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우리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가장 엄격하다. 남들이 보기에 마른 몸이지만, 본인의 눈에 비친 모습은 그렇지 않다. 보기 싫은 살들에 시선이 집중되고, SNS나 브라운관 속 연예인들과 자신의 몸을 비교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우리의 우상이 된 연예인들, 이들의 말은 곧 다이어트 지침이 되고 있다.
"세끼 다 먹으면 살쪄요"
"뚱뚱한 여자는 굶어서라도 살을 빼야 해요"
"나를 배부르게 하는 것들은 나를 파괴해요"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명언이라 불리며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말이다. 하지만, 다이어트 자극제로 여겨지는 말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브라운관 속 연예인들의 모습을 동경하는 10대 여성 청소년들 사이에서 '프로아나(pro-ana)'가 확산되고 있다. 프로아나란, 찬성을 뜻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애나렉시아(anorexia)'의 합성어로 지나칠 정도로 마른 몸매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프로아나족은 무작정 굶거나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는 등의 극단적인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는데, 이들의 행동을 '신경성 식욕부진증', 일명 거식증으로 보고 있다. 섭식장애의 하나인 거식증은 음식을 거부하는 정신질환으로, 이로 인한 사망률이 15%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남들이 볼 때 위험해 보이지만, 마른 몸매에 사로잡힌 프로아나족은 극단적 다이어트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거식증에 걸린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국회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경성 식욕부진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총 8,417명, 이 가운데 10대 여성은 총 1,208명(14.4%)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남 의원은 "SNS에서 뼈가 도드라질 정도의 마른 몸이 동경의 대상이 되고, 체중 감량을 위한 위험한 방식이 공유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는 거식증을 가장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할 청소년 질환 중 하나로 보고한 바 있고, 사망률도 높아 초기에 개입해 신속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프로아나족의 저연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10대는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시기임에도 대중문화와 SNS가 부채질하는 '마른 몸 신화'에 엄청난 압력을 받으며 그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출한 '최근 5년간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공급내역'에 따르면, 마약류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공급현황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5년간 공급량은 12억1,389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남 의원은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식약처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국내 허가사항은 BMI 30kg/㎡이상 또는 다른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BMI 27kg/㎡이상에서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식약처의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을 위한 기준'의 처방 기준은 BMI 25kg/㎡ 이상, 다른 위험인자 있는 경우 BMI 23kg/㎡ 이상 사용으로 상이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 비만기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비만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BMI지수는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kg/㎡)으로 계산한다. 세계보건기구 기준 BMI 25kg/㎡ 이상은 과체중, BMI 30kg/㎡ 이상은 비만, BMI 40kg/㎡ 이상은 고도비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비만 기준은 이와 다르다. 국내 비만 기준에 따르면 BMI 23kg/㎡ 이상은 과체중, BMI 25kg/㎡ 이상은 비만, BMI 30kg/㎡ 이상은 고도비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남 의원은 "국제 기준보다 낮은 국내의 비만 기준이 국민들의 마른 몸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관련 전문가와 학회 등과 논의해 합리적인 기준 마련을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
최근들어 프로아나의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SNS에서 '개말라', 뼈말라' 등의 해시태그(#)로 위험한 다이어트 습관을 공유하며 프로아나를 확산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빈혈과 탈모, 감염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강박장애 등 정신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마른 몸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된 프로아나로 인해 몸도 마르고, 정신도 말라간다. 건강한 생활을 되찾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멈추고, 올바른 식습관을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10대 청소년들이 프로아나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국내 비만 기준 및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기준 등을 검토해 합리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프리아나'라는 신조어가 흐릿해질 때까지 이들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