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알려지자 그제서야 보강수사
농협의 무책임한 태도에 고객들 등 돌려…
(시사캐스트, SISACAST=정민지 기자)
농협 계좌에 입금했던 1억2000만 원의 거액이 예금주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원인조차 밝히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농협 고객들은 불안하다며 통장을 옮기겠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25일 전남 광양경찰서에 따르면, 광양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이 모 씨는 지난 7월 1일 자신의 농협 계좌에서 1억2000만 원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통장에 있던 돈은 지난 6월 25일 오후 11시쯤부터 사흘 동안 약 300만 원 가량씩 41차례에 걸쳐 11개 은행, 15개 통장으로 각각 이체된 뒤 인출됐다.이모 씨는 통장 잔액에 마이너스 500만 원이 찍혀있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고 곧바로 신고했다.
경찰조사결과 이 씨가 평소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지 않지만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이 이 씨의 아이디로 농협 홈페이지에 접속한 사실을 포착했다.
경찰은 IP를 추적해 인터넷 뱅킹 접속 지점을 찾은 결과 중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계좌가 다른 사람 명의의 대포통장이라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방법으로 돈을 인출했는 지에 대해서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범인의 윤곽은 물론 계좌 접근 방식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지난 9월 10일 수사를 종결했다.
농협은 "확인 결과 내부에서 정보가 유출된 사실은 없다"며 "고객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흐지부지 끝낸 수사에 농협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농협 측이 사건에 대해 ´확인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도둑맞은 고객의 돈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것.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구체적인 범행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보강 수사에 착수했다.더불어 이번 사건에 사용된 서버 주소가 이미 경계대상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25일 SBS CNBC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사용된 2개의 IP주소는 119.50 두 개이며, 금융결제원이 농협을 포함한 금융사에 지금까지 89차례에 걸쳐 문제의 IP대역을 주의하라고 통보했다.
이 IP는 지난 2012년 10월 신한카드 해킹 사고 때 대역추적을 통해 중국 길림성에 있는 서버로 확인, 국내 보안업계와 금융권의 블랙리스트에 있다.
또한 몇몇 은행들은 금융결제원의 메시지를 받은 후 해당 대역 IP에서의 접속 자체를 차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농협측은 대역 자체를 차단하는 대신 선별적인 IP만 차단했다고 전했다.
현재 농협은 ´전자금융업자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고 보험사를 통해 보상심사를 진행 중이며 전문기관에 정밀조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농협 인출 사기 소식에 네티즌들은 불안에 떨고 분노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현재 ´고객 돈 1억2000만 원 유출 후 책임질 수 없다는 농협에 고합니다´라는 제목의 서명 운동이 지난 22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25일 오후 11시 현재 2900여 명이 참여했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에 대해 "이래갖고 불안해서 금융권에 돈 믿고 맡길 수 있겠나", "사고는 은행이 치고 책임은 전부 고객에게 미루는 것이냐", "상식이 통하지 않는 농협, 책임 미루지 마라", "이제 농협에서 통장 만들지 말아야 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