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최근 전세사기와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전국 월세가격지수가 2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월세가격지수(2021년 6월=100, 준월세·준전세 제외)는 105.28로, 전월 대비 0.07%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6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이 지수는 2023년 3월(102.63) 상승 전환한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대단지와 준신축 아파트에서 월세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학생 전 모(남·24) 씨는 “3년째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데, 월세가격이 매년 올라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면서 “전셋집을 구하고 싶어도 ‘나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는 것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졸업 후에도 당분간 월세살이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非)아파트일수록 전세보다 월세 선호
2023년 인천 미추홀구를 중심으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사건이 급증하면서 정부 추산 지난달까지 인정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2만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해당 사건이 주로 비(非)아파트에서 발생해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에서의 월세 전환이 더욱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57.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전세사기가 늘어나기 전인 2020년(40.5%)과 비교하면 16.9%p 상승했다.
특히 서울에서 전체 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0.1%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월세 비중은 아파트 43.8%, 연립·다세대 55.5%, 오피스텔 66.6%로 나타나 23년 대비 각각 0.4%p, 4.4%p, 4.3%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파트보다는 비(非)아파트 시장에서의 월세 거래량 증가가 눈에 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토대로 지난해 주택 유형별 임대차 거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연립·다세대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월세 거래량이 각각 6%, 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파트, 연립·다세대, 오피스텔을 포함한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이 2023년(176만1624건)보다 11% 하락해 155만 9578건을 기록한 가운데 비아파트 시장 월세만 증가한 셈이다.
또 전세값은 전국적으로 0.25% 하락한 가운데, 월세가격은 0.40% 상승하며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수도권과 서울의 월세가격은 각각 0.51%, 0.35% 상승했는데, 교통 여건이 좋은 지역일수록 수요가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국 오피스텔의 전월세전환율(지난해 12월 신고 기준)은 6.19%로 나타났으며, 수도권 6.14%, 지방 6.75%, 서울 5.76%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세종 8.47%, 대구 6.65%, 울산 6.60% 순으로 높았으며, 서울이 5.76%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전월세 시장은 전세보다는 월세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세사기와 공급부족, 대출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사캐스트]