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대한민국의 마약 오남용 문제가 심각 수준에 이르면서 마약 청정국이 아닌 마약 위험국으로 전락했다. 유엔(UN)은 마약사범이 인구 10만 명당 20명 이하일 때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에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했다.
더욱 충격적인 건 마약에 손을 대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범죄소년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마약사범으로 검거된 만 14∼18세 청소년은 총 1430명으로 약 5년새 14배 넘게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8년 56명, 2019년 72명, 2020년 132명, 2021년 183명, 2022년 20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2023년 786명으로 급증했다. 연령별로 보면 만 14세가 165명으로 가장 낮았고, 15세 178명, 16세 260명, 17세 335명, 18세 492명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약류 유형별로는 향정신성의약품이 1145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마 142명, 마약 139명, 기타 4명이었다. 이처럼 청소년 마약사범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마약 판매자들의 수법이 워낙 교묘해지고 있어 검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마약은 주로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등 비대면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고 있으며, 국제우편 또는 ‘던지기 수법’을 통해 마약을 손에 넣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흔한 수법인 ‘마약 던지기’는 일정한 양의 마약을 소분해 CCTV가 없는 곳이나 안 보이는 곳에 숨겨두고, 구매자가 이를 가져가는 방식을 말한다.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 수준에 이르고, 비대면 거래 등 범죄 양상이 지능화되자 정부는 마약범죄에 대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정부, 마약범죄에 총력 대응 나서
먼저 정부는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를 운영하는 해외 IT 기업들과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마약류 오남용 예방을 위해 관리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2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1차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중장기적 관점에서 강력하고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최초로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기본계획은 총 4개 전략으로 구성됐으며, ▲마약류 관련 범죄 엄정 대응 ▲마약류 중독자 일상회복 지원 ▲마약류 예방 기반 강화 ▲맞춤형 관리 강화 등이다.
정부는 비대면 거래 등 지능화된 마약류 관련 범죄에 대해 수사·단속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잠입수사 도입 및 온라인 마약유통 수사를 강화하고, 텔레그램·다크웹 채널 1.3만개를 상시 점검한다.
마약류 등 불법 정보의 신속한 차단을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서면심의 제도를 도입하고, ‘마약 던지기 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분석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다.
점조직 형태의 마약류 유통망을 효과적으로 파헤치기 위해 위장신분비공개 등 위장수사를 제도화하고, 수사과정에서 조직 내부정보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마약류 보상금을 확대한다.
또한,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도 도입한다.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는 내부가담자가 자백을 통해 다른 공범의 범죄를 적발·처벌하는데 이바지할 경우 그에 대한 형사처벌을 감경 또는 면제 또는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여행객의 경우 AI를 활용해 밀반입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집중 검사한다. 화물은 수중 드론·투사 컨테이너 검색기 등을 도입하고, 여행객화물국제우편 등 유입경로별로 적합한 검사방식을 도입해 불법 마약류 적발률 제고에 나선다. 2차 강력 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마약류 투약이 의심되는 운전·운항자에 대한 현장 단속 권한을 음주 운전처럼 강화한다.
마약류 범죄 수익을 차단하고 몰수하기 위해 가상자산 흐름 추적 시스템 개발도 확대한다. 마약범죄에 이용된 계좌를 지급정지해 추가 범행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미성년 마약류 투약사범에 대한 치료보호 의무화
정부는 미성년 마약류 투약사범에 대한 치료보호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마약 노출 취약 대상에 대한 맞춤형 관리 대안을 발표했다.
미성년 마약류 투약사범의 경우 중독 초기부터 국가가 개입해 치료보호 이후 재활센터에 연계해 청소년 맞춤형 재활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미성년자에 대한 의료용 마약류 처방기준도 마련하고, 대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시 마약류 예방 교육을 실시하도록 각 학교에 권고한다.
병영 내 마약류 투약‧은닉 관리도 강화된다. 정부는 병역판정검사‧입영 판정 검사 시 선제적으로 마약류 검사를 한다. 출타‧면회 복귀, 택배‧소포 수령 등 마약류 반입 취약 시기에 반입 물품을 집중 확인한다.
마약류 수용자는 교정시설 내에서 1:1 상담받도록 하는 동시에 수시순찰을 강화하고 처우상 불이익 등 제재 수단도 함께 마련한다. 이온스캐너 등 탐지 장비를 도입해 교정시설 내 마약류 반입을 차단한다.
입국 후 마약류 범죄에 연루된 외국인은 입국 금지 기간을 늘리는 등 재입국 규제를 받는다. 정부는 잠재적 마약류 사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입국 전 사증심사시 서류 위·변조 검증도 강화한다.
정부는 "이번 마약류 관리 기본계획을 토대로 올해 시행계획을 신속하게 수립해 기본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며 "정책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지속 발굴‧개선함으로써 정책 체감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와 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류 예방 및 사용자의 건강한 사회복귀 등을 목적으로 교육, 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24시간 전화 상담서비스인 ‘1342 용기한걸음센터’와 초기상담, 재활교육,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함께한걸음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1342 용기한걸음센터’는 마약류 전화상담을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총 12개소를 운영 중인 ‘함께 한걸음센터’는 전국 17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