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보민 기자)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만기와 한도가 없는 통화스왑을 캐나다와 체결했다. 만약 한국이 외환위기 때처럼 외환위기가 닥칠 경우 캐나다 달러를 무제한으로 빌릴 수 있게 됐다. 이에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16일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과 종가 기준 모두 지난해 9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0.9원 오른 1,101.4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현지시간)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중앙은행 본부에서 스티블 플로즈 총재와 통화스왑 계약서에 서명했다. 협약은 서명 후 즉시 발효됐고 통화스왑 규모와 만기는 필요시 양국 간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
다만 이번 통화스왑은 양국의 유동성 위기 시 금융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된다.
통화스왑은 외화가 바닥났을 때 미리 정한 환율로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로 교환하는 거래로 일종의 외화 안전판이고 가계로 따지면 마이너스 통장의 역할을 한다.
이번 통화스왑 체결이 중요한 이유는 우선 캐나다 달러는 세계 6대 기축통화 중 하나로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안전망 확보와 함께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원화의 지위가 높아지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또 지금까지 통화스왑 상설계약은 선진국(기축통화국)의 전유물이었지만 이번 상설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도 선진국 대열에 근접했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선진국 기축통화국 간 네트워크 효과를 한국도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됐다.
특히 금융안정성이 강화됐다. 캐나다는 외환보유액 구성통화 5위 국가로 외환 거래 통화 규모는 6위다. 그리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에서 최상이 국가등급(AAA)를 받고 있다.
캐나다의 통화스왑 네트워크 5대 기축통화국(미국·유로존·일본·영국·스위스)외에 한국이 유일하고 기축통화국을 제외하고 상설계약으로 통화스왑을 맺은 국가는 한국과 중국밖에 없다.
앞서 한국은 일본과 맺은 통화스왑이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외교 갈등에 2015년 재연장 없이 종료했고 최근 중국과의 통화스왑도 사드 보복으로 인해 연장이 취소되었다가 가까스로 다시 체결한 바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통화스왑이 사전에 최대한도나 만기를 정하지 않은 상설계약 형태로 유동성 위기가 오면 언제든 무제한 빌릴 수 있어 만기 때마다 통화스왑 연장을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앞으로 캐나다 외 선진국과 다양한 형태로 통화스왑 계약을 해 금융 안전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통화스왑 체결 규모는 현재 1,168억 달러로 연장 협의가 진행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통화스왑(54억 달러)이 확정되면 총 1,222억 달러가 된다. 캐나다와 무제한 스왑 규모로 합치면 총 규모는 1,222억 달러+α가 되는 것이다.
이 총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과 통화스왑을 맺은 후 가장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캐나다의 통화스왑 체결 소식에 16일 장 중 한때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이 무너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전날보다 10원90전 내린 1,101원 40전에 마감했다.
원화 강세는 캐나다와의 통화스왑 체결 외에도 한국 경기가 획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한국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올렸고 IMF도 3.2%로 상향조정했다. 경상수지 흑자에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설도 원화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15일 오후(현지 시간) 캐나다 오타와에 위치한 캐나다중앙은행 본부에서 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가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와 양국간 통화스와프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