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2020년이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며칠 후면 12월이고, 늦은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추위에 우리는 매해 겨울 그랬듯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칠 것이다. 연말분위기에 휩쓸려 황폐해진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2021년을 알리는 종소리가 내 귓가에 선명히 들려오겠지.
싱글로 살아온 40년, 나의 41년째 삶에는 어떤 일들이 생길까 궁금해 하다가 문득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라는 의욕이 일어났다. 물론, 이 몹쓸 의욕은 한해 두해 해본 것이 아니고, 계획은 늘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당장 2021년이 한눈에 보이는 커다란 벽걸이 달력을 구입하고 그 큰 종이에 무엇을 적을까 펜을 들었는데, 세상에! 내 생일, 가족 생일, 지인 생일 말고는 딱히 적을 것이 없다. 이렇게 계획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구나...
새로운 계획 따위는 어서 집어치우자! 나는 하얀 백지를 펴고 지나온 내 인생을 그리기 시작했다. 성인이 되기 전에는 내 의지로 살아온 날들이 아니므로 20살이 되던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나는 그때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마주하고 있었는가, 30살이 되던 2010년에는 어떤 성공과 상처를 맛보았는가? 그리고 지금 2020년, 40살의 나는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잃었는가? 또 무엇을 원하는가?
40년간 살아온 내 인생을 마치 암호처럼 수많은 단어들로 펼쳐놓고 보니 결국 내 인생의 퍼즐은 5가지 키워드로 그룹핑되었다. 일, 가족, 타인, 취미, 돈!
그 중에 현재진행형이면서 가장 미지수인 부분은 ‘가족’인데 이것은 결혼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남편과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내 인생에 아마 가장 큰 일이 될 테고, 내 인생 전체를 뒤집어 놓을만한 거사이니 말이다.
사실 나는 두어 달 전에 만난 심리상담가를 통해 이 키워드 찾기 작업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잠시 길을 잃고 갈팡질팡할 때 소중한 지인이 심리상담가와의 티타임을 친히 마련해서 잃고 있는 방향을 잡게 해주었다.
방법은 단순하다. 위의 방식대로 내게 즉각적으로 생각나는 단어를 나열하고, 내가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목표로 삼으면 삶의 방향은 잡힌다. 방법과 속도의 문제가 있겠지만 목표가 확실하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더는 이 글을 읽지 않아도 좋으니 당장 백지를 펼치고 자신의 인생을 단어로 나열해보라. 그리고 그룹핑을 해라. 당신의 인생이 불과 몇 단어로 요약될 것이다. 그리고 원하는 단어들로 예쁘게 정리된 당신의 미래를 이제 구체화 시키는 작업을 하자.
일!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생각을 뛰어넘어 행동으로 옮겨보자. 이력서를 다시 쓰건, 지금 하는 일의 성장을 위해 회사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건의를 하건, 영 아니었던 길이었음을 확실히 느꼈다면 당장 사직서를 써라. 사직서를 내지 않아도 썼다는 행동만으로 당신은 다음으로 갈 스텝을 밟았다.
가족! 당신이 가정을 갖고 싶다면 당장 소개팅을 만들어내건, 현재 사귀고 있는사람과 구체적인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또는 이전과 다른 가정의 모습을 원한다면 원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 있도록 남편과 아내에게 대화를 신청하자.
타인!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싶다면 싫어하는 사람을 정리하고 좋은 사람들과 더욱 친밀할 수 있는 각종 활동을 만들어보자. 와인모임, 등산모임, 브런치모임, 독서모임...그 무엇이건 좋다. 의외로 이런 모임을 청했을 때 격하게 반기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은 해본 사람은 안다.
취미! 나는 50세에 화가로 데뷔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었다. 아직 10년이 남아있다. 어릴 때 내려놓은 그림을 다시 배우기 위해 검색을 하기도 하고, 얼마 전에 오래전 스승님을 찾아갔다. 이와 같이 당신도 잊고 있던 당신의 취미를 찾고 실행하자. 보기엔 한없이 부러웠던 폴댄스, 언제나 도전해보고 싶은 필라테스 강사, 승마, 골프, 등산, 요리, 글쓰기 등...
(나는 오늘 캔버스와 물감을 주문할 생각이다.)
돈! 내가 원한다고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왜 아직도 풍족하지 못한가를 비관하는 대신, 나는 왜 돈을 모으지 못했을까를 거슬러 올라가 분석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발견된 문제를 오늘 당장 하나씩 고쳐나가기 시작하는 것, 그 시작이 있어야 내 삶이 바뀐다. 당장 증권계좌를 하나 터서 요즘 난리라는 해외 주식에도 투자해보고, 저축에 내내 실패했다면 하루에 1000원 모으기라도 시작해보자. 습관이 삶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지의 한구석에 정성스레 적어볼 것이 있다.
1. 사람들은 왜 나를 좋아하는가?
2. 나는 왜 사람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가?
3. 나는 어떤 내 모습이 싫은가?
4. 사람들은 왜 나를 싫어하는가?
이 질문들을 통해 ‘나’라는 자아에 대해 재차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 또 그 자아에게 더 나은 삶을 제시하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작업을 통해 나에게는 공통되는 하나의 단어가 산출되었다.
바로 ‘아름다움’!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길 원하고 아름다워 보이기를 원한다. 외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외모도 바지런하고 정갈하게, 내면도 바르고 선하게 살고 싶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선이고, 실력이고, 멋진 것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움은 노력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다.
20년간 살아온 내 삶의 단어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원하는 삶의 단어들로 빼곡해진 종이를 다시 바라본다.
나는 내내 아름다웠다. 그리고 내내 아름다울 것이다.
[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