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보민 기자)
올해 소비자물가가 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통계청은 2일 ‘2017년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그동안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졌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로존, 일본, 중국 등에서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에 돌입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한국과 주요 선진국의 물가가 오르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물가가 오르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이지만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것(스태그플레이션)은 좋지 못한 신호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스테그플레이션이라는 부정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인플레이션의 신호라고 보는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유는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 상승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국내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8.4% 올랐다. 이는 미국 경기 개선에 따른 훈풍이 국내에 영향을 미쳐 수요 증가가 반영됐다는 분석 때문이다.
선진국의 인플레이션 경우도 지난해 1월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진 유가가 OPEC 석유 감산 합의로 50달러대 초반으로 두 배 올라 물가 상승률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진국들은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고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유가 상승이 임금 상승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국내 경제의 소비자물가 상승을 분석해 보면 식품류와 비주류음료는 1년 전보다 5.3%, 교통비는 3.8% 상승해 전체 물가를 각각 0.73%, 0.41% 끌어올렸다. 특히 농축산물가격 상승과 채소, 과일, 생선, 조개류 등의 신선식품의 가격 상승 원인은 조류인플루엔자(AI)와 천재지변으로 인한 작황 부진이 원인이었다.
계란값은 1년 전보다 61.9% 올랐고, 당근 125.3%, 무 113.0%, 배추는 78.8% 올랐다. 문제는 자연스러운 물가상승이 아니었다. 따라서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이라는 분석은 아직 시기상조다. 농축산물가격과 신선식품 등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는 4월이나 5월이 돼봐야 소비자물가 상승의 원인이 경기회복의 신호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은 1일(현지시간) 유로존의 소비자물가는 1.8% 올랐고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등은 각각 1.6%, 3%, 1.36% 상승했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앙은행들의 초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경제를 억눌러온 예외적인 저인플레이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에서도 물가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이 아직 안개속이고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Fed)은 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0.5~0.75%로 동결했다. 트럼프 대통령 경제 정책을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월가 투자 은행들은 올해 금리인상 전망에 대해 Fed가 두 번 정도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금리인상은 빠르면 2분기에서 4분기 사이에 두 차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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