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희정 기자)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에게 대통령 연설문이 미리 전달된 이른바 '최순실판 문건유출사건'은 지난 2014년 12월 정국을 뒤흔든 정윤회 문건유출사건과 닮은꼴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정권 초기에는 남편이었던 정씨가 비선실세로 등장했고, 정권 후반에는 아내였던 최씨가 비선실세 의혹 당사자가 된 모양새다.
'정윤회 문건유출사건은 물밑에 있던 '비선실세'의 실체가 처음으로 공개된 사건이었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때 비서실장(선임보좌관)을 맡았던 정씨는 공식직함을 맡지 않은 이후에도 국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부분은 '비선실세 정씨가 이재만 비서관 등 청와대 실세 비서관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인사 방향 등에 간여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건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문건을 작성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경정은 이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고했고, 이 문건은 다시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회장 등 청와대 외부로 흘러나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검찰은 '문건 유출'의 경위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결국 검찰은 2014년 1월5일 "대통령 기록물 반출로 국가적 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며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최씨 사건의 경우에도 현 정권 '비선실세'로 행세하며 청와대를 등에 업고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운영하면서 자금을 끌어 모았다는게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최씨의 비선실세 의혹은 박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내부 문서파일이 최씨에게 전달됐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 한층 짙어졌다.
최씨에게 전달된 문건은 대통령의 지난 2014년 3월28일 독일 드레스덴 연설과 청와대 비서진 대거 교체 내용을 담은 2013년 8월5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최 씨가 문건들을 받아 열어본 시점이 대통령의 실제 발언 시점보다 길게는 사흘이나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인사 관련 보안유지가 각별했던 상황에서 최씨는 박 대통령이 인사명단을 공식 발표도 하기 전에 해당 명단을 먼저 받아봤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단순히 민간 재단을 운영하면서 공금을 유용한 수준을 넘어, 최씨가 국가 정책이나 인사 등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정황들이다.
이로써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최씨와 관련된 문건 유출의 경위를 수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최씨에게 문건이 전달된 경로로 대통령의 최측근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경우 박 대통령의 수족 역할을 하던 이들이 사법처리될 수 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했을 수는 없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박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미리 알고 있었지만 묵인했다면 대통령 자신도 법적,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검찰 입장에서는 청와대의 중심부까지 겨냥해야 하는 '메가톤급' 소재를 만난 상황인 셈이다.
2014년 '정윤회 문건유출' 당시 청와대와 검찰이 '국기문란과 혼란'을 불렀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것이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의 한 인사는 "권력을 어쩌면 이렇게까지 사적으로 취할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며 "정윤회 문건유출사태 당시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검찰로서는 이 사건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