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윤진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바빠진 기업들이 생긴 반면 존폐위기에 직면한 업종들도 늘어나고 있다. 바빠진 업종 중 1순위는 단연 마스크 생산업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너도 나도 마스크를 사재기하며 그야말로 마스크 대란이 일었다. 마스크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고 사람들은 “약국과 마트를 10군데 넘게 돌아다녀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마스크5부제를 실시했지만 공적 마스크가 들어오기 1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코로나가19가 조금 사그라진 요즘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지난 3월까지 마스크공장은 24시간 풀가동하며 그야말로 쉴틈없이 바쁘게 마스크를 찍어냈다. 정부는 마스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제조업체들의 공장을 24시간 가동, 하루 1000만 개 이상의 마스크를 생산하도록 지시한바 있다.
◇ 손소독제 매출 34배 상승 ‘숨 쉴 시간도 없어’
바빠진 기업은 마스크 생산업체뿐이 아니다. 침체된 화장품 업계가 ‘손소독제’로 다시 불황 타파에 나섰다. 새롭게 손소독제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 하고 있다. 이는 화장품 면세와 오프라인에서 보이는 부진한 실적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3년 가장 먼저 손소독제를 출시했던 네이처리퍼블릭은 최근 손소독제 제품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기존 30ml 소용량 제품으로 판매했으나 최근 가정이나 공공장소에 비치해 두고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을 출시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전 3개월 일평균 매출과 비교했을 때 3월 일평균 매출은 약34배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 생수업체 수요 폭등 …삼다수에 2위권 맹추격
생수 업체도 생산설비를 풀가동 중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혹은 소비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이번 기회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2위권 업체들이 재빠르게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제주삼다수만 주춤하는 양상이어서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농심 백산수의 2월 출고량은 2만300t으로 1월 1만5천600t보다 30%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이후 이달 9일까지 출고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해태음료의 강원평창수 2월 출고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게 생수 판매를 끌어올린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업계 관계자는 “질병을 비롯해 자연재해가 있을 시 생수 수요가 급증한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생수 시장 성장세가 더욱 빨라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최초로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CJ대한통운 택배 물량 3억6800만개로 급증
코로나19로 흥한 업종 중 택배업체도 빼놓을 수 없다, 온라인 배송문화가 급증을 불러왔고, 밖에 나가지 않고 이동을 자제하면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택배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됐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의 택배, 전자상거래(E-commerce), 배달앱 사용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베스트 투자증권에 따르면,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1분기 택배 물동량은 3억6800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택배사업 부문 매출액도 21.8% 늘어난 746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택배기사는 약 5만여명으로 이들은 월평균 25.6일, 일평균 12.7시간을 업무에 할애하고 있다. 이는 한 달 근로시간이 300시간을 초과하는 셈으로, 임금근로자 평균 근로시간인 156.4시간의 두 배에 달한다.
교육부가 초·중·고교의 ‘온라인 개학’을 결정하면서 원격 화상회의 솔루션 기업과 이들 기업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이 분주해졌다. 지난 4월 1일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달 개학을 하게 된 전국의 초중고교생은 약540만 명이다.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은 4월 9일 온라인 개학하고, 나머지 학년은 4월16일과 20일에 순차적으로 온라인으로 개학해 원격수업을 시작했다. 교육부는 실시간 원격교육 플랫폼을 활용해 교사·학생 간 화상 수업을 실시할 수 있다며, 화상수업도구로 네이버 웍스모바일의 라인웍스와 구루미, 구글 행아웃, MS팀즈, 줌(ZOOM), 시스코 WSBEX 등을 예로 들었다. 최근 네이버는 자회사 웍스모바일에 대해 420억원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지금껏 네이버가 웍스모바일에 출자한 총 금액(560억원)의 75%에 해당한다. 이처럼 앞으로 코로나19같은 감염병 등이 다시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재택근무, 원격 화상회의, 온라인 수업 등을 지원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은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바빠진 업체가 생긴 반면 문을 닫아야할 처지에 놓인 업종들도 생겨났다. 먼저 국내 제조업은 현재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된 2월 제조업 업황지수는 65p를 기록, 전월 대비 10p 떨어졌다. 이는 4년 만에 최저치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기도 하다.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는 중소 제조업체에 있어서 큰 타격으로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발 부품공급 차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대기업의 생산 감소에 따른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 중 기계·금속분야의 피해가 더욱 크다.
업체 관계자는“코로나19사태 이후 매장 방문객 수는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고 전화문의도 거의 오지 않는다”라며 “대내외적 경제 불황과 코로나19로 가동이 전면 중지된 상태“라고 전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SK하이닉스, LS네트웍스, SM면세점 등에도 코로나19 확진자, 의심증상자들이 나와 사무실, 공장 등을 일실 폐쇄하며 피해를 봤다.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 중 호텔·리조트업계는 현재 최악이다. 평균 객실 점유율이 10%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유·무급 휴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전되지 않으면 3성급 호텔이나 소규모 리조트부터 문 닫는 곳이 생길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4월 12일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예약이 취소되면서 호텔업계가 입은 피해액은 약5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신세계조선호텔은 계열사 4개 호텔 근무자 전원을 대상으로 4월13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6주 동안 유급휴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3주씩만 근무하되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식이다. 한화호텔앤리조트도 4월 한 달 동안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1개월간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실시했으며 롯데호텔도 3~4월 7일 단위의 무급휴가를 실시 중이다. 그랜드워커힐서울의 경우 지난달 23일부터 4월22일까지 한 달 동안 객실 영업을 중단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