잡하지도 않지만, 또 순탄하지도 않은 개인적 격변기를 겪는다.)
2. <언터처블스 (The Untouchables), 1987>
이 영화를 통한 아카데미상 수상은 이전 '제임스 본드'로부터 구축된 이미지가 공로상 정도(?)로 이어진 것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나름 존재했던 바, 그가 지닌 특유의 음성과 그로 빚어진 당시의 내면 연기는 충분히 상을 받고도 남을 만한 것이었음에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종결되었었다.
> 영화로운Point : 미국 금주법 시대, 밀주로 인해 막대한 부와 권력을 거머쥔 한 마피아(알 카포네, '로버트 드니로' 분)를 상대로, 몇몇 정의로운 요원들이 바위에 계란 지치 듯 제 임무를 강행해가는 모습에서 그 결과는 물론이요, 영화<스카페이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의 연출력과 더불어, '숀 코네리'를 비롯한 주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를 다시금 주목해 볼 필요가 다분하다.
이후, '숀 코네리'는 영화 <The Presidio, 1988>에서 사건을 해결해가는 엄격한 군인 장교, '알란 캘드웰' 역을 소화해 내며, 당시 유명 배우 '마크 하몬'과 '멕 라이언'은 물론, 이전 영화 <아웃랜드>의 감독이었던 '피터 하이암스'와 다시금 호흡을 맞춰 열연을 이어간다.
3. <인디아나 존스 3 - 최후의 성전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
어릴적 모험심은 물론, 반항심도 다분했던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분)는 세월이 흘러 자신의 아버지 '헨리 존스'('숀 코네리' 분)처럼 고고학자가 되더니만, 반쪽짜리 석판의 나머지 한 부분을 찾아내, 예수 '최후의 만찬'에 실제로(?) 사용되었다던 문제의 '성배' 향방을 알아내려 고군분투한다.
이 전설 속 '성배'가 과연 실재하는 건 맞는지, 의문의 꼬리에 꼬리가 물리면서도, 고고학적 모험 심리는 전 편에 비해 훨씬 커진 스케일로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사단이 만들어낸 매 장면 속 극적 분위기 또한 잊혀지지 않는 추억을 떠올리기에 그 충분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다.
> 영화로운Point : 행방불명 된 아버지가 나치에 납치 된 직 후, 그를 구해내는 과정이나, 오랜만에 재회한 부자가 티격태격하며 곳곳의 반전유머를 들춰내는 상황들 속엔, 실재할지도 모를 '성배' 찾기 본격 모험스토리와도 크게 견줄 만한, 그런 재미와 감동이 녹아있다.
여기까지 총 세 편 영화는 모두 '넷플릭스' 또는 '네이버' 등 여러 온라인 사이트에서 스트리밍 및 구매, 대여가 가능하다.
(다음, '하'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