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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고깃집에서 삼겹살 구워봤다면 당신은 ‘프로 혼밥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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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고깃집에서 삼겹살 구워봤다면 당신은 ‘프로 혼밥러’
  • 이아름 기자
  • 승인 2020.05.19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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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이 두려운 당신에게 필요한 건 용기?

(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1인 가구의 증가로 집에서 혼밥이나 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는 건 여전히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김밥전문점이나 편의점에서는 혼밥러를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고급 레스토랑이나 최소 두 명 이상 가야 주문할 수 있는 고깃집에서 혼밥이란 보통 내공이 아니고서야 도전조차 불가능하다.

우선 혼밥이 자연스러운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식당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몇 분이세요?”라는 질문과 함께 이에 맞는 테이블이 배정된다. 일단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르고 나면 또다시 “혼자 오셨요? 혹시 다른 분 오시나요?”라고 온 식당이 떠나가라 질문을 한다. 순간 혼밥러는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물론이요 식당 안 모든 손님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생전 어느 집단에 가든 주목이라곤 받아본 적 없던 사람조차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다.  
 
어색해진 시선 처리는 스마트폰이 대신해준다. 여기서 함정은 음식이 나오는 순간부터 수저를 내려놓을 때까지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칫 옆 테이블 손님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당신은 왜 혼자 밥을 먹나요?”, “친구가 없나요?”, “혼자 참으로 민망하겠어요”라는 표정을 읽게 될 테니 말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얼마 전 한 모임에서 혼밥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직장인 정모(38·남) 씨는 “직장생활 12년 차에 접어들지만 혼밥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라며 운을 띄웠다.
 
“가끔 속이 안 좋거나 전날 과음하고 나면 점심 생각이 아예 없는데도 억지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요.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밥을 먹으러 나가지 않는 순간 혼자 소외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밥 먹으러 안가”라고 물으면 “속이 안좋아서요”라는 대답을 앵무새처럼 계속 떠들어야 하는 게 정말 귀찮고 번거로워요. 가뜩이나 속도 안 좋은데 돈까스나 스파게티 먹으러 간다고 하면 정말 곤욕이 따로 없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공연기획자인 방모(42·남) 씨는 얼마 전 고깃집에서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는 여성을 봤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보통 2∼3명 이상 고깃집에 여성 한 명이 만화책을 보며 한 손으로 능숙하게 고기를 뒤집는데 일행이 화장실에 갔나? 아니면 일행이 조금 늦나? 하고 지켜보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인 거야. 와 그 모습이 난 정말 멋져 보였어.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삼겹살 3인분을 혼자 다 구워 먹는데 과연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 싶더라니까.”
 
잘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 졸지에 자영업자가 된 심모(39세·남) 씨는 이런저런 눈치 보기 싫어 아예 혼자 외식할 때는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의 푸드코트를 이용한단다.
 
“푸드코트에 가면 대부분 메뉴가 1인분 기준인 데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 마음껏 골라 먹을 수 있어 혼밥러에게는 딱이야. 보통 5시가 넘어가면 마감 세일을 하는데, 나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해. 잘만 고르면 2∼3일 반찬이 해결되거든. 아! 팁 하나 알려줄까? 배달음식 시킬 때 가능하면 두 번 나눠 먹어도 되는 음식을 공략해봐. 예를 들어 덮밥을 시킨다고 하면 밥 따로 건더기 따로 달라고 해서 미리 덜어놔. 다음날 여기에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더 넣고 볶아먹으면 양이 아주 푸짐해지거든. 그래서 난 짬뽕도 면 대신 짬뽕밥을 시켜. 하루는 짬뽕밥으로, 하루는 생면을 넣어서 먹을 수 있거든.”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타인의 시선 때문에 혼밥이 여전히 불편하다는 이들에게 얼마 전 뉴스에서 본 공연 하나를 추천했다. 현재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1인용 식탁>이다. 오는 23일까지 공연 예정인 <1인용 식탁>은 두산아트센터가 매년 선보이는 ‘두산인문극장’ 시리즈의 하나로 올해의 주제는 바로 ‘푸드’다.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사진=두산아트센터 제공]

<1인용 식탁>이 첫 번째 작품으로 혼밥을 가르쳐주는 학원을 소재로 삼은 윤고은의 동명 소설(2010)을 각색한 작품이다. 혼밥도 단계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1단계 패스트푸드점, 2단계 한정식·패밀리 레스토랑, 3단계 돌잔치·결혼식, 4단계 혼밥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고깃집‘까지 단계적으로 풀어나간다.

이 마지막 난코스 고깃집에서 혼자 고기를 구워 쌈을 싸 맥주를 곁들이는 데까지 성공했다면 당신은 진정한 승자! 진정한 혼밥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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