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최근들어 '워라밸'을 보장하기 위한 환경이 조성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직장맘들은 '워라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서울시는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 '중소기업 직장맘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중소기업 직장맘의 고충을 직접 듣고 해법을 찾고자 마련됐다.
여성의 출산 후 경력 단절, 직장맘의 일·가정 양립 고충은 계속해서 제기돼 온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117조원의 예산을 들여 여성의 출산 후 경력 단절을 막고자 했지만, 경력 단절 여성의 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통계청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5~54세 기혼여성 대비 경력 단절 여성의 비중은 20.5%였다. 이는 지난 2016년과 동일한 수치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는 컸다.
전체 기업의 99%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경력 단절 여성 비중이 78.2%에 달했다. 이에 비해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각각 54.8%, 26.9%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맘의 대다수가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직장을 관두는 상황이 생기고 경력 단절로 이어지게 된다.
경력 단절 후에는 재취업이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직장맘들의 '워라밸'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직장문화 선도와 더불어, 업무 시간동안 일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아이 돌봄 환경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맘카페에는 아이돌봄을 걱정하는 직장맘들의 사연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부모는 돌봄교실 추첨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부가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운영하 는 '초등돌봄교실'은 하교 시간 이후 5~7시까지 아이들을 학교에서 돌봐주는 정책이다.
맞벌이 부부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돌봄교실 이용이 절실하다.
돌봄지원이 확대됐다고 하지만, 신청자가 많을 경우 추첨을 통해 선정하므로 부모의 속은 타들어간다.
돌봄교실 발표 후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부모가 있는 반면, 추첨에서 떨어져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부모들은 암담한 상황에 놓인다.
돌봄교실 추첨을 경험한 한 직장맘은 "122명 중 75명만 뽑았는데 떨어졌어요, 너무 속상하네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글의 댓글창에는 같은 걱정을 안고 있는 부모들의 하소연으로 가득했다.
-"집 앞에 학교 두고 전학을 갈 수도 없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어쩌죠?"
-"맞벌이 부부라 돌봄교실 이용이 간절한데 떨어졌네요. 학원 뺑뺑이 돌려야 할까요?"
학급 수에 비해 많은 인원이 신청한 탓에 추첨을 통해 선정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직장맘들은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교실이 늘어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돌봄서비스 확대를 약속했지만, 시교육청이 내놓은 증설안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직장맘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학교마다 돌봄교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돌봄교실을 담당하는 전일제전담사는 학교당 1~2명으로 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전일제전담사의 업무 부담이 커지면서, 돌봄교실 아이들이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교실만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를 맡겼다고 해도, 아이가 방치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면 맞벌이 부부들은 업무 시간에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없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셈이다.
한편 아이 양육 부담을 완화하는 돌봄 제도와 더불어, 직장맘들은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문화 조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육아휴직, 단축근무를 기피하는 회사 분위기라면 직장맘들에게 이러한 제도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불이익을 당하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제도의 사각지대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육아휴직을 한 후 전혀 다른 업무를 맡게 되거나, 단축근무를 신청했다가 권고사직을 통보받는 사례가 알려진 바 있다.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출산 후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사회에서 배척될 것을 걱정한다. 이런 모순된 상황이 지금의 현실이다.
한화그룹, 롯데그룹,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이는 대기업의 좋은 본보기일 뿐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나 문화가 정립돼 있지 않다.
20일 열린 간담회에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며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아이를 키우며 본인의 삶의 질을 생각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직장맘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아이돌보미를 올해 7000명 확충해 만 12세 이하 자녀 가정 아이돌봄서비스의 장기간 대기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출산·육아휴가는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외의 제도들은 강제성이 없다"며 "정부에서도 회사 내 고용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일과 양육을 번갈아 하며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직장맘들에게는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우며 자기계발을 지속할 수 있는 삶이 간절하다.
[사진출처=뉴시스]
교장님도 울상이고 전담사도 울상이지만 서울교육청이 답을 내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