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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중 기획 입국설, “큰집과 약속… 그를 부른 ‘은밀한 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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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중 기획 입국설, “큰집과 약속… 그를 부른 ‘은밀한 손’ 있다”
  • 정수백 기자
  • 승인 2008.01.13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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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이용당하는것”
 LA구치소서 수감생활 같이한 申모씨 편지가 증거

“김경준, 작년 3월 한국정부 고위관계자와 면회”
현지인 지게타씨 증언도 특별한 뒷거래설 힘보태
신당 “기획설 흘려 이명박특검 물타기 하려는 것”

4월 총선을 앞두고 ‘김경준 기획입국설’이 여의도 정가를 뒤덮고 있다.

기획입국설은 김경준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행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데서 출발한다.

김경준은 옵셔널 벤처스 주가를 조작하고 380억원을 빼돌린 뒤 2001년 미국으로 도피했다. 2004년 한국검찰은 미국정부에 김경준에 대한 범죄인 인도요청을 했다.
 
이에 2005년 미 법원은 김경준의 송환결정을 내렸다. 김경준은 한국송환이 결정되자 송환을 피하기 위해 미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제기했으나 미 법원은 2007년 1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김경준은 국내로 송환될 처지에 놓였다. 그러자 김경준은 또다시 기각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했다. 김경준의 항소로 국내송환은 2008년 중순쯤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경준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돌연 항소를 취소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따라서 김경준 대선 1개월여를 앞둔 시점에서 국내로 송환돼 온 과정에서 범여권이 개입됐다는 것이 기획입국설의 전모다. 하지만 아직까지 드러난 실체는 없다. 다만 의혹의 실타래들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모씨 편지’와 ‘지게타 증언’이 기획입국설의 정황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신모씨는 강도 상해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돼, LA구치소에서 김경준과 같이 1년여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 2007년 10월 중순 국내로 송환돼 대전교도소에 수감됐다. 수감 중이던 신모씨가 당시 LA구치소에 수감중이던 김경준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돼 기획입국설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편지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나의 동지 김경준에게, 난 대전에 와있네. 이곳에 와보니 자네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자네와 약속했던 것들도 이행하지 못했고 또한 그 약속들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다네. 자네가 큰 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고 신중하게 판단하여 가지고 나온 보따리도 불필요한 것들은 다 버리고 오길 바라네’

편지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 ‘큰집’이다. 큰집이 어디를 뜻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기획입국설이 사실이라는 가정을 할 때 큰집은 청와대나 여권의 고위관계자 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때문에 위의 편지 내용은 김경준이 스스로 국내로 강제 송환돼 들어오는 과정에 누군가 개입됐다는 흔적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

편지의 내용 중 ‘약속’부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만약 김경준의 입국에 여권 인사가 개입했고, 그것이 신모씨가 쓴 편지로 드러났다고 가정하면 추론도 가능하다. 편지 내용 중 ‘큰집’은 여권을 뜻하는 것이고 ‘약속’은 아마도 사면이나 형량 감면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합신당 측 인사들이 신모씨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더욱더 증폭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동영 후보의 외곽단체로 알려진 ‘평화경제포럼’의 자문변호사가 국내에서 신모씨와 접촉했고 무료변론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져 기획입국설에 대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김경준과 LA구치소에서 함께 수감됐던 테글레 지게타씨의 입에서 김경준의 국내송환 과정에 정치적 거래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게타씨는 변호인 접견과정에서 “김경준이 ‘면회온 한국정부 고위 인사들과 거래를 했다. 증언을 해주면 그 대가로 사면이나 가벼운 형량의 선고를 받을 것이다’고 나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김경준의 귀국에 여권이 개입된 결정적 단서가 된다. 

지게타씨는 또 “김경준은 2007년 3월부터 한국정부 고위관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면회를 받았다. 이런 면회 이후 김경준은 ‘일이 잘되고 있다. 한국정부와 그들이 특별한 거래를 제안했다. 내가 알고 있는 무엇인가를 증언해야 할 것 같다. 그 증언 대가로 사면이나 가벼운 형량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거래를 받아 들였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같은 기획입국설에 대해서 통합신당과 김경준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합신당 측은 “김경준의 입국은 김경준 스스로 선택한 길이며, 이 과정에 전혀 개입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이명박 특검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기획입국설을 흘려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주장했다.

김경준도 “나는 한 번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다만 현재 미국에서 소송 중이어서 시간을 좀 달라. 소송을 끝내야 들어 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행히 민사에서 승소했기에 온 것”이라고 김정술 변호사를 통해 밝혔다.

김경준은 또 신모씨와 주고받은 편지에 대해서도 “한국으로 송환되기 직전 신씨와 한 3개월간 같이 지낸 적은 있지만 오히려 그가 나한테 ‘한국이 나를 송환하려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라면서 한국으로의 송환 문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서 내가 아는 대로 알려주는 그런 위치였지, 내 고민을 얘기하고 속내를 털어놓고 하는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가 전혀 아니다. 신씨가 내게 그런 편지를 전달한 적도 없고 따라서 나는 내용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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